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프렌치 & 손더스 쇼 시리즈 6의 마지막회를 봤습니다. 두 아줌마가 콜드마운틴, 킬빌, 트로이 패로디 등을 포함해서 여러 스케치로 그동안 즐겁게 해주었죠.
http://www.frenchandsaunders.com/specials/fands2004/index.shtml
시리즈 5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 마돈나 패러디
어제는 두사람이 미국 플로리다에 가서 살게 된 영국 베레포드 출신 할머니들역을 하는 스케치가 정말 재밌었어요. 미국식 집의 커다란 부엌에서 둘이 사이좋게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를 입고 챙없는 모자를 쓰고 거의 합창을 하면서 'gated community'라 안전하다고, 가족이 방문해도 사인하고 한시간은 신원 조회를 해야 된다면서 어차피 좋아하지도 않는 가족이 안와서 너무 좋다고 낄낄대더니 계속 베레포드에선 하루종일 비가 왔는데 여긴 날씨 너무 좋다, 저 앞에 프리웨이 너머로 빅맥 사인이 보이는데 베레포드에 비하면 너무 싸다, 자기네가 베레포드에선 몸집이 컸는데 플로리다에선 다른 사람들이 다 커서 좋다.. 등등 이렇게 'BIG'을 연발하다가 돈 프렌치가 거대한 냉장고를 열고 사람 몸집만한, 불가능하게 큰 우유팩을 꺼내면서 이렇게 크다고, 게다 싸다고 자랑을 하다 더 큰 오렌지쥬스팩도 꺼내고, 자이언트 베이컨 팩도 꺼내오죠.
그러다 제니퍼 손더스가 기관총을 들고와서는 미국선 이것도 진짜 싸게 수퍼에서 살 수 있다고 자랑을 합니다. 뭐 예측할 수 있듯이 이 할머니는 총을 마구 쏩니다. 프렌치도 카메라맨도...이젠 카메라가 바닥을 비추고 비뚤어진 프레임안에 손더스가 기어들어와서 빨리 앰뷸런스를 부르라는 프렌치말에 맞장구를 치며 '베레포드에선 앰뷸런스가 늦게 왔는데 여기선 빨리 오지, 아무렴'하면서도 카메라를 보고는 악마같이 깔깔 웃으면서 스프레이를 바닥에 뿌리면서 '이게 뭐냐하면 스프레이 치즈야. 얼마나 간편해'하면서 또 깔깔 웃는거에요. 프레임 밖에서 프렌치 목소리로 '앰뷸런스 불렀어? 나 피 많이 흘리는데'소리가 나니까 손더스가 손으로 바닥을 치면서 아주 사악하게 깔깔깔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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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국가에서 주는 훈장에는 무궁화니 금관이니 청룡이니 하는 이름이 붙어있죠. 공화국들 같으면 대통령이 나라의 이름으로 줄 문화훈장이 영국에선 여왕이 수여하는 작위나 메달입니다. 대영제국 기사단, Order of the British Empire가 되는 거죠. Knight이나 Dame 밑으로 C.B.E.(Commander) O.B.E.(Officer) M.B.E.(Member)의 순서로 메달을 줍니다. 배우나 가수나 작가같은 문화계 사람들도 자기 분야에서 오랫동안 공헌하면 정도에 따라 여러 단계의 작위를 받지요.
작년 여름 여왕 생일에 로저 무어는 기사작위를, 데이빗 베컴은 OBE, 제이미 올리버는 MBE를 받았습니다.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도 OBE를, 핑크 플로이드의 데이빗 길모어도 CBE를 받았고요.
이안 맥켈런이나 데릭 자코비,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헬렌 미렌 같은 사람들은 최고의 기사 작위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호칭도 sir나 dame이 되지요. 타이틀이다보니 에릭 클랩턴은 편지에다 꼭 CBE를 붙인다더군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영광으로 알고 여왕앞에서 작위를 받는 건 아닙니다. 작년에 타임즈지에 전후 50년간 작위를 거절한 사람 명단이 보도되면서 이런 명예 시스템이 과연 현대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죠. 시대에 뒤떨어졌다, 전통인데 뭐 어떠냐, 공헌에 대한 인정과 감사는 좋은 거 아니냐,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성공적이었으면 그걸로 보상이지 뭘 또 상을 받으라는 거냐 등.
태양의 제국의 작가 GJ 발라드는 거절 이유를 묻자 '있지도 않은 제국의 이름으로 수천개의 메달을 나눠주는 건 말도 안되는 쇼이며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왕관에 대한 존경심을 유지하려는 시도이다`라고 했답니다. 최고 작위인 기사와 데임을 거절한 사람들은 몇 명 안되는데 그중엔 알버트 피니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끼어 있습니다.
거절 명단엔 제니퍼 손더스와 돈 프렌치 언니들, 존 클리즈(몬티 파이슨이니 당연하죠), 짐 브로드벤트, 알란 베넷, 케네스 브래너, 나이젤라 로슨, 데이빗 보위, 로알드 달, 올더스 헉슬리, 이블린 워, 프란시스 베이컨, 로버트 그레이브스, 필립 라킨, VS 네이폴 등이 올라있습니다. 보위는 왜 이런 걸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는데요. 존 레논은 65년에 MBE를 받았다가 4년 후에 다음과 같은 노트와 함께 반납했다고 합니다.
"Your Majesty, I am returning this in protest against Britain's involvement in the Nigeria-Biafra thing, against our support of America in Vietnam, and against Cold Turkey slipping down the charts. With love. John Lennon of Bag."
제니퍼 손더스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요즘 무슨 음악을 좋아하냐고 했더니 요즘 나오는 신통찮은 얌전한 음악은 재미없다, 최소한 자기 토에 자기가 숨막혀 죽은 사람 음악 정도는 되어야 좋아한다, 자기는 아직도 반항적인 음악이 좋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었지요. 저는 이사람이 너무 맘에 듭니다.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가 기사작위를 받았을 때 키스 리차즈가 공개적으로 나와서 비난한 건 저도 기억합니다. 여왕 즉위 50주년 기념 행사에 오지 오스본이 불려오는 시절이니 자선활동이나 좋은 일을 하기는 커녕 평생 섹스 & 드럭 & 로큰롤로 살아온 배드 보이 고무 입술이 작위를 받은 건 이상한 일도 아니죠. (하긴 오지가 그만큼 보수화 되었단 얘기이기도...섹스 피스톨즈는 안 불렀으니까요.) 기사 작위를 받고 sir 라고 불리는 뮤지션은 폴 매카트니와 클리프 리차드, 엘튼 존, 봅 겔도프 정도라고 해요. 뭐 봅 겔도프는 음악 때문이라기보다 밴드에이드 활동 때문이었지만. 키스 리차드즈는 불만이 대단해서, 기득권이 주는 걸 받다니 롤링스톤즈 음악이 대체 뭐에 대한 거라고 생각하냐, Sir Jagger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한무대에 설 수 없다고 특유의 어눌한 화법으로 화를 냈죠. 저는 이사람도 맘에 들었습니다. 믹 재거는 '신포도'라면서 흘려버렸고요. 원래 이 인간은 잘난체 하는 속물이었으니까 별로 놀랄 일도 아닙니다.
사실 이런 식의 얘기는 오래된 계급체제 유지와 맞물려서 영국에선 꽤나 흥미진진한 토론거리이기도 하죠. 사냥개를 동반한 여우사냥 금지에는 사실 동물복지만이 있는게 아닙니다. 도시 대 농촌의 반목과 함께 계급의 문제가 숨어있죠. 주로 귀족이나 '상류층'이 하는 이 사냥은 아직도 남아있는 봉건적 질서의 상징으로 보이기도 하거든요. 지난 23일자 가디언지에 흥미로운 칼럼이 실렸었죠. 여기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즈 시골의 60%를 단 5만명의 지주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http://www.guardian.co.uk/g2/story/0,,1357435,00.html
지난 노동당전당대회에 숨어들어와 토니블레어 연설을 방해하는 시위를 했던 다섯명의 'The Countryside Alliance' 대표 중에 록시뮤직의 싱어 브라이언 페리의 아들이 끼어 있었습니다. 록은 저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믹 재거가 애들을 좋은 학연을 만들기 위해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고, 기사작위를 받거나, 노동계급 출신이던 브라이언 페리가 아들을 이튼이니 말보로같은 비싸고도 배타적인 사립학교에 보내서 보수적이기 짝이 없는 '저들' 중의 하나를 만들었다는 건 좀 받아들이기 힘든 역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