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홈페이지 부활에 대한 단상.

  • Tech n9ne
  •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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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만 실제로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경우는 무한한 제로에 가까운 게으른 인간 주제에 그나마 있던 미니홈피까지 날려버린 후에 계획하고 있는 일이 바로 '개인 홈페이지 부활 프로젝트'라니. 하나 있던 디카가 뜻하지 않게 불치병에 걸려 죽어버린 뒤에 망연자실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홈페이지를 되살리려 하니 앞날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예전 홈페이지 자료가 남아있다면 "여러분, 리뉴얼이 길었습니다. 죄송할 것 같지만 저는 뻔뻔해서 그런거 몰라요." 따위의 어설픈 개그로 대충 수습하고 새단장을 할텐데 훗날의 기약 따위와는 백만년 멀리 떨어져 살던 인간에게 그런 것이 남아있을리 없습니다.

그래, 새로 시작하는거야. 폼나게. 국가 공인 쿨가이 1급 자격증도 있는 주제에 이런 사소한 일에 좌절해버리면 나중에 결혼해서 밥에 콩 들어갔다고 식탁 앞에서 좌절 모드로 시위하는 시시한 인간이 되어버릴지도 몰라. (밥에 콩 들어가면 싫어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대범하게 먹을 수 있는 쿨가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함.) 어쨌든 그런 이유로 - 사실은 친한 여동생이 "오빠, 홈페이지 새로 만든다면서 미니홈피도 문 닫더니 어째 몇달째 소식이 없네?"라고 말해 정곡을 찔린 이유로 드디어 오늘 새벽에 새천년 새시대에 발맞춰 나가는 음침하고 왠지 수상쩍은 개인 홈페이지 부활 프로젝트의 컨덴츠 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하는 인간.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허구한 날 하는게 코딩이라 레이 아웃만 잡으면 그 뒤로는 술술 풀려 나갈꺼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임시 홈페이지를 완성하고 일단 주위 사람들에게 선을 보인 뒤 만족스러운 반응이 돌아오면 안정된 계정과 도메인을 구입 후 다시 한번 여성 팬들을 끌어모아 "님 홈페이지에만 오면 시간 가는 줄 몰라 생활에 지장이 많으니 책임질테면 제 입술을 훔쳐가주세요." 따위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체크 포인트 1 : 어째서 낮에 안하고 남들 다 자는 새벽에 하고 자빠졌는가.
체크 포인트 2 : 밥에 콩 안넣는 여자와 결혼하는게 지상 최대의 목표.
체크 포인트 3 : 제 입술을 훔쳐가주세요.
체크 포인트 4 : 제발 여자 친구가 이 글을 안보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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