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창동 감독, 윤정희 주연의 '시'는 보기 두려운 영화로군요. 시집을 사서 시를 읽지 않은지 오래 되었습니다. 제가 시를 읽지 않게되었다는 건, 제가 생각하기엔, 먹고 살기 위해 위를 늘리고 서 날개는 자르고 땅을 기는 벌레가 되기로 결정한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하잘것 없이 삭은 노친네가 혼자 날개를 달고 날아가겠다니, 아마도 지루하고 또 미어질 듯이 가슴을 찌르는 영화일 것 같습니다.
2. 예전에 어떤 아동소설을 보았는데 - 누런 갱지에 출판된 아동소설이라는 게 나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 거기에서 어떤 씩씩하고 못생기고 힘센 한국소녀가 나옵니다. 어떤 부량배가 이 소녀를 농락하려고 (그러나 몸을 농락하려는 것은 아니옵고) 윤정희 닮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 부량배는 소녀의 꿋꿋함에 감복하여 윤정희보다 더 이쁘다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이 아니어요. 라고 말합니다. 이 시대에는 윤정희가 미인의 대명사로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윤정희의 얼굴도 참혹하게 늙었더군요.
3. 한번도 예뻐 본 적이 없이 늙은 여자가 더 억울한 것인가? 아니면 눈부시게 예뻤던 만큼 다시는 그런 미모를 찾을 길 없이 비교적 공평하게 늙은 여자가 더 억울한 것인가? 그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느쪽도 억울한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둘다 거저받은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