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물하기.

  • 나미
  •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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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내일 여행을 떠나십니다. 발리로요. 이모님 세 분과 함께 네 자매가 오랜만에 같이 가는 여행이라시네요. 이 겨울에 발리라니 부럽습니다. 난 앞으로 이틀은 시험 때문에 더 고생해야 하는데. :-(

다른 곳 다 놔두고 하필 발리인 것은, 사촌 언니가 인도네시아에 있기 때문입니다. 음...지금 열네살인 조카가 막 초등학교 2학년이 되려던 때에 갔으니, 한 6년쯤 됐나요(생각보다 정말 얼마 되지 않았군요). 자카르타에 살고 있어요. 처음에 이모들과 어머니는 그냥 자카르타만 잠시 관광하고 오시려 했는데 언니가 이왕 온 거 발리도 가자 그랬다는군요. 흠흠. 윽, 정말 가고 싶어지네요.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언니가 부탁을 했습니다. 어머니 오시는 길에, 제가 읽던 책들 좀 보내달라고요. 아마도 조카에게 읽히려나 봅니다. 어머니는 대수롭잖으시게 그냥 보던 거 중에서 깨끗하고 쓸만한거 있으면 줘라, 고 하셨는데 그게 참 어렵단 말이죠. 일단 깨끗까지야 그렇다쳐도 쓸만한 책이라...조카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쓸만한 건 제가 보고 있는 걸요.

그리고 동화책 같은 거라면야 쉬울 텐데 또 그건 아니란 말씀이죠. 그애가 생일이 빨라서 한국에 있을 때도 학교를 일찍 들어갔는데, 거기 가서는 어찌 된 영문인지 한 학년을 더 높게 다니더라고요. 아마 지금 다니는 학교가 영국계라서 그런 모양인데...저번 여름에 봤을 때 가을이면 중3(한국식으로)이 된다고 했으니까요. 여하튼 그런 애한테 제가 옛날옛날에 읽던 것들을 줄 수 없는 노릇이고. 또 성격이 굉장히 차분하고 조용해요. 과묵한 편이고...그래서 더욱 그애 수준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보니까 책도 적게 읽지는 않는 것 같고요.

뭘 사다주는 게 좋을까요?

일단 제가 재미있게 봤던 걸 보니 온통 영미/유럽문학 일색이라 절망했습니다. 영어라면 줄줄 꿰뚫고 있을 텐데 그런 애한테 어찌 번역물을 줍니까.; 차라리 나중에 원서로 사서 보는 게 낫지. 게다가 제 취향은 상당히 편중된 터라 열다섯 즈음의 남자애한테 읽으라고 줄만한 게 별로 없던걸요. 아휴...

결국 고심하다 한 권은 골랐습니다. '나무'...단편집이고, 번역작이긴 하지만 프랑스어니 좀 낫고, 또 그 나이대 남학생들 치고(여학생도 물론) 한 번쯤 안 읽은 경우가 드물길래. 전 베르베르를 안 좋아하고 추천해줄 마음도 별로 없지만 대중성을 고려한 선택이었죠.

나머지는 무엇이 괜찮을까요?

되도록이면 한국/일본/중국 등의 아시아 문학으로 보내주고 싶습니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괜찮은 성장소설도 생각해 볼 만하고. 또 너무 고답적이거나 지루할 만한 건 별로네요. 적당히 흥미있고 흡인력 있는 작품이 좋을 것 같아요. 소설 이외의 것은 채 생각도 못해 봤군요.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는 어떻습니까?

도움 얻는 처지에 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것 같아 안됐군요. 그래도 잘 아는 분들의 조언 바랍니다. 간만에 이모 노릇 좀 해보고 싶어요, 나이 차이도 몇 살 안나는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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