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보다 더한 탄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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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보다 더한 탄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동행취재] 공무원노조 총파업 산개투쟁 이틀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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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김도균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한양대에서 급히 빠져나오고 있는 조합원 ⓒ민중의소리

15일 아침 한양대에서 결의대회 도중 경찰의 침탈을 우려해 학교를 급히 빠져 나온 뒤 7시간이 흘렀다. 7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일행은 한 곳에서 꼼짝도 못하고 묶여있어야 했다. 음식도 시켜 먹었다.

시계바늘이 오후4시를 향할 무렵 지부장의 전화기로 한통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재집결'

일행은 두개조로 나눠 택시를 탔다. 라디오에선 공무원노조 파업소식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양대 근처 도로에는 경찰버스로 가득했다. 정문쪽은 여전히 이중삼중 경계태세를 보이고 있었다. 지부장이 택시기사에게 말을 건네본다.

"공무원노조가 파업하나보네요?"

택시기사가 한마디 한다.
"아니 공무원들이 무슨 파업이냐 말도 안되는 소리지. 아니 배가 부른 놈들이 부패 일삼으면서 파업은 무슨 파업..."

옆자리에 앉은 지부장이 그래도 공무원노조가 생겨 부정부패 뿌리뽑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슬쩍 받아본다. 그러나 기사는 공무원들이 노조 만드는 걸 허용해주면 경찰도, 군대도 노조만들려 들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 봉급으로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월급 제일 적은 데가 군대 아녜요? 그럼 군인들도 노조 만들어서 파업한다고 그럴테지 그럼 나라꼴이 어떻게 되냐고요"

지부장은 택시기사 말에 더 대꾸를 하고 싶었지만 다른 일행과 같이 웃고 말았다. 얼마나 설명해 주고 싶었을까. 지부장의 입가엔 쓴웃음이 흘렀다.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던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모여 기습시위를 벌이고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줬다.
집회가 시작되고 파업가가 울려퍼지던 중 도로 양쪽에 경찰차량이 나타났다. 또다시 해산. 대열뒤쪽에 있던 조합원들부터 급히 지하철역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앞쪽에 있던 조합원들도 터미널 안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조합원들. ⓒ민중의소리


터미널앞에서 흩어지면서 지부 조합원 일행이 손에 들고 있던 유인물이 바닥에 떨어져 휘날렸다.

이날 오후 신변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써달라는 당부의 얘기가 나왔다. 서울 도심은 지하철역은 물론이고 검문검색이 더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지하철승강장에도 공익요원은 물론이고 정복경찰 두세명씩은 배치되어 검문중이었다.

일부 언론들은 치고 빠지기 게릴라 시위, 숨바꼭질 등의 표현을 쓰며 공무원노조의 투쟁을 소개했지만 신문이며 방송에서는 파업은 무산되었고 대량징계가 예상된다는 보도를 채우고 있었다.

서울중심가를 벗어나 저녁 8시경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열명 안팎으로 모여 다니던 일행이 저녁이 되자 두배로 늘어났다. 지역의 경우 주요 간부들만 남고 일반조합원들은 현장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내려가기전 서로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

소주잔을 채우고 서로 돌아가며 이번 파업참가 소감들을 이야기 했다.

△한적한 식당에서 모인 조합원들. 그들은 이번 투쟁에서 얻은 것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민중의소리


현장투쟁을 시작하는 술자리..."배운 게 많았다"

30대 후반의 일반 조합원은 배운 게 많았던 파업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노동조합에 들어와 파업이라는 걸 처음 해봤고 그 준비를 하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듣고 배우던 것과는 달리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그 고통이 많은지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패배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알았고 앞으로는 어떻게 준비해야할 지 감이 잡힙니다. 흔히 파업을 노동자들의 가장 큰 힘이라고 하는데, 패배든 승리든 한걸음 더 크게 나갈 수 있는 계기었다는 점에서 승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합원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이야기를 마칠 때마다 박수로 서로를 격려했다. 지부장이 옆에서 한마디 꺼낸다. "힘모아서 다시 싸울 수 있고 이번 총파업 우리는 승리한거에요. 이제 이보다 더한 탄압도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거죠"

"현장 돌아가는 분들은 결코 기죽지 말고 기운내서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부딪히고 밥도 같이 먹고... 그렇게 하세요"

이날 자리에 함께한 지역본부 본부장은 해임통보를 받았고 18일 날짜로 해임이 결정날 것이라고 한다. "차라리 속 편하네요 날개 달았지 뭐 하며 웃는다. 정직을 하든 감봉을 하든..."

한 조합원은 파업이란 걸 처음 해보면서 가족 등 주위의 압력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정말 핸드폰을 부숴버리고 싶었어요. 누나한테 전화오지 마누라한테서 전화오지, 형들한테서도 전화오지 전화통화하고 나서는 왜 그리 마음이 흔들렸는지..."

밤차를 타고 내려가기로 한 다른 조합원이 소감을 밝혔다.

"올라오기 전에는 이것저것 따지게 되고 고민도 많았었는데 막상 올라오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사실 이번에 참여율이 저조했는데 다시 싸움이 있을 때 나부터 올라올 자신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다음엔 더 많은 참가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장에 내려가면 마음에 빚진 사람들도 여럿 있을텐데 서로 챙겨주고 다시 활동을 꾸려 갔으면 합니다. 다들 고맙습니다"

지부장은 구속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찌되었건 10년안에 이 상황은 뒤집힐 거라고 봅니다. 구속되고 나면 이후에 더 길게보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고..."

△승리하는 역사, 전진하는 역사를 위하여 ⓒ민중의소리

언론보도에서 이번 파업이 실질적으로 무산되었다고 밝혔지만 조합원들의 평가는 달랐다. 오히려 그동안 공무원노조가 같고 있던 내부의 문제들이 부각되면서 이후 활동에 대한 계획과 목표를 분명히 세울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엔 3일을 버텼지만 다음번엔 5일도 버틸 수 있겠죠. 숱한 긴장감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면서 우리의 신념을 확인하고 응집할 수 있었던 계기었습니다. 지부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우리부터 일당백의 힘을 낼 겁니다. 현장으로 들어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전진하는 역사, 승리하는 역사, 우리가 만듭시다" 일행은 잔을 부딪히며 식당안 손님들이 다 놀랄 만큼 우렁찬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말을 나눴다.

단촐해진 일행은 도심을 벗어나 숙소를 잡았다. 조합원의 소개로 거처를 마련한 것. 널찍한 방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다른 지역에서 조합원들이 모여 있었다.

밤이 깊어오자 큼직한 방안은 20여명의 사람들로 들어찼다. 늦은 시간 한양대를 빠져나온 사람들도 꽤 있었다.

사람들은 한양대학교를 빠져나오던 상황을 이야기 하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중국집 배달부로 위장해 학교를 빠져나갔다는 이야기, 수위아저씨들도 동원되어 조합원들 색출에 나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 한양대 병원에 갇혀 하루를 다 보냈다는 이야기, 약봉지를 들고 병원 환자로 위장해 검문검색을 통과했다는 이야기 등...

TV뉴스에서는 전원중징계 방침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지만 상황을 이미 예상하고 있던 간부들이서 그랬을까. 다들 언론보도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밤이 깊어가고 사람들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공무원 노동자들의 역사적인 투쟁의 시작을 이야기 했다.

"우리는 이번 싸움 승리한 겁니다" / 김도균 기자


2004년11월16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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