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속의 지우개와 노트북.. 그리고 피폐함에 대하여.

  • shuri
  •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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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에 대한 스포일러가 아주 조금 있답니다...





노트북을 보았는데,.. 내 머리속의 지우개와 묘하게 비슷하군요.

기본 설정 몇개가 신기하게 비슷한거예요. 부잣집 아가씨와 가난뱅이 청년의 로맨스에다가, 하류인생 남주인공의 직업이 목수라는 것,, (그래서 나중에 여자주인공을 위해 집을 지어 주지요) 또한 결정적으로 여자의 치매와 남자의 헌신적인 보살핌같은게 말이예요.

하지만 이런 설정들에 대한 초점의 정도도 다르고, 줄거리 전개방식도 다르고 해서 누가 먼저고 누가 카피한거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가 상당히 사소하게 비슷해서 신기해하고 있습니다.


요즘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한줌의 햇빛과 신선한 공기, 잠깐의 산책등이 얼마나 우리 삶에서 필수 불가결한건지 ... 이것들의 부재로 인해 육체적으로뿐만이 아니라 심적으로도 얼마나 안보이게 썩어갈 수 있는지 말예요.


제가 올 한해동안 거의 삶의 80%를 한 건물(기숙사) 안에서 보냈거든요, 하루 종일 건물 밖에 안나가는 수감자 비슷한 생활을 하면서 일주일에 이삼일씩 밤새는 지옥같은 패턴의 연속이었습니다. 여름 방학 끝나고 학교에 들어갔는데, 이제 여름이 가나 싶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크리스마스 장식이 거리에 달려 있더군요.


그러다 보니까 어쩌다 한번 밖에 나가면, 멍하니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본다던지, 단풍이 물드는 산을 보며 난생 처음 아름답다고 느낀다던지, 겨울 아침공기의 싸늘한 냄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던지 하는 지경이 되는거예요.


그리고 제가 좀 차가운 아이여서, 생전 로맨스 영화를 보고 울어본 적이 없었더랬죠. 차라리 이 나이에 엄마와 싸우면서 울면 울었지 영화보면서 운 적은 평생 기억으로 두세번 정도인데, 이제는 최루성 로맨스건 잔잔한 주말 연속극이건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힙니다.

평소같으면 비디오로도 빌려볼까말까 고민하다가 보고 나서 무진장 씹어댔을, 보고펑펑울라고무지하게신경썼으니영화비안아까우려면꼭울어야돼파의 영화들- 위의 노트북과 내 머리속의 지우개, 그리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을 지인들의 성화에 못이겨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세편다 구슬같은 눈물방울이 또로록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어허흐...흐... 같은 이상한 소리가 나려는 것을 꾹꾹 참으며 양쪽 콧구멍이 다 액체로 막혀서 호흡곤란에 이를 정도로 헥헥거리면서 봤다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요즘 주말에 김수현의 부모님 전상서를 가끔 보는데, 한회에 한두번쯤 짠해지면서 눈물이 그렁거려서 아주 죽겠습니다. 가족들 보기 민망해서 조용히 손등으로 훔치면서 봅니다.



정말 '피폐'라는 단어를 뻐져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앞으로 일주일 남은 이 생활이 끝나는 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머리가 으스러져라 종을 치고 가죽으로 북을 만들어 두드리고 다닐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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