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프리마투르

  • 젊은 후베날 우르비노
  •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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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에 대해서 말한다는 건 너무 늦은 일인 것 같네요. 읽은지도
오래 됐고, 워낙 말들이 많았으니까요. 애초에 기독교를 건드렸으니 각오했
던 일이었겠지요. 그냥 헐리우드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감이 가장 실감나는 것이었습니다 :-P  

<다빈치 코드>이후 비슷한 형태를 띤 추리 소설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물
론 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류같은 고전적인 것 말구요(홈즈가 유행한 것은
2002년 쯤이었죠). 휘황찬란한 카피의 띠를 둘러놓은 <단테 클럽>, <4의 규
칙>은 죄다 쓰레기였습니다. 차라리 베르나르의 새 소설을 읽는 편이 안전한
선택이었겠지요.

아직 <돌의 집회>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나마 조금 나은 수준이라고 하네요.
<우부메의 여름>은 진작에 사놓았지만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레이먼드 챈들
러의 고전들도 괜찮을 것 같구요. 시공사의 존 그리샴 걸작선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황금가지의 다음 스티븐 킹은 <세일럼스 롯>이라고 하네요.

조금 고민하다가 <임프리마투르>를 읽었습니다. 학술서같은 두께에 고급스러
운 양장은 일단 구미를 당겼습니다. 정복욕과 소유욕을 자극했다고나 할까요.
시류에 편승하려는 별볼일 없는 책때문에 쓴 맛을 좀 본 상태였기 때문에,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웬 걸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반전이 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바탕으로 이렇게 훌륭한 구조를 짜올릴 수 있다니요. 움베르트 에코
의 '적자(嫡子)'라는 칭호가 제법 어울릴만 했습니다.

단점이라면, 스토리텔링 자체가 중언부언하는 감이 있었다는 것 정도지요. 독자
들이 이해를 못할까봐 너무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 작가 자신들의 업적을 과시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구요.

기득권 역사에 반하는 내용때문에 검열을 우려해서 였는지, 이중의 시간 설정과
스스로 등장하면서 신비로운 채하는 작가들은 초반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소재
자체도 웬만한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금새 지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매력으로
작용했던 두께와 장정은 사환의 이야기가 끝나버리자 중압감으로 다가왔구요.

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만은 굉장했습니다. 이게 다 실제 역사(저
자의 주장에 따르면)라니 그걸 밝혀낸 작가 또한 대단하구요. 푸케의 이야기는 어
렸을 적에 베르사유 설명이 나와있던 계몽사 사회백과에서 본 적이 있었습니다.
푸케의 성을 질투한 루이14세가 푸케를 잡아 가두고 푸케의 성보다 화려하게 지어
라고 명령하는 네컷 만화였거든요. 그 속에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이야!

다소 허황스러운 페스트와 음악의 묶음조차 사랑스럽기 그지없었고, 매일 밤 지
하수로를 해매는 어드밴쳐에다가, 종반에 이르러서는 긴박하게 이어지는 액션까
지.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들!

바다 건너 일본과 맞붙은 중국밖에 없는 우리나라도 꽤나 복잡한 대외 역사를
가진 편인데, 다닥다닥 붙은 유럽이야 오죽했겠습니까. 게다가 구교 신교 따위의
종교까지 생각해야 되니. 그 권력과 재력의 얽히고설킴, 그 복잡함은 그냥 말만
꺼내도 흥미진진한 음모론과, 치정극이 될테지요.

4편 연작 중 첫편이라니 나머지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IMPRIMATUR SECRETUM
VERITAS MYSTERIUM' 가 각각 각 편들의 제목이 될 것이라네요. 그 뜻은 '모든 비
밀은 공표될 수 있지만, 진실은 끝내 미스터리로 남는다'라고 하구요.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강 짐작은 가지만, 4편 다 윤곽이 드러나야 무슨 말
을 하고 싶어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또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멜라
니가 주인공처럼 계속 나온다고 하니, 그 시대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것 같기도
하구요. 궁금합니다! 영어권에선 2002년 겨울에 번역되었던데, 이 한편을 쓰는데
꼬박 10년 정성을 들였다 하니, 다음편을 한글로 구경하려면 적어도 10년은 넘게
기다려야 하는 거겠죠? :-/

기다리는 시간이야 어쨌든 다음 번엔 제발 중역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역은
처음에는 잘 못느끼지만, 은연중에 아주 피로함이 몰려온답니다.  뭐 중역본과 직역
본을 비교해도 별차이를 못느낄 수도 있겠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중역이라니 처음에
는 깜짝 놀랬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프랑스어 중역이 나빴다는 것은 아니에요. 우고니
오의 말을 번역하기가 '정말로' 어려웠을 번역자를 생각하면 조금 안쓰럽기도 하구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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