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니시리즈

  • ginger
  •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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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흥미진진하고 굉장히 잘 만든 미니 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배우나 연출 뿐아니라 작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데요. 작년에는 폴 애봇이란 뛰어난 작가의 드라마가 2개나 나왔었죠. 비비씨의 'State of Play'와 채널4의 'Shameless'입니다. 하나는 정치와 미디어, 살인을 엮은 숨가쁜 드릴러였고, 다른 하나는 맨체스터의 지지리 못사는 콩가루 갤러거 가족의 코미디/드라마였고요. 둘 다 재치 넘치는 대사와 인물이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좋은 드라마였고 어찌나 재밌었던지 정신을 못차리고 봤지요.


'셰임리스'에서 주인공 갤러거네 아이들은 기어다니는 아기 리암부터 이제 스무살된 큰누나 피오나까지 줄줄이 줄줄이 있는데 엄마는 가출해서 레즈비언 애인이랑 달아났고, 아빠는 돈을 번 적이 없는 속수무책의 알콜중독자 백수죠. 이렇게 대책없는 한심한 가족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족간의 결속은 끈끈하고 사랑은 넘칩니다. 거칠고 가난하고 못난 이웃들도 따뜻하고 서로 돕고요. 작가 폴 애봇의 자전적인 얘기라는데, 부모대신 자기와 말썽꾸러기 동생들을 돌본 위대한 큰누나에게 바친 헌사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 크리스마스 특집과 내년 초에 시리즈2가 방영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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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스고우 출신의 배우 제임스 매카보이(James McAvoy)는 파아란 눈, 새빨간 입술을 한, 별로 몸집이 크지 않지만 꽤 균형이 잡힌 체격을 가진 사람이죠.

이 사람은 위 두 드라마에 모두 나왔었는데, 셰임리스에서는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차도둑 스티브로 나오는데, 이 스티브가 여자친구인 갤러거네 큰 딸 피오나의 아무 쓸모없이 민폐만 끼치는 주정뱅이 애비를 프랑스에 갖다 버리는 바람에 소동이 벌어졌던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화가 난 피오나와 화해를 하기 위해 밴을 전부 빨간 장미로 채우고 자기는 홀딱 벗고 장미꽃 속에 누워서 기다리는 장면이 있죠. 피오나가 문을 열자 주요부위(?)를 가리고 있던 장미를 건네 주면서 간절하게 쳐다봅니다. (여기 피오나역으로 나온 앤 마리 더프와 실제로 사귀더니 요즘은 같이 산답니다.)







요즘은 나니아 연대기에서 텀너스역을 맡아 뉴질랜드에서 촬영하고 있나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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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에피소드 10개로 끝난 미니시리즈 'Berkeley Square'(생긴 건 버클리인데 바클리라고 발음하네요.)는 1902년 빅토리아 여왕 시대가 끝나고 막 에드워드 7세가 즉위할 무렵을 배경으로 부자들이 사는 런던 바클리 스퀘어의 세 가족에 채용된 세 명의 유모 얘기였는데요, 이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에드워디안 의상, 헤어스타일, 가구 같은데 나타나는 디테일을 보는 것도 즐겁고, 배우들 연기도 고르게 좋고요. 단지 안타깝게도 후속편이 나오질 않았어요.



여기선 윗층과 아랫층, 상류층과 하인들간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상류층의 부인들은 권태를 못이겨 바람을 피우거나 가족들에게 무관심으로 대하고, 겉으로만 신사인 귀족 아들은 파렴치하게 예쁘장하고 순진한 하녀를 성희롱하고 협박하죠. 터프하고 원칙이 분명한 독립적인 여자들은 아랫층에서 자기 생활비를 버는 하녀들이고, 사람답고 신의가 있는 쪽은 이스트엔드의 못배웠지만 자존심 강한 남자들입니다.

이 드라마에선 당시 영국 상류층 애들이 얼마나 불쌍하게 살았는지 보여주더군요. 부모는 애를 시간을 정해 차려 입고 만나고, 애를 키우는 일은 전적으로 하인과 가정교사에게 맡겨집니다. 애가 조금 크면 기숙학교로 보내버리고요. 영국 상류층에 감정표현이 어색하고 차갑고 억눌린 이상한 인간들이 많은 것도 이상한 일도 아니죠. 행여라도 유모를 잘못 만나면 정말 온갖 안보이는 학대도 당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스트런던 빈민가 고아 출신이면서 유모까지 승진한 매티와 데븐의 가난한 소작농의 딸 리디아가 겪는 일과 사랑 얘기도 재밌지만, 귀족 부인의 하녀로 일하다 그 집 외동아들과 사랑에 빠져 '미혼모'가 된 한나 얘기가 제일 기구하죠.

애인이 사고로 죽고 마을 사람들의 박해를 피해 런던으로 도망간 한나는 친절한 하숙집 주인에게 아기를 맡겨두고 '처녀 행세'를 하며 유모 보조 하녀로 취직합니다. 매우 못된 유모 밑에서 고생하던 어느날 돌보던 아기가 죽은 걸 발견하게 되지요. 겁에 질린 유모는 도망가버리고 얼떨결에 하녀에서 유모로 승진한 한나는 죽은 애를 자기 애로 바꿔칩니다. 그래도 가족들은 아무도 몰라요..그러나 죽은 애 시체가 나오면서 사라진 유모가 지속적으로 로더넘을 먹여 아기를 살해한 거란 게 밝혀지고 한나는 궁지에 빠집니다. 러시아 난민 출신의 하숙집 주인 브로노스키 부인은 한나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 쓰고 교수형을 언도 받습니다.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나가다 10부작 마지막에서 펼쳐 놓은 얘기를 어느정도 마무리는 짓지만 분명히 다음 시즌을 염두에 두고 여지를 많이 남겨두었었는데, 그만 그걸로 끝나버린 시리즈라 정말 아쉽습니다. 매티는 애인과 잘 될까? 리디아는 친절하고 점잖지만 감정을 누르고 사는 집사와 연애를 할까? 바뀐 아이는? 초반부에 아이를 납치하려고 했던 무시무시하고 오만한 귀족인 아이의 친할머니는? 남편을 속이고 애인의 아이를 가진 마나님은? 가끔 생각하면 궁금해요.

* 여기서 싱글맘 한나로 나온 빨강머리 아일랜드 배우는 몇 년 후에 About a boy에서도 휴 그란트가 눈독 들이는 싱글맘 수지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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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비씨에선 또다른 잘 만든 시대극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아내와 딸들'의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 원작의 'North and South'에요. 저는 개스켈 소설이 좀 지루해서 '메리 바튼'을 읽다 말았답니다.

http://www.bbc.co.uk/drama/northandsouth/

맨체스터를 모델로 한 가상의 공업도시 밀튼을 배경으로 방직공장의 극한 계급 대립과 당시 신흥 부르조아와 전통적인 중산계급 문화의 충돌을 잘 보여주더군요. 물론 사랑 얘기가 줄기이죠. 어쩌다 가세가 기울어 북부로 오게된 남부 잉글란드 출신 목사의 딸 마가렛 헤일과 자수성가한 방직공장주인 손톤의 대립과 연애질 얘기요. 나이브한 리버럴과 냉정한 보수주의자 자본가의 연애라....현실적으론 잘 안 될 가능성이 큰 얘기죠.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힘겹게 버티는 장면을 보면 100년후 빌리 엘리엇하고 양상이 아주 많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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