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화장과 외모에 관해서

  • 궁상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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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몇달전이었어요. 꽤 오래전의 일이죠. (그게 왜 지금 갑자기 생각나는 지;; 시험증후군인가봐요;) 이글루 블로그를 떠돌아다니다가 '진한 화장'에 대한 포스트를 봤어요. 대강 앞뒤 잘라먹고 중요한 이야기만 하자면 보통 화장도 피부에 부담가는 데 졸업사진 찰영용 진한 화장은 정말 싫다, 뭐, 그런 내용이었어요. 화장이 피부에 안좋은 건 사실이죠. (이 웰빙 시대에 피부자손행위를 사회적 예의라고 빡빡 우기는 사람들 정말 싫어요. -.-;) 뭐, 그런 이야기가 한참 댓글로 진행되어가는 데, 그 중에...

'예, 저도 진한 화장한 여자는 안좋아해요.'

.............뻐끔뻐끔;

저기요?; 지금 댁의 기호에 대해서 묻거나 말한 게 아닌데요?; 뭐랄까, 그때 당시 머릿속에 든 생각을 그대로 육두문자까지 재현해서 말하자면,

'저 XX는 뭘 잘못 쳐먹어서 귓구녕이 막혔나, 지금 누가 네 생각 물어봤냐?'

예, 과격한 거 압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확 짜증이 치밀어올랐어요. 화장 자체가 싫다는 사람 앞에서 '진한 화장'은 안좋아한다니, 저 사람이 글을 제대로 읽어보긴 했는 지 의심스럽더군요. 그 사람이 남긴 덧글 뒤에 다시 남겨진 덧글.

'남자들에게 정말로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시키려면 본문의 2.5배쯤 달하는 주석이 필요하더군요.'



2. 지난 학기때 있었던 일입니다. (더 옛날;) 전 그때 사회심리학 수업을 듣고 있었는 데 주제가 여성들의 화장하는 심리에 관한 거였어요. 대강 이러쿵 저러쿵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발표와 토론식 수업이었거든요) 여성들의 화장은 궁극적으로 이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서이다, 라는 쪽으로 결론이 나아가기 시작했어요. 남자든 여자든 외모를 가꾸는 데 있어서 궁극적인 목적은 '짝짓기'행위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짝짓기가 목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매력적인 이성으로 보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부수효과를 위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에.... 그 수업에는 저 말고도 다른 여학생들이 많이 있었지만 다들 동의해서인지 아니면 아무생각이 없어서인지 그냥 잠자코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저 의견이 필견 타당해보이지만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정리되지 않은 의견이나마 떠듬떠듬 늘어놓았죠. 대강 이런 내용이었어요.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것은 맞지만 화장이나 옷차림, 외모에 '집착'하는 동기의 대부분은 이성을 의식해서라기보다는 동성을 의식해서이며 (꿀리면 안된다는 거죠) 자기만족을 위해서라고요. 물론 바로 그 다음에 반론나왔죠. 동성을 의식하는 것도 결국은 이성에게 '상대적'으로 더 잘보이기 위해서 아니냐고요. 뭔가 달랐지만;; 저는 화장도 안하고 예쁜 옷에 관심도 없고 오직 엄마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체중을 관리하는 인간인지라; '나만 그런 거지 다른 사람들은 다 '이성'에게 잘보이고 싶어하는 건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며 그날 수업을 마쳤죠.

그러다가 시험증후군때문인지 오늘 갑자기 한 학기가 지나서야 계시(...)를 받았습니다. 엘의 검은구두가 프라다라는 걸 알아본 남자는 게이뿐이었어요! (...) 보통 이성애자 남자들은 여성들의 립스틱 색깔이 로즈 레드인지 꽃분홍인지 모릅니다. 심지어 자기자신이 멋쟁이라고 해도 여성들의 패션으로 넘어가면 센스가 형편없어지는 사람들도 많고요. 여자친구랑 데이트 한 날, 예쁘게 차려입고 나온 여자친구를 바라보며 마음 흐뭇해졌던 남자분들은 많겠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 라고 물었을 때 '응? 그냥 전체적으로 예뻐보였어.'라는 답변말고 시시콜콜 스타킹이 어떻고 치마색깔이 어떻고 생각해내실 수 있는 분 있나요?

오직 남자들에게 잘보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는 여성들의 화장품과 브랜드, 추운 겨울날에도 꿋꿋하게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설명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그래서 가설을 하나 세웠습니다. '이건 여성들끼리의 경쟁이야.' 프로이드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궁극적으로 좀 더 매력적인 이성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지껄였지만 그건 그 변태영감탱이 생각이고 (체 게바라가 여자 꼬시려고 콜롬비아에 갔다가 죽었단 말이냐?;) 좀 더 궁극적인 원인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요.
'권력' 즉, 같은 여성들 사이에서 우월적인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죠. 남자들보다 덜 과시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여성들간에도 이런 종류의 힘겨루기가 있는 거예요. 어떤 분들은 이런 경쟁의 최종목표가 남자를 차지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여자들로만 구성되어있는 집단에서도 외적인 미는 그 그룹의 주도권을 잡는 데 아주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거든요. 물론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자의 매력과 여자가 생각하는 여자의 매력은 많이 달라서 마냥 예쁘기만 하다고 그게 곧장 권력과 연결되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meangirls'는 그런 점에서 꽤 날카로웠다고 생각해요. 그 영화에서 레지나 조지가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권력은 그녀가 특출나게 예뻐서도, 그녀의 남자친구가 미식축구부의 쿼터백이기 때문도 아니거든요. papa told me라는 만화책의 한 에피소드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남자와는 상관없이 오직 나만을 위해 가느다란 팔과 아담한 가슴을 원한다고.

제 가설, 어떻게 생각하세요?




3. 물론 일부 여성들이 '미'에 대해 보이는 집착의 정도가 순수하게 그녀들 고유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겠죠. 이 나라의 성형중독증세는 언론이 부추기는 사회문화적 풍토의 죄가 커요. (절래절래;) '세상에 이런 일이'였던가. 뭐 그런 프로들 중 하나였는 데 정말이지 끔찍했어요. 어떻게 자기의 육체에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까요? CSI 에피소드를 우리나라에서 논픽션으로 보게 될 줄이야; 저런 정신병적인 증세까지 나타낸다는 건 이미 외모에 대한 집착이 자아를 붕괴시켰다는 뜻인데.... 외모지상주의든, 지름신의 계시(...)이든 모든 집착은 자기애의 반석 위에 서있어야만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통장 잔고가 세자리여도 나는 행복하여라~'는 문제가 아니지만 (....) '제길! DVD조차 내 맘대로 지르지 못하는 이따위 세상!'으로 나가면 이건 폐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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