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히도(?)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의 방송기간 내내 저는 부대에 있었는지라 제대로 시청한 에피소드가 거의 없군요. 그래도 일부 시청한 내용과 웹상의 자료를 모아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실은 아무도 안썼길래 제가 먼저 고지를 선점하는 겁니다.)
주인공 모두는 천민자본주의적이고 남성우월주의(이 글을 쓰는 저도 남성이지만)와 외모지상주의에 가득찬 이 세상에서 그다지 성공할 수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인물 입니다. 외모도 못생겼지, 그렇다고 공부를 잘 하는 우등생도 아니지..... 이런 모두에게 어느날 '하늘의 선물'이 내려왔으니 그건 바로 머리를 감으면 4시간 동안 바비인형(실제로 신비역을 맡은 정시아는 바비인형 같아 보입니다. 성차별적인 의도는 아닙니다. ) 뺨치는 외모로 변할 수 있는 기적(?)의 샴푸, 두근두근 샴푸입니다. 모두는 이 샴푸를 이용해서 '신비'라는 미모의 여인으로 변해서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는게 대략의 줄거리 입니다.
이 시트콤에서 샴푸는 모두에게 일종의 '힘'을 주게 됩니다. 모두로 있을 때는 전혀 안되는 일도 신비로 변신하고 있는 4시간 동안에는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전단 돌리기, 데이트 상대에게 비용전가 시키기, 방청객 아르바이트 하기 등등..... 극의 막바지까지는 모두가 이 샴푸를 써서 연예인 오디션에도 붙고 잘생긴 남자친구도 만든다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다가 거의 막바지에 와서 샴푸가 가진 양면성이 드러나게 됩니다. 모두가 샴푸를 쓰면 쓸수록 기억을 자기도 모르는새에 하나씩 잊어버리고 마지막에 샴푸를 쓰면 평생 신비의 미모로 살아갈수있지만 이전의 기억은 전부 잊어버린다는 엄청난 사실이 드러납니다. 모두는 샴푸 때문에 납치당했다가 (추석때 이걸 보다가 납치범이 정선희인 것을 보고 소대원들이 모두 웃던게 기억납니다. 저희 소대원들이 정선희씨에게 무슨 감정이 있어 그런건 절대 아닙니다.) 이 사실을 알고 망설이지만 곧 다시 샴푸를 쓰게됩니다. 이미 그만두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거죠.
결국 모두는 마지막 샴푸를 남겨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이대로 살 것이냐, 아니면 과거를 말소하고 신비로 다시 태어나느냐..... 모두는 이대로 사는 것을 택합니다. 해피엔딩 만들려고 그랬다, 정치적인 결말이다(과거를 지우고 신비로 사는 결말이 나왔다면 여성운동가들에 대한 선전포고나 마찬가지 일테니까요.)라는 의견도 있을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곰곰히 따져보니 모두가 그런 결정 내린게 이해는 갑니다. 왜냐고요? 댓가가 만만치 않거든요.
과거가 지워진다는건 단순한 기억상실의 의미가 아니라 나의 존재에 대한 일종의 부정에 가깝습니다. '모두'는 출생이후 계속해서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모두'로서 성장해오고 규정되어 왔는데 하루아침에 이걸 지워버리고 '신비'로 살아가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거든요. 생각해보세요, 무통 전신성형수술의 댓가가 기억상실과 주민등록 말소와 가족과 친구 관계 전부라면? 십수년간 익숙해졌던 모든 것을 깨끗이 지우고 백지상태에서 시작한다면? 신용불량자라면 반가울지 몰라도 평범한 사람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겁니다.
결국 모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하여 계속 모두로 남는것을 선택했다는게 제 의견입니다. 물론 모두가 사회경험이 없는 고등학생이라는게 선택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어요. 모두는 아직 이상이나 낭만이 남아있고 또 완전히 독립된 개인으로는 아직 미약하니까요. 만약 모두가 고교생이 아니라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대학 졸업반이나 직장인이었다면 아마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었을겁니다. 만약에 그랬다면 진짜 어떻게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