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 근무 2달 째

  • parsley
  •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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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9급으로 신규임용 되어서 모구의 모동사무소에서 두 달 째 근무중입니다.
처음 왔을 때부터 사람이 부족해서 정신 없었고 힘들게 일을 배웠는데 일반 민원상대라서
창구에 앉아서 온갖 잡일을  다하죠. -_-;;; 솔직히 사람 대하는 데 자신이 없었는데 한 두 달
넘어가니까 그럭저럭 지낼만 하네요. 전 사람을 못믿고 두려워하는 성격인데 사실 지금도 근본적으로
변한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응대하면 화낼 사람이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진짜 다양하고 신기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ㅋㅋㅋㅋ 저희 동네에 외국국적의 한국인들이
많고 외국인도 꽤 있어서 그런지 재밌는 일도 가끔 생겨요.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 같아요. 때론 거친 민원인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웃기는 일도 생기고 친절하고 좋으신 분들도 많으니까. 후훗.


어떤 백발의 할아버님께서 호적등본을 떼러 왔는데(다리도 조금 불편하셔서 지팡이를 짚고 있으셨어요)
본인의 지갑에 달러 밖에 없어서(한국분이세요-_-;;) 호적등본을 가져다 주면 한국돈이 생기니
그때 주겠다면서 1달러를 저에게 주셨답니다. -_-;;;; 몸도 불편하고 연로하신 분을 오라가라 할 수
없으니 그렇겠노라고 하고 보내드렸어요. 근데 호적등본 한 통이 600원인데;; 1$를 주시면 제가 더
이득인데. 옆의 직원분들이 제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있으면 환율을 계산해서 600원을 거슬러 주라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장난이죠.) 나중에 그 할아버님이 찾아오셔서 육백원 주시고 1달러 다시 가지고
가셨어요. 약속을 지키셨죠. ^ ^


글고 갑자기 외국인이 동사무소에 들어와서 눈치를 막 살피니까 저희 계장님께서 절 툭툭 찌르면서
나가 보라고(그나마 젋다고ㅠㅠ 저보고 영어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희
관할에는 외국인이 많아서 그런지 외국인이 동사무소에 들어와서 뭐 물어보려고 하면 직원분들이
별로 당황하시진 않더라고요. 다들 회피하는 영어완전정복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더군요. -_-;;;
다만 다들 짧은 영어라 해결을 못해줄 따름이죠;; ㅋ


쌀값 마진이 천원, 천오백원 하는 데 25만원치 쌀값을 떼먹고 도망간 사람의 초본을 떼로 오신 쌀집
아저씨, 길건너 국민은행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궁금해 하며 물으러 들어온 노숙자, 고양이가 죽었어요
-_-;; 라며 전화오는 민원인(구청에서 나온 고양이 포획망을 받으러 가야하는 공무원;) , 동사무소 좋다
고 구경하러 온 할머니, 리모콘 팔러 온 아저씨 -_-;;; 진짜 신기할 정도로 다양합니다. 그리고 참 신기한
게 사람이 꼭 몰릴 때 한꺼번에 몰리더라고요. 막 바쁠 때는 한창 바쁘고  한산할 때는 또 한산 하더라고요.
(제가 근무하는 행정기관의 얘기는 아니지만 군수와의 대화 인터넷 게시판에 개찾는 글도 올라오기
도 합니다.-_-;; 사람찾는 글도 올라오는데 그건 사람찾아주지만 개는 결국 못찾더라고요. 잃어버린
개가 주민등록번호도 있는 게 아니라서 찾을 수가 없죠. 끊임없이 올라오는 전국 땅굴연합 회장의
도배글도 골치아프고요.-_-)


공익이 한 달 째 안나오고 또 한 공익은 휴가라서 -_-;; 신입인 제가 제 업무 자체가 원래 잡일의
집대성이라 2달 내내 정신없이 일만 했어요. 전  동사무소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휴우, 그래도 일반 민원인들이 편하려면 집근처에 있는 동사무소가 많은 일을 하긴 해야하는데..흠
동사무소 직원은 슈퍼맨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만능으로.ㅋㅋ 점심먹고 잠시 산책 갔는데 오는 길에
도로 옆에 달린  플랜카드의 한 쪽이 떨어져서 바람에 심하게 날려서 지나다니는 차량의 시야를 가로막을
까봐 둘둘 말아서 안 흔들리게 한 쪽에 끼여 넣었는데 같이 산책갔던 직원왈, 동사무소 직원 다됐군.ㅋㅋ
이라고 하더군요.ㅋ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보람도 있고 재밌어요.


행정기관이 하는 일이라는 게 시장에서 소외된 노약자, 장애인,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이고 또 누군가에
게 도움이 되는 서류를 떼주거나 거의 울먹이시면서 오는 분들의 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게(물론 전 아
직 신입이라 큰 일은 못하고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도 많이 없지만..호적등본에 기재된 주민번호가 잘못
되어서 그거 고치려고 오시는데 엄청 불안하고 걱정되셨나봐요. 그건 동사무소에서 바로 되는 게 아니라
본적지에 민원인이 직접 연락하시거나 저희가 연락해드리거나 그러거든요.) 참 보람된 일인 것 같아요.

직업의 가치란 무엇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상은 늘 정신없이 좌충우돌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하나씩 배우는 사회초년생의 잡담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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