신행정수도이전에 관한 이번 헌법소원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수도 서울의 관습헌법성"을 근거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을 관습헌법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조선왕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지랄발광 옆차기를 했다.
그런데 헌재는 왜 하필 "관습헌법"을 들먹이며 옆차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가?
답은.. 위헌으로 몰고 가기 위해서는 오로지 그것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이번 헌법소원 사건의 청구인들은 서울시 공무원, 서울시의회 의원, 서울시민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개똥이말똥이들이었는데, 그들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기본권은 다음과 같다.
1. 국민투표권
2. 납세자의 권리
3. 청문권
4. 평등권
5. 거주이전의 자유
6. 직업선택의 자유
7. 공무담임권
8. 재산권 및 행복추구권
본래 재판은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숨기고 유리한 것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논리적으로 가능한 법률적 근거를 최대한 끌어다가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판관을 설득하여 재판에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고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갖다 붙이는 건 정말 무식한 짓거리다.
그런데, 바로 이 사건 청구인들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기본권들이 저마다 도저히 연결시킬 수 없는 형편 없는 것들 뿐이었다.
가령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 했으므로 행정수도이전특별법이 위헌이다"라고 하면 이건 코미디이다. 그렇게 되면 위헌 아닌게 없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 공무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 했으므로 위헌이다"라고 하면 이건 해외토픽감이다. 입헌주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기 때문에 내가 외신기자라면 그렇게 썼다. 나머지도 거의 같은 수준이다.
결국 2번부터 8번에 이르기까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보시기에 그럴싸한 것은 도무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봐도 연결시키기가 거북한데 재판관들께서는 오죽 답답했을까 싶다. 그나마 물고 늘어질 만한 건 1번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국민투표권 침해를 문제삼을 경우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행 헌법상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경우는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관하여 대통령이 실시하게 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헌법제정 또는 개정을 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즉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권은 대통령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다. 만약 헌재가 이 점을 물고 늘어지게 되면 논리구성에 있어 생각보다 골치가 아프게 된다. 대통령에게는 그런 국민투표 부의의무가 있다고 뒤집어 씌워야 하는데 그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가장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서울"을 헌법화 하는 것이었다.
"수도는 서울이다"가 헌법이므로 이를 바꾸려면 헌법개정절차에 버금가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므로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듯 위헌이 명백하므로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청구인들의 나머지 주장은 따져볼 것도 없다는 결말을 맺는다. 하하. 나머지 청구인들의 주장은 애초에 따져 볼 것도 없이 형편 없었다는 것을 그들도 알았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좆까는 소리다.
혹 헌재결정문을 읽어 볼 의향이 있다면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보시기 바란다. 헌재의 논리는 정확히 그 방향으로 흘러간다.
즉 시원찮은 청구인들의 손을 처음부터 들어줄 작심을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하여 억지로 꿰다 맞추었다는 느낌이 팍팍 전해져 올 것이다. 조선왕조부터 시작하는 "수도 서울의 관습헌법성" 운운은 한마디로 사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