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찌어찌 빌붙어서 '역도산'을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았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걸작"이라거나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연출"의 작품은 아닐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역도산'은 적어도 올해의 베스트로,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상업 영화로서 재미있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구요. 솔직히 크게 기대 안하고 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구성이 짜임새 있으면서 박력있더군요. 지루할 틈 없이 시간이 금방금방 지나갔습니다.
역시 역도산이라는 영화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갈 배우로 설경구라는 배우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설득력있는 감정 표현같은 것도 그렇고, 레슬링 장면은... 으으, 저같으면 백만금을 줘도 그렇게 링에서 대역없이 메다꽂히는 역할 하라면 못할 것 같습니다. 실감나고 아니고를 떠나서, 스포츠 선수도 아닌 영화배우가 덩치 산만한 운동선수들이란 그런 동작 하고 "안 죽은" 게 신기합니다.
나카타니 미키는 기대보다도 비중이 컸습니다. "순종적인 일본인 아내" 이미지를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역이었구요. 하기와라 마사토의 경우 배역 비중도 캐릭터도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후반부에 자주 나오는 것만으로 반가웠습니다. 충성스럽게 역도산을 따라다니기만 합니다. 그냥 조금 소심한 듯 하면서 성실한 비서 이미지 정도? 가장 좋았던 역은 역시 후지 타츠야 아저씨. 끄악, 아저씨의 그 웃음소리 너무 멋지십니다. 하지만 감각의 제국, 열정의 제국, 심지어 최근작인 밝은 미래에서도 뭔가 좌절하는 역으로 나왔던 배우가 이런 인생의 승리자(?) 역으로 나오지 초반엔 좀 당황스러웠다는 사실.
살짝 채도를 낮춘 듯 한 화면이 좋았습니다. 블리치 바이 패스가 아니라 디지털 색보정이라고 하더군요. 중간 중간의 몇 장면들은 세트와 엑스트라인지 cg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은근히 스케일이 큰 영화.
2. 검색 엔진에서 몇몇 영화나 이름을 치면 제 블로그의 관련 글이 상위에 뜨는 모양입니다. 전에는 이런 것을 "재미있다", "덕분에 방문객들이 많아지겠다"고 긍정적으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본의아니게, 특정 영화에 대해 인터넷을 찾아보면 뜨는 정보는 mithrandir.co.kr에 있는 것 뿐이라고 하면, 제 홈페이지의 "가벼운 잡담"이 순식간에 "독점적인 정보 창구"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제 블로그를 검색 엔진에서 막아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검색했을 때 중간 순위 정도로만 나와주면 딱 좋을텐데요. 글을 매번 조심해가며 쓴다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하여간 여러가지로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3. 레코드 가게에 들어갔다가 좀 이상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샹송은 보통 "월드뮤직" 또는 "제3세계 음악" 코너에 진열되어 있잖아요? 오늘 제가 간 곳에서도 "제3세계 음악"이라는 코너 쪽에 진열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제3세계"라는 용어의 정치적 공정성이나 의미같은 건 일단 넘어간다고 하고, 프랑스가 어떻게 "제3세계"죠? 프랑스는 "제1세계" 아니던가요?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