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명은 한계가 있습니다. 활동할 수 있을 때, 권력이 주어져 있을 때, 자기 평소 소신을 마음껏 펼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외부인들은 부시 2기의 활동시간이 4년이나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부시들은 자신들의 꿈과 포부를 펼칠 시기가 4년밖에 남지 않았음을 통탄하고 있을 겁니다.
부시정권이 이라크전쟁의 쓴맛에서 교훈을 얻어 2기 통치를 해나갈 것이라 보는 관측도 제가 보기에는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이 교훈을 얻은 것이 있다면 일단 정규전에서 신속한 승리를 거둔뒤 <반미 게릴라가 준동하지 못하도록 후속조치로서의 차기정권 수립과 효과적인 대민조치도 병행해나간다>는 수준의 교훈일 겁니다. 그들은 당선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조차 <앞으로는 1기의 실수를 적절히 감안하겠다>는 수준의 대외용 립서비스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부시정권의 강경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라는 강력한 이해관계자의 존재, 이라크와 아프간 내정의 안정이 우선시된다는 점에서 당장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북핵이 실체로서 드러나거나 드러났다고 간주될 경우, 그리고 부시의 강경 드라이브에 위협을 느끼면 튀어나오게 될 북한의 대미 성명이 <북핵과 연계되어 위협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미국 수뇌부들에 의해 간주될 경우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전쟁위기가 심화될 경우 이에 대한 한국의 억지작용은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가능합니다. 우선 평상시부터 미국의 손과 발이 되어 매사 협력을 맹세함으로써 그들의 신뢰를 획득, 유사시 그들이 우리의 내부사정도 감안하게 하여 대북전쟁을 멈추도록 하는 것입니다.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주한미군 유지론과 같은 것도 비슷한 개념에서 주장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미국과의 우호는 유지하되, 우리가 북한을 좀더 포용하는 정책을 추구함으로써 당혹감을 느낀 미국이 대북전쟁보다는 대북협상에 주력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아직은 부시2기의 행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상황이 악화될경우 평소의 지론으로 보아 이종석이나 노무현등은 두번째 방식을 채택할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이 두가지 방식의 절충형도 국제정치학자들 사이에서 제3의 대안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만 거기까지는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종교 근본주의에 입각한 이분법론자들을 믿지 않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설마 그러랴, 그네들은 지금 당장 겉보기에는 그래보여도 속으로는 미국적 안정과 전통에 입각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는 뻔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부시 2기가 그냥 지나갈 가능성도 있으며 그냥 지나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가 스티븐킹 원작의 TV 드라마 데드존에 나오는 주인공 조니 스미스가 아닌 이상 그런 것을 알수는 없지요. 이처럼 전쟁이 발발하느냐 아니냐가 확률의 문제라 할지라도 애국심 없는 국민이라면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지금이 이민 갈 기회입니다. 이 땅에는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동요치 않고 이 나라를 지킬 의지를 갖춘 국민만 남아있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