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사마 열풍으로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

  • Big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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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0&article_id=0000272887§ion_id=104&menu_id=104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때 마치 찬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쓴 것 같더군요. 정말 날벼락이라도 맞은 심정입니다. 사실...전부터 저 재판 얘길 들었을때는 그 결과도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재판소가, 무슨 재주로 보상판결을 해주겠어요. 그랬다간 그 판사, 극우파들한테 시달리다가 제 명에 살지도 못할텐데...

정말이지 연예인 몇 명이 인기 끈다고 해도 국가간의 엄연한 정치적 문제들은 결코 변동이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바로 엊그제만 해도 일본 관리 하나가 역사 교과서를 갖고 '자기학대' 어쩌구 하면서 한 건 하지 않았습니까? 에휴....


이런 문제를 두고 일본과 독일을 비교하곤 하죠. 하지만 전 그렇게 순진한 인간이 못되는 지라 독일은 과거를 반성 할줄 아는 '문화인'이고 일본은 그렇지 않은 철면피다....뭐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독일이야, 과거를 반성하지 않았으면 그 무서운 유럽의 동료들 사이에서 전후에 살아남을 수 없는 상태였을테니까요.

  기록에서 보니 독일도 전쟁때는 진짜 악당이었더군요. 유태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들 아실테니 예외로 하더라도, 프랑스와 네덜란드, 벨기에, 노르웨이, 폴란드와 소련의 점령지에서 엄청난 민간인들을 잡아다가 강제노동에 동원했더군요. 뭐 피비린내 나는  학살극은 수도 없이 많았고....하지만 아시는 바와 같이 독일은 그 빚을 다 갚았죠. 전쟁 직후에는 살아남은 무수한 독일군인들이 반대로 강제동원되서 점령국의 재건사업에 투입되었더군요. 그 뿐이 아니죠. 전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독일인들은(특히 서독) 엄청난 배상금과 함께 피해국 들에게 거듭된 사죄를 하고 있죠.
지난 5월에도 폴란드의 바르샤바 봉기 기념식장에 참석한 슈뢰더 총리가 희생자들의 묘역에서 헌화를 하고 사죄를 했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서(1943년 4월, 1945년 8월) 일어난 봉기에서 처음에는 2만명이, 다음에는 22만 5천명이 학살된 이 피의 날에 학살자의 후예가 희생자들 앞에 무릎꿇고 있는 모습은....많은 걸 생각하게 하죠.

독일이 이렇듯 열심히 과거를 보상해서 얻은 것이 무엇일까요? 단순히 도덕적인 회복? 전 민족적인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기? 글쎄올시다....아니죠. 그들은 열심히 과거에 대한 보상과 참회를 통해서 아주 대단한 걸 얻어냈죠. 바로 '독일의 통일'이라는.
저는 솔직히, 독일이 분단된 상태가 아니었으면 저 정도의 국제적인 배상과 사죄를 해냈을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과거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것도 자민족이 아닌 타민족에게 저 정도 성의 있는 보상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독일이 지난 시절 '나치'와의 결별은...부모와 결별하는 자식의 심정이었을거리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죄많은 부모를 죽이는 댓가로 독일은 엄청난 걸 얻을 수 있었죠.
  통일된 후 잠시 주춤거렸던 몇 년이 지난 이후 유럽 최고,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2번째 경제대국의 독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독일인들이 정말 남는 장사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후의 철저한 사죄와 보상으로 세계 어딜가더라도 독일인들의 도덕성과 유럽에서의 지도자적 지위는 의심할 여지없이 확고부동합니다.  나치 독일에게 2천만이 학살된 러시아도 전후 독일이 보여준 적극적인 사죄와 배상으로 독일의 통일을 '양보'했었죠. 사실, 러시아 - 구 소련의 결단이 없었다면 독일의 통일은 요원한 것이었을텐데.
물론 독일의 보상도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유태인과 지네 이웃인 유럽가족들에겐 그토록 열심히 돈을 퍼 주었지만, 유태인과 함께 수십만이 학살된 집시족들과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로 거느렸던 아프리카의 카메룬에는 보상 한 푼, 사과 한 마디 없었죠. 여기서도 독일의 속이 뻔히 보입니다. 자기네 통일사업에 그닥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없는, 게다가 백인도 아닌 떠돌이 집시와 저 멀리 바다 건너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 따위, 씹어도 상관없다....뭐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참 생각해 보니 씁쓸하네요.

그래도 기독민주당과 사회민주당은 확실히 다르군요. 통일을 이룬 기민당 집권시에는 계속 씹고 있더니,사민당의 슈뢰더 총리는 통일을 한 이후에도 앞서 언급한 폴란드에 대한 헌화 외에도 나미비아에 대한 식민지 통치의 사죄와 보상을 시작했더군요.
(근데 요건 사고가 터졌습니다. 독일이 해준 보상을 나미비아의 집권당인 모 부족이 자기네만 챙겨먹고 실제로 큰 피해를 당한 다른 부족들의 배상금을 쓱삭해버렸네요. --;;  논란이 커지자 독일 정부는 다시 상황을 조사해서 재보상을 하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근데, 이거...어디서 많이 본것 같은 장면 이네요?    
박정희의 65년 한일회담도 이랬었죠? --;;)
확실히 진보당이 보수당과 다른점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집시들에 대해서 독일 정부가 어떻게 하는 지는 모르겠네요. 그런데, 나미비아에도 보상하는 것을 보니 그냥 넘어갔을 것 같지는 않은데.)

요컨데...제 말은, 일본인들에게 독일인들 처럼 과거를 사죄하고 보상하면 그 댓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느냐 하는 겁니다. 이것이 그저 개인간의 일 이라면, 양심의 가책이라는 크나큰 형벌과  도덕성의 회복이라는 꽤 적지 않은 선물이 있습니다만, 국가간, 민족간의 큰 문제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거죠.
저렇게 철면피 같이 입 싹 씻고 있는 일본이 정말 밉고 원망스럽습니다만, 독일처럼 '통일'이라는 크나큰 반대급부가 있는 것도 아니고...주변국에 아쉬울 것 없는 당당한 '경제대국'이니.

한 10여년 전인가...소련이 무너지고 주변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하나 둘 무너져 갈 때 참, 오랫만에 낯설지 않은 나라가 우리나라에 수교를 요청해왔죠. 바로 '몽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몽골의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기간 동안 어딜 갔었는지 아십니까? 바로 제주도 였답니다. 관광하려고요? 아니오...거기에 삼별초의 사당과 대몽항쟁비가 있지 않습니까...거기에 참배하려고요. 우리나라가 정부가 요청했냐고요? 아니오, 벌써 700년은 지난 일인데 그걸 사죄하라고 했겠습니까....자기가 알아서 간 것이지요.
고려시대 40여년간의 대몽항쟁과 이후의 혹독한 내정간섭기를 거쳐 우리 역사에 선명한 핏자국을 남긴  - 우리나라에 삼국시대의 유물과 유적이 없는 이유가 바로 이들 때문이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몽골이지만...그건 벌써 수 백년전에 있었던 일인데. 일본의 경우처럼 그 희생자들이 아직 살아있는 것도 아니구(일제의 강제동원 희생자들은 아직 4만명이나 살아있지만.)
몽골 대통령이 삼별초의 사당 앞에서 향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티비를 통해서 보노라니...뭐랄까...참 심정이 뒤죽박죽 하더군요. 우선은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기도 하지만....그 몽골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경제원조와 투자를 부탁하러 왔다는 현실이 저를 심히 압박하더이다.--;;


그래서 말이지...일본을 보니 더욱 쓰립니다. 일본에게 사죄와 배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참 대단히 크고 묵직한 그 무엇, 독일의 통일처럼 현실적인 그 어떤 것이 있었다면 저들이 저리도 싸가지 없이 굴진 않을텐데....기냥 환태평양 조산대가 요동을 쳐서 일본열도 전체가 비명을 지르는 그때가 되어야 가능한 일인지...--;; (하지만 정말로 그런 날이 오면 슬플 겁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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