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큐 영화제 끝. '아가강에 살다'의 사토 마코토 감독.
1.
이번 일본 다큐멘터리 특별전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 중 하나가 '아가강에 살다'였는데요, 토요일에는 이 작품의 감독인 사토 마코토 감독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듣기를 정말 잘했습니다. 일본 다큐멘터리 역사에 대한 간단하면서도 알찬 정리를 좌르륵 들을 수 있었고, 또한 다큐멘터리 뿐 아니라 극영화에도 해당될법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한테 폐를 끼치는 작업인 영화를 어째서 계속 해야 하는가?"와 같은 것들 말이죠. 카메라는 폭력적인 도구이지만, 그 폭력이 남긴 상처에 의해 피사체는 강렬한 생의 흔적을 남긴다는 문제. 영화에 대한 책임감 등. 이런 화두를 던지는 사토 마코토 감독의 모습을 보니, 역시 좋은 작품은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아는 교수님이 마침 사토 감독님과 아는 사이라서, 얼떨결에 밥먹고 술먹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게다가 '어머니의 보라빛 수건' 등으로 유명한 김태일 감독님과 아시아프레스인터내셔널 서울사무소 대표이신 안해룡씨 등도 함께 한 자리였습니다. (어이, 근데 학부 1학년 생인 니가 거기 왜 끼어 있어야 했던 건데? -_-;)
그런 자리에 그런 분들이었기에, 저는 그분들께 한국과 세계 영화나 다큐멘터리, 독립 영화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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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들었어요.
아 씨바 쪽팔려. -_-;
그치만 어떻게 합니까. 다큐나 독립영화에 대해 논하기에는 제 내공이 부족해서, 김태일 감독님께는 엄하게스리 프리미어랄지 파이널컷프로의 차이 같은 것만 여쭤봤고. 일본 영화계나 한국-일본 문화에 대해 논하기에는 제 영어 실력이 너무나 모자라, 사토 마코토 감독님께는 "구로사와 기요시 좋아해요"라거나 "링 속편 예고편 봤어요" 같은(웃지 마세요!) 이야기 밖에 못한 거 있죠. 세상에, 이런 "배움의" 기회를 그런 식으로 날려버리다니.
그렇지만 여전히 좋은 자리였습니다. 영화와 관련하여 궁금했던 이야기들이야 강연회에서 이미 대부분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화사에 언급되는 작품의 감독, 그것도 일본 분과 10단어 이하의 문장으로 버벅대며 "이 밥집 안에 있는 낙서들이 무슨 의미냐"느니, "나카다 히데요 감독 영화 좋아하냐"느니 하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김태일 감독님같이 독립영화계에서 현역으로 뛰는 분한테 직접 hd가 어떻고 dv로 찍은 작품이 프로젝터의 질에 따라 얼마나 좌우되고 같은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또 얼마나 되겠구요.
아, 사토 감독님은 서울에 종종 오시는 분인 모양인데, 이번에는 무교동 스타일의 낙지, 삼합(홍어회+삼겹살수육+김치), 들깨갈아넣은올갱이된장국수제비(!)같은 음식들을 드시고 기분이 꽤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네, 지금 제가 그거 다 먹었다고 자랑하는 거 맞습니다. 흐흐흐. 어쨌든, "한국의 젊은이들은 홍어회 많이 먹냐"는 질문에 대답하느라 땀을 삐질삐질 흘렸던 거 생각하니, 이번 겨울엔 정말 영어 공부 좀 더 열심히 해야겠군요.
그래도 안되는 영어로나마 "아가강의 살다는 슬픈 영화였지만 그 슬픔이 희망을 향한 슬픔이라서 정말 감명깊게 보았습니다"라고 감독께 직접 말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런 주말이었습니다. 물론 영어로 했던 문장은 저거보다 훨씬 후졌고 그나마 버벅댔지만, 나름대로 의미 전달엔 성공한 것 같아요. :-)
3.
이번 다큐영화제 자료집에 몇가지 잘못된 정보가 들어가 있었는데, 그 중 일부가 제 홈페이지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뒤늦게 알고 기절초풍하는 중입니다. 하나는 제가 비몽사몽간에 적느라 주어가 불명확한 문장을 그대로 믿고 그쪽에서 잘못된 내용을 적은 것이고, 또 그 자료집에 조선학교를 "조총련계 학교"라고 표현한 것도 제 홈페이지에 적었던 내용에 책임이 있는 모양입니다. 저 또한 조선학교 대신 조총련계 학교라는 표현을 사용했거든요. 하지만 그 두 단어의 뉘앙스가 다르고, 실제로 제가 알기로도 조선학교에서는 민단 소속의 학생들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하니까요.
검색 엔진에 확확 걸리는 블로그이니만큼 사소한 글을 적을 때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울러 이런 내용을 가져갈 때는 그 내용이 정확한지, 올려도 되는 내용인지 한 번만 확인해줬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4.
일본 다큐 페스티벌도 오늘로 끝이었군요. 생각보다는 사람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2주차들면서 관객이 좀 늘었다고는 하지만, "천왕의 군대는 진군한다"처럼 잘 알려진 작품들 조차 첫번째 상영(주말 6시였는데!)에서는 자리가 텅텅 빈 걸 보니 이상하더군요.
아마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인기가 없는 탓일 수도 있고, 이번달에 워낙 영화제가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씁쓸합니다. 이런 영화제는 "다니는 사람만 다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요. 만일 제 생각이 기우가 아니라 사실이라면, 이런 영화제들이 "일반" 관객들을 끌어들이면서 파이를 키우기 위한 계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