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티셔츠, 지하철에서 MP3 듣기, 쁘띠첼 푸딩

  • DJUNA
  •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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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체 게바라 티셔츠는 20세기의 가장 아이러니컬한 문화 현상 중 하나죠. 이상주의자인 사
회주의 혁명가의 얼굴이 가장 인기있는 패션 아이템이 되어 장사꾼들의 돈주머니를 두둑
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 말이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게 과연 재미있는 것만큼 추한 현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선 우
리가 경멸을 잔뜩 담아 호칭하는 '장사꾼들'을 한 번 보죠. 체 게바라의 티셔츠로  돈을
버는 회사들은 대기업은 아닐 겁니다. 대부분 군소 제조업자들과 상인들이겠죠. 체 게바
라 이미지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작권료가 없다는 것일테니까요. (있나요?) 그들에겐 비교
적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입니다.  체 게바라의
티셔츠가 일년에 옷값을 몇억씩 쏟아붓는 전문 패션광들을 위해서만 만들어지는 것도 아
닐 거고요.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생활을 위해 물건을 만들고 평범한 사람들이 그걸  사
입는 거죠. 체 게바라의 잘생긴 얼굴은 자본주의 사회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범한  사
람들과 함께 흐릅니다. 여전히 아이러니컬하죠.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까지 경멸을 담아
가며 비난할만한 사람들은 여긴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이런 현상에 불편해한다면 그건 체 게바라에 대해 어떤 순수성을 기대하거나  요
구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우리가 체 게바라의 삶과 이미지를 그가 원하는 대로  소비
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의 정치적 신념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체 게바라를
흥미롭고 매력적인 인물로 좋아할 수 있죠. 우리가 그를 좋아하고 그의 티셔츠를 입는다
고 해서 그의 사상대로 행동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체 게바라 티셔츠를  소
비하는 행동 역시 그렇게 대단하게 모순되는 행동은 아니죠.  여러분이 열성 사회주의자
라면? 그래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군요. 여전히 여러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
아남기 위해 소비를 해야 합니다. 체 게바라 티셔츠를 사 입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티
셔츠는 필요할 거란 말이죠. 그게 거슬린다면? 거기서부터 여러분은 그를  우상화시키고
있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체 게바라 티셔츠를 적극적으로 사입지 않고 거부하는 행위는
사입는 것보다 더 우상숭배적인 행동일 수 있습니다.  

아래 제가 키득거리며 올렸던 체 게바라 액션 피겨는 어떨까요? 분명 배꼽잡는 상품이지
만 역시 우리가 비난할 구석은 많지 않습니다. 액션 피겨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몰라도 이걸 만드는 사람들 역시 예술가들입니다. 심각한 예찬이건 아이러니컬한 야유이
건, 둘 다이건, 그들 역시 뭔가 그럴싸한 예술적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게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관객들에게서 돈을 뜯어낸다는 상업적 이유와 결합했다고 해도 사정은 달라
지지 않습니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액션 피겨 콜렉터들을 비난해야
할까요? 왜요? 우리가 왜 남의 취미를 비난해야 하나요? 그들이 체 게바라를 가지고  논
다고요? 그 콜렉터들이 체 게바라를  존경하는 사회주의자라고 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
습니다. 그들이라고 나름대로 유머 감각이 없으라는 법은 없겠죠.  물론 그들은 체 게바
라 액션 피겨를 사는 대신 그 돈을 남미 빈민들을 위해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
들이 마징가 제트 액션 피겨를 살 때도 해당되는 말이죠. :-)

2.
지하철에서 MP3로 던 업쇼의 로저스&하트 앨범을 듣고 있는데 중간에  [I Could Write a
Book]이 흘러나옵니다. 이 감상적인 노래가 은근히 오늘 제 분위기에 맞아 잘  들으려고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종이 십자가를 목에 건 아저씨가  들
어와 고래고래 고함을 지릅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허겁지겁 전 다음 칸으로  도망
가요. 그런데 거기서는 또 어떤 아저씨가 회사가 부도나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싸
게 판다는 이상한 물건을 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습니다. 지하철이  멈추자  전
다음 칸으로 또 달아납니다. 제가 안심하고 다시 노래에 집중하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제가 들어온 문을 통해 감색 교복을 입은 십대 여자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옵니다. 그러는
동안 노래는 끝나 버리고요.

근데 제 MP3 스크롤이 갑자기 이상해졌군요. 위로는 잘 올라가는데 아래로 내려가는  건
덜컹거립니다. 펌웨어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을까요? 전엔 멀쩡했는데 컴퓨터를
고치고 난 뒤부터 이렇게 되었거든요.

3.
왜 쁘띠첼 푸딩은 안 나오는 걸까요? 혹시 근처 가게에 있던가요? 문근영이 나오는 광고
사진은 꽤 오래 전부터 본 것 같은데 정식 텔레비전 광고나 지면 광고도 본 적  없군요.
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요? 동네에서 푸딩을 사먹을 수 있다면 편할텐데. 샬로트라
는 푸딩이 나오긴 하는데, 동네에선 구하기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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