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던 사람을 악몽속에서 만났을때

  • 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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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깊은 잠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도 꽤 또렷한 꿈이었고, 버스에서 내려 집에 오는 발걸음을 우울하게 하여 주는 꿈이었죠.

꿈속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정은임 아나운서였어요.
저는 정은임 아나운서가 운전하는 차의 뒷자리에 타고 있었죠. 단 한 번도 직접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였음에도 예전부터 친근하게 지내온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었죠.  저는 조수석 등받이를 팔로 끌어안고 머리를 기댄 채로 날씨 얘기와 교통체증에 관한 이야기 몇 마디를 주고 받았어요. 그녀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아니면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내일은 안 돼요. 내일 모레에 가세요."라는 말을 하고는 그녀의 차에서 내렸고요. (저는 무슨 의미로 저런 소릴 했던 걸까요?)

그리고 차에서 내린 곳은 흡사 시골의 작은 분교 같은 건물이 있는 곳이었는데 침침한 벽의 색깔과 몸을 휘감는 농무, 그리고 불쾌한 소리로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그때야 꿈이란 걸 깨달았는지 저도 모르게 꿈속에서 욕을 했던 것 같아요.
(XX, 또 사일런트 힐이냐?)

아니나 다를까, 눈앞에 버블헤드 너스가 빈손으로(이건 의외) 다가오더군요. 벽 쪽으로 몰린 저는 버블헤드 너스의 팔을 붙들고 이리저리 휘두르며 다른 버블헤드 너스들을 피해 달아났습니다.
그러다 눈을 떴고요.

일요일의 낮잠 끝에 꾼 꿈이었다면 방구석에서 눈물이라도 찔끔거렸을 만큼 우울한 꿈이었는데 장소가 아무래도 버스 안이다 보니 그러긴 곤란해서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습니다.
하필 내린 곳도 인적이 드문 허허벌판이었어요. 기분이 좀 나아질 때까지 걷는데 담배 생각도 나더라고요.

담배를 끊었다는 게 이럴 때는 별 위안이 안 돼요.

추운 날, 따뜻한 곳에 있다가 밖에 나와서 한가득 찬바람을 들이킬 때나, 좋아하던 사람을 악몽 속에서 만났을 때는 담배를 대신 할 만한 게 마땅치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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