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과 싸이에 대한 단상

  • cynic
  •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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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혼자끄적이는 글이라 여기 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게 반말입니다.
읽으실 때 양해해주십쇼.




'b형남자'라는 가요가 나오고 'b형남자친구'라는 영화가 제작중이다. 심지어 어느 입사면접에서는 혈액형을 물어본댄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검사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터무니없음은 딴지일보에서 예전에 다 까발렸었다.
http://www.ddanzi.com/ddanziilbo/79/79sc_5601.asp

이 기사에서도 밝혔듯이 혈액형 성격진단의 진원지는 일본이고 그 시초가 된 책은 70년대에 나왔었다. 사실 내 유년시절인 80년대에도 혈액형 심리테스트는 소년지에서도 부록으로 흔히 나오던 것들이었다. 모두 성의없는 잡기사에 불과했다.

그런데 20년-30년이 다 지난 이 시대에 난데없이 왜 이런 혈액형 신드롬이 발생하는가.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열풍의 진원지는 아마도 내 짐작이 맞다면 인터넷이다. 그중에서도 싸이월드. 싸이질 해본 이는 다 알리라. 싸이열풍이 불면서 혈액형 심리테스트가 유달리 많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이 신드롬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한다는 것은 이것으로 설명이 될 것이다.

사실 싸이에는 혈액형류만 유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별자리로 알아보는 성격, 플레시 에니메이션을 이용한 테스트도 많이 있었다. 물론 진지한 게 아니라 중학생 수준의 사춘기적 감상주의가 더해진 채로 말이다.

그럼 질문을 고쳐서 다시 던져야 한다. 왜 이런 가벼운 심리테스트가 사회현상이 될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가?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마샬 맥루한이 말했다. 미디어의 형식이 내용을 결정하고 나아가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인터넷은 사람들로 하여금 육체적 노력없이 원하는 걸 쉽게 얻게 해준다. 맥루한식으로 이는 대중들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무기력증에 빠지고 게을러진다.

싸이월드는 개인들의 고립욕구와 개인 간의 소통욕구, 이 모순된 양자를 맞물려 극대화시켜 성공했다. 자신은 혼자 안전하게 있고 싶으면서 외로움은 벗고 싶은 욕구는 결국 관음증으로 이어진다. 상처입을 것을 두려워해 타인과 세계를 이미지(역시 싸이와 맞물려 있는 디카열풍-예전의 사람들은 간직하고 싶은 것을 사진으로 찍었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자신의 주변 모든 것을 찍는다. 육체성없이 세계 자체를 이미지화시켜버리려는 경향이다.)로만 대면해서 사교적 욕구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결국 좌절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정신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적, 육체적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점차 겁쟁이, 응석받이가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성격진단으로도 이어진다. 타인들과 가까이 있고 싶다. 남들을 알고 싶다. 하지만 상대가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는 것은 지난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칠 것도 각오해야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깎고 다듬어나가면서 성숙해져야 한다.

하지만 싫다.
왜? 힘들거든..

그래서 심리테스트가 유행한다. 노력들이지 않고 쉽게 남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그중에서도 혈액형이 제일이다. 성가시게 수십가지 질문에 대답할 필요도 없다. 생년월일같은거 몰라도 된다. 그저 혈액형 4가지 중 무엇인지만 알면 된다. 4개의 타입으로 인간의 모든 걸 설명해준다. 지구상 수십억 인구의 개성이 단 4개의 전형으로 분류된다.

브라보! 와러 원더풀 월드~ 편리한 세상..

타인과 대화같은 거, 같이 부대낄 필요도 없다. 그냥 혈액형 무슨 형인지만 알면된다.

자 게다가 이제는 미디어를 통해 혈액형 성격이 전파된다. 사람들은 무심결에 그것을 의식하고 그 기대치에 맞춰 자기 행동에 반영한다. 앞으로 수년안에 적어도 대한민국의 오천만 인구는 4가지성격으로 나뉘어 지리라.





...이런 글 쓴 건 내가 꼭 b형 남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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