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육체적, 심리적으로 매우 피곤한 일이 있어서 스스로에게 보상을 좀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아웃백에 가서 저녁을 먹었지요. 혼자요.
혼자라는 말에 바에 앉겠느냐 테이블에 앉겠느냐고 물어서 바에 앉았어요. 그리고 생선스테이크에 백포도주를 곁들어 먹고 있었죠.
거의 다 먹어 가는데 바의 직원이 갑자기 책 많이 읽느냐고 묻는 거예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최근 석달간 책 한 줄 읽은 적이 없지만 평소에 많이 읽는 편이기에 일단은 그렇다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자기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손님이랑 대화를 하려면 책을 좀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워낙 책을 읽은 경험이 없어서 책 읽기가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 그래서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야흐로 대화가 시작되려는 참인데 갑자기 음료 주문이 마구 들어온 데다 설상가상 위층으로 가야할 일까지 생겼어요. 그 직원은 나에게 죄송한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올라갔고 전 혼자 텔레비전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죠.
근데 시간이 좀 지나도 그 직원은 안 오고 매니저처럼 보이는 여자가 바에 오더니 일을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저에게 '뭐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직장이 근처세요?' 하고 묻더라구요. 그러더니 '기다리기 지루하시죠.'라고 까지 하더군요. 난 그런가 보다하고 대충 대답하고 있었는데 음식이 맛있었냐며 소다라도 드실래요 하고 권하더군요. 그래서 소다는 됐고 더운 물이나 달라고 했더니 뜨거운 물과 '이거 필요하면 같이 드세요.' 라면서 녹차 티백까지 같이 갔다 주더군요.
전 그 녹차를 마시면서 계속 그 직원을 기다렸죠. 하지만 녹차를 다 마시도록 기다리던 직원이 안 와서 그냥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매니저 같은 여직원이 갑자기 빵 싸드릴테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커피나 소다 서비스를 받은 적은 있어도 빵이랑 버터까지 싸주기는 처음이라 이게 웬 일인가 싶더군요.
그 빵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집으로 오던 중에 문득 짚이는 게 있더군요. 혼자 텔레비전을 보던 중에 브라질 축구 선수 세르지요가 시합 중에 심장마비로 쓰러져서 사망하는 뉴스가 나왔어요. 쓰러진 직후 팀닥터들이 달려들어 필사적으로 CPR을 하는 장면이랑 앰뷸런스로 호송되는 장면, 죽은 선수 곁에서 부인이 우는 장면이랑 선수들이 동그랗게 모여서 묵념하는 장면까지 나오자 사는 게 뭔지 하는 생각과 젊은 사람이 안 됐다 싶은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나더군요. 텔레비전 보다 우는 것도 좀 민망해서 누가 볼까 냅킨으로 재빨리 눈물을 찍어냈는데 아마 그 장면을 매니저가 본 게 아닐까 싶어요. 혼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 먹다 눈물을 찍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상상이 뭉게뭉게 피어났겠죠. 그 결과 저에게 따뜻한 위로의 녹차와 빵을 준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