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로이드 작동법, 등등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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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독립영화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영한 [폴라로이드 작동법]이라는 영화 보신 분 계시는지? DV로 촬영한 6분 여 초의 짧은 단편이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쉽다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이지만 짝사랑하는 남자 선배의 강의 앞에선 도무지 뭘 어떻게 건드려야하는지 귀에 들어오지가 않는다는, 그 떨리는 감정의 잔영들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잡아내고 있던 소품이었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감독의 예민함이 신선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동시에 아주 공들여서 예쁘게 접은 얇고 가벼운 편지지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도 무진장 심각하게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척했던 삼십여분짜리의 사이코 드라마를 바로 보고 난 후라 그런지 이 가볍고 귀여운 작품의 장점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더군요.



[인크레더블]에서 일라스티걸의 목소리를 연기한 사람은 홀리 헌터였죠. 영화를 보기 전까진 몰랐지만. 제가 언제부터 이 사람을 수퍼 히어로 엄마로 생각해왔는지 생각해보니 헌터가 약 십년전에 출연했던 티비영화 [The Positively True Adventures of the Alleged Texas Cheerleader-Murdering Mom]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헌터는 자기 딸이 치어리더가 되는 데 방해가 되는 경쟁자를 죽이기 위해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하는 무시무시한 엄마로 나왔어요. 그 후에 [할란 카운티 전쟁]에선 노마 레이 식 캐릭터를 연기했었고, 가장 최근엔 [Thirteen]이 그랬지요. 이 영화에서 정말로 무서웠던 건 머리 속에 템페스트 공연이라도 하는 듯한, 위험하게 흔들리는 열 세 살짜리 딸이 아니라 그 옆에 어떻게든 같이 서있기 위해서 이 꽉 깨문 엄마였어요. 아시다시피 홀리 헌터 같이, 작고 꽉 찬 여자가 이 꽉 깨물면 무서울 자격이 충분하죠. 이 사람이 결국 일라스티걸 엄마가 된 것도 다 맥락이 있었다는 이야기. :) 영화는 재밌더군요. 특히 날쌘돌이 아들의 '소망성취 질주'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채널을 돌리다가 [척 앤 벅]이 시네마티비인가 하는 곳에서 하더군요. [굿 걸]과 [스쿨 오브 락]의 작가였던 마이크 화이트가 주연과 각본을 담당한 작품이고, 이 사람의 상대역은 와이츠 형제들이지요. [굿 걸]을 보신 분이라면 제니퍼 애니스턴에게 성경 모임에 나오라고 권유하는 매장 경비원을 기억하실텐데 그 사람이 마이크 화이트입니다. 이 사람이 쓴 이야기들은 굉장히 흥미로운 캐릭터 스터디의 예를 보여주는 것들인데(살짝/꽤 미친 사람이 하나 이상은 꼭 등장하지요), [척 앤 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신랄하고 날카롭게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정신 연령이 십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벅은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이 어린 시절 짝사랑(?)한 친구, 척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척과 만납니다. 그리고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를 따라서 몰래 LA로 거처를 옮기고 회사 바로 앞에 있는 커뮤니티 극장을 빌려 자기들 어린 시절의 이야기(호모에로틱하며 여성혐오적인)를 다룬 연극을 준비하죠. 마이크 화이트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언뜻 보면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자기각성에 도달하게 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어둡고 걱정되는 이야기로 보이는데 그건 결국 이 전형적인 기크, 너드 같은 외모의 남자가 이러한 설정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포착하고, 사려 깊게 고민해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냈는지 동시에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거에요. 이번주 재방은 끝난 모양이지만, 조만간에 다시 방영해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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