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 from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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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한가한 오전의 사무실. 무료함을 달랠 꺼리를 찾고 있던 저에게 옆자리 형이 MSN 지뢰찾기 대전을 하자고 제안하더군요. 게임은 단순합니다. 아무 칸이나 클릭하는데 지뢰인 칸을 많이 찾는 쪽이 승리하는거죠. 서로 처음 해보는지라 조심스레 클릭하고 기다리는데 이런 메세지가 뜨더군요.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_엥? '죄송합니다'라니..보통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뭐 이런 메세지가 나오는데. 역시 초국가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 다르구나 하며 게임을 하는데 자꾸 그 문장이 눈에 아른거리는거에요. 그래서 오늘 포스팅 소재로 결정!

_먼저 기다림에 대해 생각해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약속 장소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수줍은 연인의 이미지군요. 그 유명한 '어린 왕자'에 나오는 표현처럼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그 자체로 행복이 됩니다. 만나고 있을 때는 서로 바라보고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하고, 헤어진 뒤에는 만났던 시간을 생각하며 그리고 다음에 만날 것을 생각하며 행복해 합니다.

_하지만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라는 유명한 시구도 있죠. 굳이 만남이 없더라도 기다리는 행위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작가의 의도는 공감하지만. 사실 만남이 없는 기다림은 그 무엇보다 슬플 수 있어요. 죽음으로 헤어진 인연에 대한 기다림이 그렇고, 정말 운명이라고 믿었던 연인이 떠나가면서 주고간 막연한 기다림이 그렇습니다. 아직까지 이런 애절한 기다림은 겪어보지 않았어요. 이건 행복인가요 불행인가요?

_우리는 수많은 기다림을 겪으며 생활합니다. 오늘 제가 겪은 게임 접속 시간처럼 사소한 것에서부터 오랜 기간 가슴을 졸이며 수능을 준비해온 수험생들, 로맨틱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연인들,  아이 출산일을 기다리는 예비 엄마의 두려움 섞인 기다림처럼 위대한 것까지.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기다림은 긍적적으로 받아드릴 필요가 있다는 거에요. 앞으로 일어날 일의 96%정도를 쓸데없는 걱정으로 기다린다는 연구결과는 너무도 비관적인 면이 강한 우리들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슬합니다.

_그렇게 생각해보니 처음에 언급했던 메세지를 고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하다는 표현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기분 나쁜 일은 아니지만 썩 기분이 좋아질리도 없는 표현이니까요. 이런 건 어떨까요?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_아까보단 훨씬 부드럽지 않나요? 항상 그 때 하면 좋을 한마디-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등- 못하고 나중에 아쉬워 하는 저에게는 이런 사소한 사고의 전환이 절실합니다. 아무리 철이 없어도 늘 의식하고 지낸다면야 '아주' 조금씩은 성숙해지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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