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원래 멜번에선 어제 하루만 하기로 했는데
공연을 하루 늘린것을 얼른 예매해서 갔지요.
한국 클럽 슬러거보다 쬐끔 크고 (무대는 더 보잘것 없었어요.)
분위기는 훨신 후졌으며 측면에 bar가 붙어있는 초라한 곳이 공연장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공연전부터 바에서 술을 사마셨는지 많이들 얼큰히 취했더군요.
덕분에 분위기 영 아니었죠.
후줄근한 옷차림의 키도, 체구도 참으로 작고 깡마른 남자가
더블린 사투리로 조물조물 인사를 하곤 곧장
부틀렉에 실렸다는 곡과 volcano를 연달아 부르는데 소름이 쭉 돋던데요.
CD보다 딱 20배쯤 더 잘 부르더군요.
원래 그런건지, 아님 급히 마련된 공연이라 그런건지,
하여간 아무것도 없이 혼자서 기타 하나 가지고 공연하는것엔 좀 놀랐어요.
보통 다른 기타 반주자도 하나쯤 있고, 백보컬도 있고 할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조그만 무대에 기타를 든 데미안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부족한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프 버클리의 할렐루야 커버를 마지막 곡으로 하고
delicate와 the blower's daughter를 앵콜로 부르고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어제 공연의 피로때문인지 무척 피로해 보였고
자기 자신도 피곤하다는 말로 공연을 시작하더군요.
게다가 관중들이 어찌나 무례하고 시끄러웠는지 모릅니다.
맥주병 깨지는 소리며 핸드폰 소리가 난무하고
때와 분위기를 못맞추고 박수를 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팬들도 많았어요.
게다가 음향도, 조명도, 생전 그렇게 후진건 처음 봤습니다.
이쪽면에선 제가 본 최악의 공연이었습니다.
데미안은 여러번 관객들에게 조용히 해줄것을 아주 거친 말투로 요구했어요.
어제 공연을 다녀온 다른 관중들 말로는 어제것은 비교도 안되게
훨씬 훌륭했다고 하는군요. 팬들에게도 무척 친절했다고 하고요.
거기에 비하면 오늘 공연이 성의없고 기운 없어 뵌다나요? -_-
(아, 예매를 좀 빨리 할걸...)
그래도 오늘 공연은 이미 아주 좋은것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청중들에게 화가 단단히 났는지 공연 끝나고 끝까지 나오지도 않고
꽤 오래 기달려서 스태프에게 시디를 건내주고 사인을 부탁했더니
데미안에게 물어보고 와서는
지금 그 사람 기분이 너무 나쁘다, 절대 그럴 무드가 아니다.
"no"라고 한다, 라고 거절당했답니다.
제가 차를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데미안이 밴을 타고 쏙 지나가는데
정말 성질이 난 것 같더군요. 인상을 팍 쓰고 있더라구요.
뮤지션이 엉망인 공연으로 화난건 이해가 가지만 조금 기분이 나빴답니다.
공연까지 찾아온 팬한테 1초만 할애해서
사인좀 해주면 덧나나 하는 생각때문에요.
예민하고 변덕스런 사람인 모양이지요. 휴...
다음에 이 사람 공연 볼일이 또 있으면 반드시 갈겁니다.
그땐 이것보다 더 좋은 공연이었으면 좋겠군요.
만나서 전에 무지 섭섭했단말도 좀 해줬으면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