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건에 휘말릴 뻔했습니다.
- 전 지역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입니다. 그 이전에 학생이기도 하고요. 제가 근무하는 부
서는 주정차를 단속하는 데거든요. 저는 단속이 아니라 행정보조를 맡고 있습니다. 사무적인 일들을
담당하고 있죠.
- 문제는 어제 터졌어요. 주정차단속이 당하면 참 기분 나쁜 일이죠. 자신의 위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
도 한 번만 빼달라며 막무가내로 사무실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담당자가 마음대로
빼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이의신청서류를 작성하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주차했다는 증거서류를 지참해서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이의신청을 받아들여지거나 거부됩니다. 아무
런 근거 없이 담당공무원 재량으로 빼줄 수가 없는 거에요.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죠. 하지만 항상
문제는 여기에서 생깁니다. 이의신청을 하지 않고 지금 당장 빼달라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어제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 하루에 단속되는 건수가 500건 가까이 되고, 그중 사무실로 직접 와서 항의하는 경우도 몇 십건이 되
는데 가끔 난동을 피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젠 부부로 보이는 40대 초반 남녀가 왔습니다. 막무가내더군
요. 당장 빼달라며 담당공무원에게 떼를 쓰더라고요. 그래서 위에서 설명한대로 이의신청서를 작성하라
고 해도 말이 안 통하는 겁니다.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정말 입에 담기 힘든 욕을 공무원에게 퍼붓더군요. 그 공무원도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지만 그시점까진
남편에게, "당신 부인이 이렇게 욕을 하는데 이게 제대로 된 겁니까?"라고 하면서 남편을 힐책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부인을 말리지 못하니까 화를 참지 못하고 부인의 머리를 주먹으로 치고 복부를 발로
차더라고요.
- 맞은 여자는 더욱 독이 올라서 남편과 싸우는 동시에 공무원에게 더욱 심한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그 공무원이 잘못했다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그 사람도 인간 아닙니까. 그렇게 계속 아들
딸 뻘되는 사람에게 욕을 먹으니 열이 받기 시작했죠. 같이 목소리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진
욕을 하거나 반말을 하진 않았어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자 남편되는 사람도 더더욱 목소리가 올라
가고 결국 서로 욕을 하는 상황까지 발전했습니다. 그 때는 이미 굉장히 시끄러워서 사무실 사람들이 모
두 그 주위에서 말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 근데, 그 남자가 갑자기 민원대 안으로 돌진하더군요. 그래서 모두들 붙잡고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어
찌나 난동을 부리던지 겨우 두 사람을 띠어 놨는데, 이제는 말리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더군요. "넌 또 뭔
데?"하면서 다른 말리는 공무원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간의 실랑이가 오가던 중
결국 그 남자가 공무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1회 폭행을 했습니다. 바로 뒤에 있던 저는 안 되겠다는 생각
에 즉시 그 사람의 팔을 잡고 뒤로 끌어 냈습니다. 팔이 제압당하자 발로 얼굴을 맞은 공무원의 복부를 1
회 가격했어요. 힘으로 그 사람을 뒤로 끌어 냈습니다. 어찌나 난동을 부리던지 붙잡은 상태에 뒤로 밀려
서 벽에 등을 부딪쳤습니다.
- 결국 그때 경찰을 불렀습니다. 사무실에 있던 비디오 카메라로 난동을 부리는 상황을 찍기도 했고요.
남자는 이미 흥분할만큼 흥분한 상태인지 보이는 게 없더군요.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달려들고 말
리는 사람의 멱살을 잡고, 뭘 찍냐며 카메라를 치기도 하고, 쌩난리를 쳤습니다. 그러더니만, 갑자기 저
에게 달려들면서 "니가 내 팔 꺽었지!!'라고 소리치더군요. 순간 머리가 핑하면서 확 돌더군요. 싸움을 말
린 사람에게 팔을 꺽었답니다. 겨드랑이 밑에서부터 어깨를 잡고 팔을 제압했거든요. 그 상황에서 자기
팔이 꺽였답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사람의 멱살은 어찌나 잘 잡던지.
- 부인이 슬슬 분위기가 파악이 되던지, 남편을 말리면서 가려고 하더라고요. 경찰을 불렀으니 겁을 먹
었나봐요. 남편이 폭행을 했으니. 하지만 그냥 보낼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자꾸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
는 그 사람들을 못 나가게 막았습니다. 거기서 몸싸움이 일어났죠. 남편은 그 상황에서 계속 난동을 부리
는 상황이었고요. 결국 경찰이 도착하고 그 소동은 끝났습니다. 이제 일단락되겠군 하고 저는 제 자리에
앉았습니다.
-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에요. 자기네들이 공무원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겁니다. 팔을 꺽고 부인의
젖가슴을 만졌다나. 하,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그래서 결국 싸움을 말리던 공무원 4명과 저를 비롯
한 공익 2명을 고소하겠다고 하더군요. 정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결국 경찰차를 타고 인근 파출소로
갔습니다. 경찰차는 처음이었는데, 참 묘하더군요. 뒷좌석이 안에서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
습니다.
- 결국 파출소에 가서 진술서를 썼습니다. 그쪽에서 폭행(팔이 꺽인 것)과 성폭행(젖가슴을 만졌답니
다...)으로 고소한다고 하더군요. 우리도 폭행과 공무집행방해로 같이 고소하겠다고 했죠. 결국 모두 '체포'당
했습니다. 경찰서 형사계로 모두 이첩된다고 하더군요. 그 사이, 두 사람이 병원에가서 '꺽인' 팔에 대해
진단서를 끊겠다고 나갔습니다. 헌데, 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3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겁니
다. 결국 그 사람들은 오지 않았어요. 연락이 닿지도 않았고요.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써야 하는데, 안 오
는 겁니다. 결국 일단 모두 귀가조치를 하고 그쪽과 연락되면 바로 통보하겠다고 하더군요. 경찰서로 출
두해야 할 거라고.
- 너무나도 어이 없는 하루가 지나고 지금 출근을 했습니다. 출근했더니만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더군요.
그 사람들에게 경찰서로 연락이 왔답니다. 이쪽 사무실에 사과를 하러 오겠다나. 그 사람들도 화가 가
라앉고 차근차근 생각해 보니 자기네들이 불리한 걸 깨달았나봐요. 주먹과 발로 폭행한 것과 말리느라
팔을 잡은 상황에서 팔이 꺽인 것.(다시 말하지만 전 절대 꺽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상해를
가한 그들이 더욱 불리하게 돌아가겠죠. 상황을 보니 끝까지 가진 않고 아무래도 합의를 할 것 같습니다.
맞은 공무원이 혈압이 높은 사람이어서 어제 바로 병원으로 갔거든요. 아마도 그 치료비를 받고 끝내지
않을까 하네요.
- 헌데 또 하나, 놀라운 소식이 들어왔어요. 그 사람들이 공무원들에게 폭행당했다고 각종 언론사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더라고요. 결국 오늘 한 지방지에서 이런 내용의 기사가 났답니다. '공무원, 민원인 폭
행하고 젖가슴 더듬어' 실소가 나더군요. 아무리 지역신문이라지만 쌍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
로 기사를 쓰더군요.
- 이번 사건에서 느낀 결론은, 결국 공무원이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겠죠. 단속당한 걸 자기만 빼달
라고 하는 건, 예전에 그렇게 통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일 거에요. 하지만 요즘엔 그럴 수도 없습니다.
감사가 강화되서 단속 건수와 단속 사진들을 일일히 대조해서 한 장이라도 모자라면 가차 없이 징계에
들어간답니다. 편법이 있던 시대를 기억하고, 거기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일부 사람들이 공무원들은
다들 비리를 저지르고 앉아서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남들은 다 빼주는데 나는 왜 안 빼주냐!'라며 달려드는 거죠. 이제 그런 시대는 분명히 지났어
요.
- 여기에서 일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많이 겪었어요. 다짜고짜 욕하는 사람들, 협박하는 사람들, 기물을
파손하는 사람들, 고위층과 연이 있다며 협박하는 사람들. 하지만 또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덕분에 별
인연도 없는 경찰차에도 타 보고 조서도 써 보고, 체포까지 당해 봤네요. 참 기묘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