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노트 필기 빌리기.

  • hermes
  •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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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의 마지막 기말고사 중입니다. 내일 두 개 남았지만, 그다지 시험공부에 대해 압박감이 들지는 않아요.

두 과목 모두 교과서가 없는 과목인지라, 노트 필기가 매우 중요한 과목이죠. 한 과목은 후배의 노트를 복사했고, 다른 과목은 제가 노트를 다른 이들에게 복사해주는 처지예요.

근데, 이 후배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노트 빌려주기 싫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마침, 그날 제가 노트를 빌려서 복사한 터라, 뜨끔하면서도 얘기를 들어보니, 평소엔 전화 한 통 없다가 마지막 시간만 되면 "나야" 하면서 전화해서 노트를 빌려줄 것을 종용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하더라구요.(안도의 한숨) 물론, 전혀 모르는 사람이 와서 노트 빌려달라고 하는 것도 기분이 상할 수 있겠지만, 이 친구처럼 매 학기마다 노트 복사에 시달리는 경우에는 무척 짜증나는 일이겠거니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 경우에는 조금 달라요. 거의 매일 얼굴을 마주치고 자주 같이 식사를 하면서도, 수업에만은 들어오지 않으며, 노트빌려가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친구잖아!" 라는 말로 대신하는 '동기'가 떠올랐죠. 그러면서도 그 사람은 제 필기에 대해서는 전혀 신뢰하지 않더군요. "이거 믿을 수 있는 거야?", "네 글씨 알아볼 수가 없더라." 는 말은 예사고, 심지어는 제가 노트에 밑줄쳐 놓은 것만 공부했다면서는 "그거, 교수님이 찍어준 거 아니야? 왜 얘기 안했어? 아씨, 큰일났네."  라는 말을 한다든지. 뭐 그런 사람.


연말이라 조금 포용력있는 사람이 되볼까 하고, 크리스마스 선물도 몇 개 준비했었는데. 주지 말까 하구요. 그냥 옹졸하게 사는 게 마음 편하죠 뭐.

학부 졸업하고서도, 당분간 계속 얼굴 마주칠 걸 생각하니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네요. 요즘 부쩍 마음씀씀이가 좁아짐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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