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응... 메일에 엄청거대한 12MB짜리파일이 (한국사시는 분들께는 12MB가 거대하다는게 무지 원시적인 얘기겠지만 저는 아직 다이알업 인터넷접속을 합니다...) 20분넘게 걸려 왔길래 뭔가하고 봤더니 제 책의 카버 디자인이었습니다. 심정이 묘~ 하군요. 이젠 빼도 박도 못하고 출판되는구나... 그런... 아직 수정고도 나오지않은상태인데... 좀있으면 아마존닷컴에도 출판예정본으로 올라가고 ISBN넘버도 다 결정됐다네요. 아직 지도도 안그렸는데...
박사학위논문때까지 합치면 거의 10년을 붙잡고 있었던 책이라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마도 영원히 출판되지않으리라 믿고 있었던것같은데, 이제 "출판되지 않은 미지의 걸작" 의 저자가 될 가능성은 영구히 사라지고, "혼란스럽고 자의식만 충만한 그렇고 그런, 많고 많은 연구서의 저자중의 하나" 가 확실히 되는거죠. 으아~
카버 디자인은 아주 마음에 들구요... 19세기말 일본의 신문삽화에서 뽑은건데, 칼라에다가 거대한 문어가 등장하는 재미있는그림을 쓴거고... 아주 고상하고 귀티나게 디자인을 해주셔서... 이제 보니 자칫하면 코믹한 천박함이 강조될수도 있는 그림이었는데.
2. 언제 한국의 대학 또는 연구원에서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일본 만화를 중심으로 일본대중문화 강좌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군요. 저는 한국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지만 한국의 10대, 20대들과 좀 문화에 관한 "문화적" 대화를 지속적으로 나누고 싶은 욕망은 있습니다. 민족과 국가를 위해 젊은세대를 교육하겠다는 그런게 아니고, (뭐 이것도 무슨 독도문제같은걸가지고 열받고 행동하는것보다는 훨씬 민족과 국가에 도움이 되겠지만) 제가 싫어하는 표현을 쓰자면 한국의 10대, 20대가 다른세대보다 "코드" 가 맞는게 많은것같아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한국에서 들렸다 가는 제 세대의 한국사람들 거의 전부가 "간둬라. 실망한다" 라고 충고합니다. 개중에는 "젊은 친구들이 더 보수적이다" 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죠. 보수적인거랑 일본문화에 관심있는거랑은 다른얘기아닌가? 하고 응답하면 대충 "걔네들은 먹고 사는 거에만 관심있고 그런거 관심없다" 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옵니다. 결국 머가 어떻다는 건지...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먹고 사는거에 관심을 두지 말란얘긴지... 일본만화같은거는 "교양" 으로 인정할수없다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있는것같기도 하고.
저는 15년전쯤에 일본문화와 역사를 전공하면서 한국도 21세기쯤되면 일본문화와 역사 전공자로 넘쳐나고, 일본에 대한 전문가들이 각 분야마다 포진하고 있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제 5년이나 10년쯤 후배가되는 일본에서 (증말 힘든) 학위를 받은 분들이 지금 대접받는 걸보면 (or lack thereof) 영 그렇게 된것같지는 않고... 전반적으로는 일본문화는 확실히 한국에 많이 들어와있긴하지만...
3. [얼굴없는 미녀], 결국은 그 이순재씨 장미희씨 주연의 옛TV드라마플롯을 살리지도 못하고 끝났네요. 아깝다. 아깝네요. 전 이런 시각적으로 막 달아오른영화를 너무 좋아하는데. 70년대 이탈리아 호러를 마구잡이로 모으는것도 다 그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아예 김태우가 여자고객을 연속살인한다든지 아니면 살인범으로 몰린다든지 하는 이탈리아식 지알로(giallo)로 만들었으면 좋았을걸...
그런데 김혜수씨도 좀 안맞았지만 김태우씨는 정말 미스캐스팅인것같아요. 피곤한얼굴을 하고있으면 저까지 피곤해지니 ^ ^ 턱에 기름기가 끼어서 좀 느끼하고 얄밉거나 아니면 위선적인 분위기가 감돌면서 표면적으로는 쾌활하고 매력적인 배우가 했더라면 더 좋았을것같아요. 40대의 신하균씨같은 사람이었다면 (좀 이상한 예인가? ^ ^;;) ... 그리고 좀 마음에 드는 서포팅캐릭터가 한 두명정도 있었어도 괜찮았을것같았군요. 각본을 조금 다듬었더라면... 하여간 아쉬운 작품입니다. 그런데, 실패작이라고 말로는 하면서 벌써 세번이나 본걸보면 (두번째는 김영진씨 코멘터리들을려고 본거긴하지만) 싫어하는 영화라고는 부를수없을것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