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뛰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길에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뛰었던 것 같아요. 교통 수단 안에 서 있거나 달리거나 경보를 했죠. 루비치 영화제는 넉넉하게 가도 되었는데 시간을 잘못 아는 바람에 보통 때보다 3,40분 정도 늦게 출발했고요. 전철역까지는 뛰었고 종각에서 내려 나머지는 택시를 타고 갔답니다. 중간에 또 차가 막혀서 내려 뛰었고요. 도착하고 나니 3시 41분. 영화는 50분 조금 전에 시작되었죠. 영화가 끝난 뒤 7시에 약속이 있어서 다시 종각까지 뛰고 다른 역에서 내려 또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나니 6시 59분이더군요. 전 패셔너블하게 늦는 건 영 취미가 없고 또 관공서 사람들과 한 약속을 엉망으로 만들 생각도 없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답니다. 세상엔 약속 시간에 맞추어 와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사람들 둘로 나뉘어지는데, 전 늘 전자였어요. 손해보는 느낌이죠.
2.
[미이라 마의 눈]과 [인형]을 봤는데, 둘 다 재미있더군요. 폭력적인 비극적 결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앞의 영화는 그렇게까지 맘에 든 편은 아니었지만, [인형]은 실컷 웃으면서 잘 봤습니다. 루비치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와 관련된 고전들을 다시 보고 싶어져요. [메리 위도우]나 [코펠리아]는 둘 다 가지고 있으니까 한 번 시간이 나면 다시 다 봐야겠군요.
[니노치카]나 [천국은 기다려준다], [죽느냐 사느냐] 같은 후기 대표작은 일단 포기하고 있습니다. 잘한 일일까요? 자주 보는 영화이긴 하지만 다들 비디오나 텔레비전으로 본 건데... 왜 루비치 영화의 DVD 출시는 이렇게 미진한 걸까요?
어제 [삶의 설계]에서 자막 문제가 심각했는데, 다른 날 보신 분 계신가요? 그 때도 그랬나요?
3.
저에게 유치한 버릇이 하나 있는데, 그건 공짜로 나누어 주는 컬러 인쇄 화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거예요. 집까지 와서 두 번 이상 보는 일도 없으면서 늘 유혹에 빠집니다. 왜냐고 물으면 칼라이고 공짜여서라는 답변밖에 못하겠어요. 오늘도 로엠 광고 화보랑 향장을 집까지 들고 왔습니다. 요새 김정화는 뭐한다나요...
4.
요새 갑자기 오페라를 직접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냥 가벼운 기분으로요. 최근의 환경은 분명 나아졌지만 그래도 이탈리아 오페라의 열광적인 팬은 아닌 터라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레파토리가 많지 않습니다. 요새 전 프랑스 오페라가 당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라크메]같은 오페라가 별 인기 없겠죠? 그냥 DVD로 챙긴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나 봐야겠습니다. 오늘은 불레즈 버전을 볼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