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 ginger
  •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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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일주일 동안 인터넷 접속을 못했더니 금단증상을 보이는군요. 날씨도 추운데 옷이 좀 얇다 싶더니 감기가 도져서 몸살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 게시판에도 올랐지만 지난 화요일 전설의 비비씨 디제이 존 필이 페루에서 휴가 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너무 아까운 사람이 갔네요. 전 영국이 애도를 표하고, 방송의 톱 뉴스였으며, 모든 주요 일간지 1면에 추모기사가 실렸습니다. 저도 깜짝놀랐습니다. 으례 다음 주 토요일에도 라디오4에서 존 필의 목소리를 들으려니 했는데 말이에요. 정말 쇼크였습니다. 요즘처럼 보통 70들을 넘기는 시절에 겨우 65세에 가다니. 저는 웬지 이사람도 알리스터 쿡처럼 90살까지 계속 방송을 할 걸로 믿고 있었거든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여기를 누르시면 존 필의 마지막 비비씨 라디오4 '홈 트루스' 방송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전설같은 밴드 발굴 얘기야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사람은 참 점잖고, 부드러운 인품을 보여주었었거든요. 새롭고 혁신적인 밴드들 발굴에 앞장섰던 존 필이 아니었으면 언더톤즈나 뉴 오더, 조이 디비전 같은 밴드들은 그만큼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겁니다.




존 필이 좋아했던 디 언더톤즈의 [틴에이지 킥스]



앨범 표지


세월이 흐른 뒤 멤버들과 존 필


여기를 누르시면 비비씨 라디오1의 트리뷰트 쇼를 들으실 수 있어요.



존 필 뉴스를 들었을 때 제가 어쩌다 보니 한국 40대 아저씨들과 같이 있게 되었는데, '유명한 디제이야? 한국에는 그럼 이종환이 있지. 존경 많이 받는 대부잖아' 하더군요. 저는 존 필에 대한 모욕같이 느껴졌습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돈도 없는 밴드들의 데모 테잎들을 듣고 발굴하던 안티 히어로, 아웃사이더들의 대부와 무례 무식한데다 뇌물도 받아먹던 사람과 비교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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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진부함(banality of evil)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 지 실감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주 평범하고, 쩨쩨하고 심지어 마음도 약간 약하지만 조금 비틀어진 데도 있고 적당히 약삭빠르고 적당히 처세에 능하면서 바보는 아니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결여된 인간들이야말로 여건만 주어진다면 엄청난 악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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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말한 한국 아저씨들이 저한테 영국남자들을 어떠냐고, 한국남자와 비교해서 말하라고 닥달질을 하더군요. 참 곤란한 사람들입니다. 사람마다 다르다고 대답하고 말았지만, 한국남자가 역시 정많고 최고란 대답을 원하는 게 너무 뻔한데 어떻게 그대로 말해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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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팔리는 인디 밴드의 드러머인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정말 낙천적인데 30이 넘도록 돈 벌 생각을 안하고 있습니다...틈이 나면 프랑스쪽 알프스에서 스노우보딩을 하거나 데븐 해안에서 서핑을 하고, 작은 공연을 하러 여기 저기 다닙니다. 이 친구의 밴드 멤버들은 얘랑 달리 모두들 180이 넘고 늘씬해서 패션 모델같이 생겼는데, 리드 싱어는 정말 예쁘게 생긴 남자애입니다. 근데 제정신일 땐 좀 못됐고, 술에 취해 있거나 약에 취해 있을 경우엔 멍청해요. 처음 보면 '우와'하다가 얘기를 시작한 지 한 30분 지나면 지루-해집니다. 오늘 이사람들 공연에 가기로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다음에 가기로 미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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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 펑크 밴드의 멤버와 수다를 떨게 되었습니다. 엑스 펑크답게 대단히 정치적이고 리버럴하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여자들이 코를 높이고 눈을 키우는 성형수술을 하는게 유행이라고 들었다면서 사실이냐고 물어보더군요. 뭐 사실이긴 하지만 저는 성형수술에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만을 가지고 있진 않아서 뭐라고 딱잘라 대답하기가 곤란하더군요. 하지만 개성이란 측면에서 좀 안타깝단 생각은 듭니다. 요 며칠 동안 정말 일반적으로 말하기 곤란한 질문만 받는군요.

물론 제 견해는 있습니다만, 저랑 오랫동안 아주 친해서 맥락이 잘 이해되는 친구 사이가 아니라면 정치적으로 불공정한 독설 혹은 농담은 오해의 여지가 있어서 매우 미적지근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네요. 한국사람들은 인종차별을 하냐고 묻길래 '물론이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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