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공무원 파업권 주장의 모순
최근 게시판에 공무원 노조 결성, 공무원의 파업인정 여부등과 관련해 민주노동당 지지자, 열린우리당 지지자분들의 찬반의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만, 평소 민주노동당 지지를 표방하신 분들의 경우 공무원의 파업인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좋은 글들을 여럿 올려주셨더군요.
물론 그에 대한 반론들도 가끔 보입니다만, 어떤 반론의 경우에는 그저 귀족노동자의 파업 따위로 치부하거나 또는 ‘철밥통 공무원이 무슨 노조냐’는 식의 글에 그치는 것 같아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현재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인정 방안을 보면 노조결성과 단체협약 체결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공노와 민노당을 비롯한 진영에서는 완전한 노동3권의 인정, 즉 노조결성과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쟁의행위의 인정을 요구하고 있고 이로 인한 갈등이 날로 격화되고 있습니다.
양쪽의 의견 차이를 살펴보면 결국 공무원의 쟁의행위 인정 여부가 관건인데요. 쟁의행위의 가장 대표적인 양태가 파업이라는 점에서 결국 대립점은 “공무원은 과연 파업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공무원의 안정적 지위와 정년의 보장, 공무원의 복지부동 이미지등으로 인해 “철밥통”하면 먼저 공무원들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어서 일부 국민들 사이에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부여도 모자라서 무슨 파업권까지 인정하느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민주노동당분들이나 전공노등에서 내세우는 완전한 노동3권의 보장 필요성의 근거를 살펴보면, 공무원의 열악한 근로여건이나 낮은 임금현실 등의 개선 필요성 쪽 보다는 완전한 노동3권 보장이 서열화된 공직사회 내에서의 부정부패 척결과 비위 감시에 필수적이고 더 나아가 공무원 개혁의 핵심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노동당, 전공노 등의 주장에 대해 저는 이런 의문을 갖습니다. 그러한 일이 어째서 공무원이 파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좌우될 일인가 하는 것이지요.
공무원 사회에서의 부정부패의 감시와 척결의 어려움은 그것이 은폐되고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에 있고 따라서 공무원 노조라는 일정한 결집체가 생김으로써(=단결권의 인정) 이를 폭로하고 드러내어 공론화(=단결권의 행사와 단체교섭권의 행사)하는 것이 더 쉬워진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공무원에게 파업이 인정될 필요성이 있느냐 없느냐’와는 직접 관련을 찾기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양보하여 공무원의 파업 인정이 이러한 공직개혁의 중요한 필수 요소라는 점을 받아들여 공무원에게 파업권을 부여한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경우의 파업은 임금 등 근로조건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이른바 “정치파업”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정치파업이란 일반적으로 근로조건 개선 등과 무관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이유로 한 파업인데요, 이러한 정치파업의 인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무원이 아닌 일반노동자의 경우에 있어서 조차도 논란이 많습니다만(제 개인적으로는 일반노동자의 정치 파업 역시 원칙적으로 인정될수 있다고 봅니다), 일반노동자가 아닌 공무원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정치파업은 인정되어선 안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에 헌법 제도인 ‘직업공무원제도’와 그 핵심 원칙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요구’와 정면으로 충돌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민주노동당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이른바 “당우”라 하여 사실상의 당원을 모집한 사실이 보도된 바도 있습니다만, 이는 ‘공무원의 정당가입금지’ 규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입니다.
민주노동당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상 기본 이념과 이의 실현을 위한 ‘공무원의 정당가입금지’ 규정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다는 근거라고 보여질 뿐만 아니라 바로 이러한 낮은 인식수준에서 공무원의 파업인정 주장이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듭니다.
물론 공무원 역시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고 또한 투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의 인정은 개인적, 사적인 영역에서만 인정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일탈한 ‘파업을 통한 공무수행의 정지’라는 공적인 영역에서의 의사표현은 마땅히 규제되어야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치적 이슈가 아닌 그야말로 순수한 근로조건의 개선을 이유로 한 공무원 파업은 인정될 수 있는 것일까요?
어떤 분들께서는 사용자인 국가가 직장폐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에게 파업권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십니다만, 이는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공무원파업에 반대하는 논거로는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노동자의 파업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사용자에게 직장폐쇄가 인정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것이 ‘사유재산의 자유로운 처분’이라는 사고가 바탕에 있는 것이지, 그것이 파업권에 대한 일종의 대응무기로서 필연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설령 직장폐쇄가 어떤 사정으로 인해 가능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노동자에게 ‘파업권이 인정되느냐 안되느냐’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경우라도 공무원의 파업이 인정될 수 없는 것은 공무원들이 수행하는 직무가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갖고 있어서 한시라도 정지되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그 직무담당 주체가 국가(공무원) 하나뿐이어서 그 밖의 다른 대체수단이 없다는 공무의 고유한 성질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민간영역에서 노동자들의 파업권 인정이 당연한 일반원칙으로 인정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공무영역의 노동자인 공무원에게 파업이 인정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인 것이지요.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민간영역이라 하더라도 공무에 못지않게 공공성이 강한 영역에서는 파업금지와 유사한 제한이 인정되는 것인바, 의료 영역에서의 의사의 진료거부시의 형사 처벌, 사립학교의 임의폐쇄시의 형사처벌 등이 그 예입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등에서 공무원의 파업권 인정을 주장하려면, 이러한 공무영역에서의 파업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반증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 반증은 결국 해당 업무의 공공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 공무수행 중지시에 민간 부문과의 계약 등을 통해 업무 대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것이어야 할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상당한 아이러니가 생기게 되는데 왜냐하면 이러한 반증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해당 영역의 민영화, 민간위탁 등에 대한 찬성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거칠게 말하면 “공무원의 파업을 인정한다면 공공영역의 과감한 민영화에 대해서도 찬성하고 나와야 한다”라는 것이지요.
특히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우선 공무원의 파업 인정을 주장하기 전에 먼저 그 주장이 공기업 민영화, 공공업무의 민간이양 등에 대해 반대하는 기존의 당입장과 상충되는 점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충고 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정리하면 공무라 하더라도 공공성이 희박하거나 대체가능성이 큰 부문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파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되는데요.
현재 국립병원, 철도 등의 경우에 일정 부분 파업이 인정되는 영역이 바로 그 예이지요. 다만 이러한 영역의 경우에도 과연 파업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적절한 수단인지의 여부는 숙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민간영역에서 근로조건개선과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이란 결국 발생한 이윤을 사용자와 노동자중 누구에게 더 많이 귀속시킬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강제력을 동원한 조절수단이라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이윤이 발생하지 않는, 또한 설령 이윤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귀속이 국가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가는 ‘공적 영역에서의 파업이 과연 적절한 근로조건 개선수단이냐’는데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기 때문입니다.
즉, 공무영역에서의 근로조건과 임금수준의 결정은 결국 공무원의 적절한 공무수행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지 발생이윤을 누가 더 가져갈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공무원의 적절한 공무수행을 위해 어느 정도의 임금이 지급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결국 한정된 파이를 누가 더 많이 가질 것인가 하는 이익추구의 조절의 문제가 아니라 바람직한 공무수행이라는 목표를 위한 정책결정의 문제이어서 파업과 같은 일종의 강제적 수단에 의해 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수렴과 토론, 협의를 통해 해결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노파심에서 적습니다. 파업이 이익조절의 기능을 갖는다는 말이 현재 정당한 임금조건을 위해 투쟁하는 민간영역의 노동자들의 행동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현재 참여정부가 제안하는 공무원의 노조결성과 단체교섭권의 인정 방안은 기존의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일체 인정하지 않던데서 크게 진일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공무영역에서의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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