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 ginger
  •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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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센트 얘기가 나왔길래. [버피]에서 자일스로 나왔던 안소니 스튜어트 헤드는 좀 고풍스럽게 교육받은 영국인을 연기하느라고 평소와는 다른 액센트를 구사한다고 하더군요. 보통땐 좀 덜 포쉬하게 말한다고요. 이 사람은 최근 비비씨 컬트 코미디 [리틀 브리튼]에서 영국 수상으로 등장했습니다. 수상의 비서가 너무나 명백히 게이이고 게다 수상을 열렬히 짝사랑하고 있는데 이 아저씨는 정말 전혀 아무 생각이 없이 순진하게 반응하는게 농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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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를 봤습니다. 정말 인크레더블! 소리가 나올만한 장면도 많았고, 내용도 너무 착하지 않아서 즐겁게 봤지요. 평범하고 순응적인 교외의 중산층 삶에 대한 풍자도 날카로운 편이었고, 유머도 좋았습니다. 인물과 대사가 생생하게 살아있었고요. 개인적으론 수퍼히어로 영화 중에 제일 재미있게 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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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에미넴이 나왔을 때 미소지니와 호모포비아로 얼룩진, 폭력적이고 욕설로 가득찬 '다 전에 들어본' 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듣다보면 이 사람 가사가 제리 스프링어 쇼를 보는 느낌을 주네요. 음악적으로도 꽤 세련되고 상업적이고 계산되었단 생각도 듭니다. 귀에 쏙쏙들어오는 건 물론이고, 리듬을 타고 감정을 실은 가사를 정확히 잘 전달하는 재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에미넴이 내뿜는 욕설과 분노도 더이상 위협적이거나 재수없게 들리지 않습니다. Stan에선 임신한 여자친구를 트렁크에 싣고 자살하는 미친 남자가 나오지만, 결국 이건 그러지 말란 교훈을 주는 도덕극이고, Cleanin' out my closet 에선 엄마더러 지옥에서 타버리라고 외치고 있지만 저한테는 어려서 사랑받지 못한데다 아직도 싸움을 거는 창피스런 주정뱅이 엄마에 대한 좀 더 성숙한(꿀꺽) 감정 정리, 내지는 결핍된 사랑에 대한 갈구로 들렸어요..  

Lose Yourself, 영화 8마일에서


뭐 엠티비 문화 덕에 흑인/노동계급의 분노는 음악적으로 잘 다듬어져서, 잘 사는 애들틈에 쿨하게 팔리고 있고, 걸러지지 않은 분노를 거침없이 쏟아붓는 래퍼들은 추방되고 금지된 거리의 시인이기는 커녕 백만장자들이기도 하죠. 투팍의 가사는 시로 칭송 받고 영문과 교재로 쓰이기도 한다는군요. 좋겠어요. 열 받고 더러운 기분 드는 걸 거침없이 표현할 수단이 있는데다 그걸로 아메리칸 드림까지 넘볼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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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남자들로 이루어진 7,80년대 펑크 밴드들을 듣고 있으면 숨막히는 영국 계급사회에 대한 분노와 반항을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10대 남자애들의 불만족과 고민도요. Clash처럼 저항이 세포 속속들이 배어 분노를 뱉듯이 노래하는 밴드들을 거리를 두고 듣고 있는 건 좀 맥빠지는 일이에요. 동일시하고 싶은데 시켜주질 않으니까요. 어느 시점에 가면 `이건 내 얘기가 아니군`이라고 상기시켜 주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사람들이 2,30년전 영국의 10대, 20대 초반의 남자애들 감성으로 얘기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대와 성별의 장벽은 크더군요.

펑크만이 아니라 록이나 헤비메탈 음악에 대한 여자들의 태도는 항상 모순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남성 호르몬 과잉이거나 여성혐오적인 가사는 싫지만 그 반항하고 개기는 에너지는 좋거든요. 뭐, 많은 록이나 헤비메탈 스타들이 멍청하고 성차별적인, 폭력적인 술주정뱅이 마약중독자 얼간이들이지만, 드물긴 해도 중성적이거나 똑똑한 사람들도 있긴 하죠.

저는 믹 재거를 매우 재수없어하지만(tosser!) I can`t get no satisfaction하고 노래하면 그 불만족과 삐딱함과 방자함이 좋습니다. The Stranglers (밴드 이름부터 벌써!)의 지독하게 여성혐오적인 가사는 정말 짜증나지만, 얘들의 음악은 그걸 넘어서서 보편적으로 호소하는 데가 있고, Hanging Around 같은 노래는 정말 신납니다. 딥퍼플은 생각만해도 냄새나는 안 감은 더러운 긴 머리와 수염, 땀내와(웩!) 지독하게 큰 볼륨과 으쓱대는 수탉같은 행동 등이 떠오르지만, 이들의 단순한 남성성은 귀여운 데가 있고, 저는 아직도 Hush를 들으면 기분이 정말 좋아집니다. 앨리스 쿠퍼(엎드려 절하는 웨인과 가스가 생각나네요)는 기괴하지만 꽤 중성적이고 모호한, 흥미로운 퍼소나이기도 해요. 물론 이사람의 호러영화스런 악몽은 저한테 큰 즐거움을 주죠. Stephen...너바나는 신을 게이라고 했고요...I think I'm dumb만큼 절 달래준 노래도 별로 없어요. 흑흑 커트~~~약 좀 작작하지.

Deep Purple 'Hush'



전에 다큐에서 본 건데, 섹스와 드럭으로 점철된 록 계의 기준으로도 가장 최악의 그룹으로 다들 두말없이 모틀리 크루를 들더군요. 너무 심하게 막가니까 거의 예술의 경지가 되었다는...이 밴드 멤버들이 아직 모두 살아 있다는 건 현대의학의 개가랍니다. 둘은 이미 죽었는데 전기 쇼크와 아드레날린 주사로 걸어돌아다는 거라는 설도 있어요...무대 뒤편에 수많은 그루피들을 종류별로 분류해 놓았는데 `모녀방`도 있었답니다. 왜 여자들이 이 병 들고 못생긴 제정신 아닌 마약 중독자들한테 그 난리를 쳤는지는 수수께끼라 아니할 수 없겠죠.

80년대의 Motley Crue


Motley Crue 'Girls girls girls'



비명을 지르고 발을 구르며 실신하던 비틀매니아부터 모틀리 크루에 열렬히 육탄공세를 해대던 엘에이 여자들까지, 제 생각엔 사는게 심심해서 그런 것 같아요. 평범하고 정해진 일상, 제한된 삶의 경험에서 위험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건 록 밴드에 대한 열광일지도 모르죠. 그야말로 girls just wanna have fun인 것 같다고요. 모틀리 크루 멤버들은 자기네가 성적으로 왕성해서 많은 여자들을 거느렸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심심한 여자들한테 뒤끝없는 서비스를 제공한 걸 지도 모르죠.


갑자기 스파이널 탭이 굉장히 보고 싶어지네요. 무대뒤에서 길을 잃는 얼간이들을 말입니다. 근데 앨리스 쿠퍼가 그러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들 자기가 너무 많이 봤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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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 자기 표현은 어디까지 허락 되는 걸까요? 저번에 호모포비아적인 가사 때문에 음악상 후보에서 어떤 흑인 가수가 제외된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는 편견이 '예술'의 이름으로 돌아다는 게 불편하고, 남자 문화 생산자들이 만든 '저들' 만의 시각이 잡힐 때마다 불쾌하거나 가소롭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체를 다 부정해버릴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 걸작이거나 정치적으로 공정하다면 사는게 정말 따분하겠죠. 제가 사랑하는 몬티 파이슨 작품에서도 옥스브리지 올드 보이 클럽의 오만한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 스케치가 다 쓰레기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사실 정말 중요한 건 맥락이고, 수용자로서는 걸러서 향유하거나 그부분을 비판/조롱하면 되죠. 문화 상품에 드러나는 어떤 견해나 표현 방식이 법이나 특정 그룹의 압력으로 일괄적으로 금지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열린사회라면 심한 편견은 장기적으로 보면 자율적으로 걸러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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