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미 대선쇼 종합 정리
진보누리의 CNN속보님의 글입니다.
(첨 부터 부시가 재선될꺼라고 생각했고 맘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가슴이 답답하고....암튼 미치겠습니다.)
프롤로그
세상이 우경화되어가고 미국이 우경화되어간다. 네오콘은 점점 막 나가는 깡패나 다름없다. 2000년 대선을 봐라. 의회청문회에 흑인유권자들이 나와서 선거부정을 부르짖어도 눈 하나 깜작하지 않는다. 플로리다에서 대규모 부정이 있었고 이걸로 부시가 당선되었다는것은 세상이 알고 공화당이 알고 민주당이 다 안다. 그래도 민주당 새끼들은 기성체제 자체가 무너지는게 두려워서 공화당의 깡패짓을 용인해주고 넘어간다. 깡패짓하는 넘이나 입 한번 뻥긋 안하고 타협하고 질질 끌려가는 넘이나 다 똑같다. 언론은? 조까라 그래라. 민주주의는 끝장났고 대의제는 철저히 타락했다. 유권자의 절반이 투표하지 않는 선거에서 오차범위 내로 이기는 선거? 그것도 선거부정까지 저질러가면서?
결국은 한편의 퍼포먼스다. 예측도 별볼일 없고 선거운동는 물론이고 선거 자체가 무의미하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고, 공화당과 네오콘의 수뇌부가 결단하면 플로리다, 오하이오, 어디서든 뭔가 하나 터지게 되어있다. 양당체제에서 절대 벗어날 생각이 없는 민주당이 목숨 걸고 반격? 민주당이 배알없는 삼룡이새끼들이라는건 2000년에 이미 증명되었고 언론과 여론이야 얼르고 달래면 그만이다.
여론조사 백날 해봐라. 그게 맞아들어가나. 차라리 폭스티비 사장에게 히로뽕 탄 칵테일 먹여서 시나리오가 어케 짜여져있는지 알아내는게 더 빠를 것이다.
체제내 우파가 깽판치면 체제내 좌파는 끌려가게 되어있다- 물론 민주당은 좌파의 좌자도 안되는 애들이지만 공화-민주 양당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그런 포지션과 역할이라 쳤을때. 민주당내 좌파애들이야 거리로 나가자, 전면전을 벌이자고 하겠지만 쪽수가 너무 적다. 결국 이번에도 공화당의 승리는 필연적이다. 선거에서 질 마음이 전혀 없으므로, 안 지게 되어있다.
미국애들이 지금은 따신 밥 계속 먹으려고 공화당의 저런 짓을 용납하지만 얼마 안가 정체성의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개좃같은 이런 민주주의 걸레를 과연 걸쳐야 하는가 하고.
1.
부시되면 전쟁난다, 케리 되면 그나마 좀 낫다, 뭐 이런 인식을 일부 남한시민들이 하는 모양인데 희망사항을 가지기에 앞서 거시적흐름에 대한 인식을 좀 가질 필요가 있다. 양당이 미국패권 유지라는 명제엔 전혀 이견이 없고 중국 견제가 극히 중요하다는 것을 공히 인식하고 있다. 정치자금 제공도 똑같은 기업들에서 똑같이 받고있다, 액수가 공화당 쪽이 좀 더 많을 뿐이지. 돈줄이 말라가는 이유는 루즈벨트 이후의 전통적 우위가 70년대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이 기업들에게 보여줄수 있는 밑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간략화하자면 돈과 정치적 실력,영향력이 서로 교환되는셈인데 과거 민주당 지지층은 정치를 포기하거나 인생을 포기하는 낙오자, 극빈층, 정치 무관심자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반대로 세금 덜 내게해주고 시끄러운 흑인, 여성문제 등에 속시원히 대처해주는 공화당 쪽으로 옮겨가는 다른 계층도 있다. 결국 사회전반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샌드위치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과거 유럽과는 달리 미국 정치에서 중도 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을 대체할만한 노동자 정당, 사민주의 정당 출현의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거의 100% 없다고 할수 있고(100년전쯤에 기회가 있었으나 패배했다고 할수 있다) 결국 민주당은 이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눈 뜨고 당할수 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권 잡을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민주당 좌파는 비지론 깃발 아래 그저 입닥치고 있고, 민주당 우파가 열심히 우측으로 가서 앵벌이 해오는 것이다. 부시 반대라는 민주당 후보가 어째 더 매파적으로 보이고 이라크전과 대테러전쟁 문제에서도 더 강경하고 꼴통스런 인식을 보이는지는 이렇게 설명이 된다.
2.
중요한 전제부터 말하자면 지금은 행정부교체가 크게 의미있는 시대가 아니다. 중요 사안에선 더욱 그렇다. 레토릭이야 화려하지만 실제로 취할수 있는 행동반경은 진작에 정해져있고 대개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변화가 일어나는 것조차 해당 행정부가 주도한다기 보다는 대내외적 여건의 성숙과 엘리트 계층의 전반적인 합의에 의한 결과로 봐야한다. 비둘기파라는 클린턴이 실제로 북핵 일보 직전까지 갔던 것이나, 집권하면 전쟁 날듯했던 부시 4년동안 레토릭만 요란했지 미군이 한반도에서 소총 한번 쏘지 않은 것이 다 이런 구조적 배경 탓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관점은 한반도 자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시중의 상식이 되어있듯이 문제는 중국에 있다. 공화, 민주 양당이 모두 승복하는 전제 하나는 미국의 패권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미국민들에게 얼마나 절실한 문제이며 왜 정치세력에게 사활이 되는지는, 역으로 패권국가에 태어나 살아보지 못한 이들에겐 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다. 미국민에게 패권이란(리더쉽이니 민주주의경찰이니 하고 미화가 되기도 하지만)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 절대적 명제이다. 실제로 지난 100년을 그렇게 살아왔고 미국의 패권적 이익이 개개인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미국의 등장을 인정하고 식민지들이 역부족임을 인정했던 영국이나, 세력다툼에서 패해 교훈를 뼈저리게 깨달았던 독일과는 달리 미국은 19세기말 사실상의 세계 패권으로 등장한 이래 그 위치를 한번도 도전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 패권은 '중국 없는 세계'에서 구축된 것이었고 이제 그 위치를 어떻게든 검토해야할 때가 왔다. 극단적으로 간략화하자면 민주-공화 양당의 의견차는 패권 유지라는 똑같은 전제 하에서 중국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문제이다. 공화당내 매파는 중국 해체와 무력화를 주장하는 한편 그를 위한 작업이 빠르고 대규모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기존의 아시아 반공동맹을 미국 주도의 범아시아 중국견제동맹으로 육성하면서 중국을 차츰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로 유인하는 트로이의 목마 쯤으로 쓰자는 구상이다. 그 흔적들이 APEC이고 클린턴이 96년에 중국 가서 내놓은 상하이 코뮤니케 등등이다. 90년대에 미국 기업들과 자본의 입장은 대체로 당시의 활황에 힘입어 민주당쪽 점진유인책을 선호하는 쪽이었으나 신경제가 금새 뽀록나고 이윤율이 무지막지 하락하면서 차츰 중국을 이용해먹을수 있다는 경제적 자신감이 사라진 상태로 변해왔다. 특히 군수와 석유 분야에서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파이널 솔루션이 나와야 한다는 요구가 팽배해졌고 아쉬운대로 아프가니스탄, 그뒤에 이라크 이렇게 전쟁을 벌여왔다. 일단 군사적 해결주의가 아쉬운대로 해결사 노릇을 하자 대중국 포위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했고, 만일에 중국을 고립,무력화 시키는 한편 그 안팎의 자원을 미국이 싸그리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도 미국의 미래로서 나쁘지 않다는 계산을 모두가 하게 된 것이다. 10년짜리 전쟁으로 월남전도 나쁘지 않다는 거국적 결단 아래 민주당 정부가 총대를 멘 것과 같다고 할수 있다.
3.
말콤엑스는 일찌기 이렇게 경고하였다. 흑인에 의한 자발적 흑백분리를 실현하여 흑인 스스로의 경제적 자립, 정치세력화, 문화적 정체성 확립을 이룩하지 않는한 흑백통합은 절대 불가능할뿐더러 흑인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는다. 인종문제에 관한 탁월한 계급적 통찰이라고 하겠다. 흑인 주도의 자발적인 흑백분리가 없었기에, 오늘날 소득과 직업과 피부색으로 갈갈이 찢기고 있는 미국의 인종적 분열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할수 있고 애초에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던 개량적 민권운동의 한계를 여실히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민권운동의 흑인 주류들까지 포함된 미국 전체가 말콤엑스의 주장을 거부하고 그의 입을 죽음으로 봉한것 같이 흑인 문제는 지금껏 본질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고찰되어 그것이 사회적 합의와 정책에까지 이른 적이 없다. 미국 사회는 미국이 인종의 용광로라는 이데올로기적 환상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개선과 진보를 원하지 않는다. 백인들은 죄다 교외로 빠져나가 도심을 일종의 격리 지대로 만들어 버렸고, 흑인들이 그 격리 지대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만 확실하다면 지금까지처럼 철저히 무관심하기를 원한다. 박터지게 투쟁했던 민권운동의 여파로 잠시 시행되었던 빈곤층(사실상 저교육, 저소득, 저숙련의 흑인들을 목표한) 경제적 자립 프로그램들은 채 몇년도 되지 않아 레이건 시절에 대부분 박살이 났고 오로지 남은 것이라곤 최저 생존이 겨우 가능한 실업 수당이 전부이다. 빈곤이 다시 빈곤을 낳고 빈곤이 다시 절망적인 폭력이 낳고 그 절망과 폭력과 빈곤이 또다른 폭력과 절망과 빈곤을 낳고. 그것이 오늘날 흑인 슬럼가들의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싸구려 마약 소지만으로도 흑인 남자애들 대부분이 10대 시절에 감옥에 쳐넣어지고 그것이 전과가 되고 범죄학습이 되고 경찰의 무차별적인 폭력과 단속의 이유가 된다. 남자들이 대부분 감옥에 가있는 상황에서 싱글맘에 대한 보조는 더욱 삭감되고 결국 투잡, 쓰리잡의 육체노동을 뛰어야하는 바쁜 엄마들 뒤에서 애들은 무방비와 무관심 상태로 놓아진다. 차별적 구조의 변혁도 아닌 개선조차 시도할 의지가 없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부적 전쟁 상황이다.
새로울게 없는 미국내 흑인문제를 기술한 이유는 대의제와 민주주의를 홍어좃으로도 여기지 않는 네오콘들에게 선거 상황에서 흑인들이 눈에 가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미래에 투표율이 과반수도 넘지 않을 수준의 미국 선거에서, 특히 덩치 크고 선거인단 많은 빅스윙 스테이트들에서, 흑인 유권자들이 행하는 전통적인 민주당 몰표는 공화당측 정권 장악 시나리오에 상당히 위협이 되고있다. 그러나 대의제를 존중하는 시늉이라도 내던 2000년 이전엔 특정 유권자 집단 자체를 무력화하고 선거방해를 노골적으로 획책하는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만행에 앞서서, 그런 만행에 대한 우리 시대의 침묵과 무시야말로 아마 나중의 역사책은 더욱 놀라운 일로 수치스럽게 기록할 것이다. 아무튼 백인 엘리트들의 오른쪽이 자신들의 권리를(가진게 그나마 투표권밖에 없는데) 강탈해가고 민주당이라는 다른 왼쪽은 그저 침묵하고 있었던 2000년의 기억을 흑인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고 그 기억이 이번 선거에선 흑인 커뮤니티에 상당히 경각심과 각성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잡음들이 들려오고 있고 일부 주에선 명부 누락 등의 혐의가 또다시 지적되고 있다. 2000년 플로리다 부정투개표 당시 녹색당과 기타 좌파 단체, 그리고 흑인단체들은 거리로 나가 민주당의 항복 선언 후까지 투쟁한바 있다. 체제 외적인 운동에 지극히 냉소적이고 그 영향력을 저평가하는 네오콘이 만일에 승리를 자신하며 다시한번 도발을 감행한다면, 이번의 반작용은 저번보다 크고 깊게 나타날 것이다. 허구적인 봉합 아닌 뭔가 다른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흑인들의 각성을,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의식 고취를, 오히려 적대 집단이 부추기는 아이러니가 과연 발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