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석군 관련..

  • Mono
  •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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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 부리다가 이제서야 올립니다. 저기 밑에 강의석군 글에 대해 이어지는 얘기입니다. 아무래도 얘기의 가닥을 잡는게 필요해 mandalay 님의 의견에 제 생각을 이리 저리 엮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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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에 궁금했던건 그 문제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강의석군 개인에게 절실했을까입니다.  

잘못된 구조 혹은 사회적 모순에 저항해야 한다고들 하죠. 그런데 왜 저항해야 하나요?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될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그저 그러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어떤 답이 있을까요.

이렇게 얘기해 보겠습니다. 무언가에 저항하는 이유는 그게 우리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요. 불편함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가장 가깝게는 물리적으로 아픔을 주는 것들부터 시작해서,멀게는 정신적인 고통들까지 말입니다. 지금 나와는 상관 없어 보이는 동떨어진 어떤 현학적인 주제라 하더라도 그게 여러 가지 관련 고리를 따라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삶의 불편함을 주는 것이라 보여 질수만 있다면 그것에 대해 저항할 충분한 이유가 생기는겁니다.

하지만 불편함만으로는 저항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못 합니다. 하나가 더 있어야 합니다. 어떤 불편함이 있고,그 불편함의 연원을 따져서 "옳지 못하다" 고 판단될때 나는 거기에 저항합니다. 그저 불편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저항할수 있습니다만 그 저항이 별로 효과적일거 같지는 않습니다. 불편함이 주어진데 대해 명분이 있고 납득할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거기에 승복하게 되겠지요.

"불편함" 과 "옳지 않음". 이 두 가지가 무언가에 저항하고자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반드시 고려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될 겁니다.

그런데 살아가며 옳지 않은 불편함을 마주하게 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거기에 또 모두 저항하는건 아닙니다. 왜냐면 실제의 우리 삶에 문제는 산적해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당할수 있는 자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우선 순위를 둬서 가장 절실하다 할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예배시간은 졸면서 한시간 때우면 끝나는 문제라고 얘기하는 대광고 다른 학생들의 경우는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그들에게 예배 선택권이 없는 상황이란 "옳지 않은"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렇게 불편한 상황은 아니라는거지요. 아무래도 성적이니 이런 저런 고민이 많은데 굳이 그런 문제를 신경쓸 필요를 느끼지 못 했겠죠. 어쩌면 예배 시간에 듣기 싫은 수업을 피하고 모자라는 잠을 메꾸느라 행복해 하는 소수의 학생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는 학교측 주장대로 교양을 넓혀 준다고 그 시간을 기다리는 학생들도 전혀 없다고 할순 없겠지요.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선 순위에서 밀렸고 그래서 거기에 집중을 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이요. 지하철에서 불신 지옥을 떠드는 전도사들을 보고 대개의 사람들은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다들 발길이 바쁘니까. 혹은 괜히 불필요한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 것이죠.

이런 태도가 바람직한지 어떤지는 별개의 얘기거리가 될 겁니다만, 여기선 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강의석군의 경우를 생각해보도록 하죠.

평준화 학교에서 미션 스쿨이 학생들을 가려 받을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배려 할수 없다는 학교의 주장은 사실 설득력이 없지요. 강의석군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예배 선택권을 주지 않는건 비신자를 대상으로 한 학교측의 선교 행위가 될겁니다. 어찌 되었건 광고를 하는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늘테니까요. 비신자로 하여금 예배에 참여하게 하는건 특정 채널에 맞춰진 홈쇼핑 광고를 강제로 정해진 시간 동안 보게 하는 것과 비슷할 겁니다. 하루에 15분, 일주일에 한 시간씩 의무적으로 가져야 하는 그 시간이 어떤 이유로 그렇게 강의석군을 불편하게 했을까요. 잘은 모르지만 그런 종류의 불편함에 대해 다른 친구들은 잠을 잔다는 좋은 해법을 가지고 있었지요.

친구들이 잠 자는 그 시간에 강의석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무래도 그 친구는 옳지 않은 일이 행해지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에 매우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드물지만 이런 경우가 있지요. 제게는 그래서 이 모든 이야기가 어떤 종류의 우화처럼 읽힙니다. 옳고 그름 그 자체에 골몰하는 한 소년이 결국 자신을 희생해서 원하는걸 얻어내고 사회가 그만큼 나아지게 되었다는. 전 그 친구의 명분에 동감하고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게까지 할 다른 개인적 동기가 없을까 궁금해합니다. 아마도 그를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인간으로 끌어 내리고 싶어 하는 별로 고상하지 못한 욕구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식이라는 극한 방법을 사용했지만 처음부터 의도하진 않았을거 같습니다. 문제가 쉽게 해결될수 있으리라 생각했는지도 모르지요. 이런 비유가 적당할까요. 길을 가다가 웅덩이를 발견했지만 다들 바쁜 사람이라 돌아가려 하겠지요. 그 중 한 사람이 반 나절 시간을 내어서 웅덩이를 메우고 길을 수선합니다. 이제 길은 고쳐졌고 사람들은 조금 더 편하게 그 길을 갈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체로 이런 종류의 일을 공공 기관에서 합니다. 제대로 된 도로 정비 시스템을 가진 사회라면 신고가 들어왔을때 해당 인력을 투입해서 길을 고치도록 하지요. 강의석군이 애당초 하고자 했던 일도 길에 웅덩이가 있다는 "신고" 였을 겁니다. 그러면 상부 기관(교육청?) 이 이에 대해 잘못 되었음을 인지하고 그 학교에게 시정하도록 요구하고 학교가 수용해서 결국 문제가 해결되는 아름다운 과정을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가진 시스템이 별로 아름답지가 못 하다는데 있었지요. 일선 교육청에선 미션 스쿨이 예배 선택권을 주지 않더라도 그걸 막을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고 합니다. 단식을 시작한것도 그래서이겠지요. 시스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수 없다면 시스템 바깥에서라도 치고 들어가야 할텐데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운동가라고 부르던가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게 아니라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데 합의를 낼수 있다면 학교 교육에서 그들을 육성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겁니다.

홍성욱 교수가 흥미로운 제안을 한 적이 있는데 학교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 참여를 유도하는 수업을 개설해서 듣도록 하는건 어떨까요. 정규 교육 과정에서 사회 모순에 저항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교가 우리 나라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있다면 그 커리큘럼에는 싸워야 할 근거를 찾고 함께 할 사람들을 조직해 나가기 등이 들어가겠군요. 강의석군의 경우에는 독학으로 이 수업 과정을 이수했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너무 혼자서 그 길을 걷고자 한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전학이라는 거.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돌아가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죠. 예배 선택권의 문제가 이슈화된 상황에서라면 이런 우회로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만한 운동의 방식이 될수 있지 않을까요. 옳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단식이란 방법은 너무 힘들고 그렇기에 같이 가고 싶어하는 다른 친구들이 따라 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도덕적 무력감에 사로 잡히지 않고 함께 할수 있는 정도로 수위를 낮추는 방법이란 점에서 전학은 나름의 방법이 됩니다.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절차가 걸리겠지만,그래도 양심의 자유를 찾아 떠나는 친구들에게 전학은 단식보다는 쉬운 선택이 될겁니다. 시장에서 선택되지 않는 상품이 결국 퇴출되는 것처럼 전학이란 방법은 예배 선택권을 주지 않는 학교에 대해 학생들이 가하는 효과적인 공격이 되겠지요. 사회 곳곳에서 종교적 자유를 찾아 전학하는 학생들이 늘면 학교측도 이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을 겁니다. 실제로 대광고 내부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이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민을 가지 못 하는 이유라면 이민 가는게 남아 있는거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국에서도 같은 말을 사용하고,적어도 이민 가는게 동네 이사하는거 만큼 쉬워진다면 그리고 이런 저런 불편함으로 가득한 동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사하는 것처럼 쉽게 이민을 가리라고 생각해요. 사회도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 체재에 들어서야죠. 물론 이건 이상론에 불과합니다. 이사 가기 쉽지 않은 동네에서 이사나 가라고 말하는건 일종의 비아냥이죠. 하신 말씀은 이런 비아냥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쉽게 이사 갈수 없는 상황이 이사 갈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얘기하는 저도 어떻게든 이 땅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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