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티비에서 '스테이지 뷰티'를 해주는 걸 보고 좀 놀랐습니다. 극장에서 내려온 게 얼마 안되는데 아니 벌써 티비에?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시 티비에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습니다. 디블리의 목사도, AbFab도, Shameless도 크리스마스 스페셜이 나온다는 데다, 루퍼트 에버렛이 셜록 홈즈로 나오질 않나, 흥미로와 보이는 다큐멘타리도 많고...아직 티비 정키 수준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에 녹화 일정을 짜고 있는 걸 보면 그날도 머지 않은 것같아요. 오늘도 미스 마플을 녹화할 예정이거든요.
새로 만든 목사관 살인 사건엔 데릭 자코비가 죽어도 싼 프로데로 대령으로 나와서 짖어댈 모양입니다. 아가사 크리스티도 참 재밌어요. 이 할머니는 자기가 마음 고생을 해서 그런지 '불륜'을 절대 용서 안하고, 구식으로 선악개념이 분명해서 그런지 악당은 반드시 응징하잖아요. 리버럴들이 사형제도를 없앴다고 투덜거리고요..그러면서 또 얼마나 대책없이 로맨틱한지.
저번에 서재의 시체 편에서 범인을 원작과 다르게 바꾸었다고 했잖습니까..제랄딘 매큐언이 그냥 봐도 무서운 미스 마플로 나오는데다 열렬한 레즈비언 커플도 나오는 등 노골적으로 캠피한 분위기라고요. 사실 '팻시' 조안나 럼리가 밴트리 부인으로 나와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 사이로 긴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면서 술잔을 한 손에 들고 'she's marvelous, isn't she?'할 때마다 저는 제니퍼 손더스를 두리번 거리며 찾게 되더군요. 게다 배경인 마제스틱 호텔에 묵고 있는 약간 둔한 손님역으로 요즘 컬트 코메디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리틀 브리튼' 듀오중의 하나가 나와서 말을 더듬더듬하는 통에 킬킬 거리다 감상에 방해가 될 지경이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기네가 패배하지 않을 줄 안다'는 대사와 함께 미스 마플이 전사한 걸로 추정되는 옛 애인의 사진을 정말 뜨겁게 쳐다 보는 장면도 저를 많이 웃겼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원작 분위기랑 너무 달라서 그렇지 꽤 재밌긴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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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에 실린 심영섭씨의 '귀여워'평을 읽고 관련된 다른 기사를 뒤늦게 클릭해 보다가 예지원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에서 뻥튀기를 팔다가 ‘주워진’ 순이는, 너무나 귀여운 나머지 학대해버리고 싶은 여자다. 섹스하고 싶어지고, 결혼하고 싶어지고, 가슴을 만지고 싶어지고, 사창가에 팔아버리고 싶어질 만큼 귀엽다. 사도-마조히즘의 발로라 욕하지 말라. 순이는 사람이기 이전에 판타지이며, 여성이기 이전에 여신인 캐릭터다.'
그 구절만 보면 꽤 짜증날 수 있죠. 하지만
기사 전체를 보면 영화에서 따온 인물 설명이란 걸 알 수 있지요. 이 기사를 보아도 '또 건방진 수컷 판타지야? 놀고 있네'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죠. 이 영화가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욕정'을 풀 수가 없는 네 부자가 어쩌구 하면서 홍보해서 여러 사람 혈압을 오르게 하고 '가슴만지기 게임'으로 항의받은 영화죠? 영화는 앞으로 볼 일이 없을 것 같으니 언급할 바 아니지만, 마케팅은 참 더럽게도 했더군요...
근데 어쩌다보니 오마이 뉴스에 실린
기사 하나를 보게되었거든요. 음...뭐 글쓴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알겠습니다만, 아무리 인터넷 매체이지만 기사를 쓰려면 최소한 영화를 보고 써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다른 영화는 모르지만 '귀여워'는 아직 안 본 상태에서 기사를 쓴 것 같더라구요. 분노만 갖곤 모자랄 때가 많죠. 당파성이 뚜렷해도 논리전개가 균형이 잡히고 논거가 탄탄해야 수긍이 가는 글이 될텐데, 그 기사는 안타깝게도 스팀만 팍팍 오르고 펀치는 약간 허약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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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제임스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가 주인공인 달그리쉬와 사랑에 빠져있다는 걸 알 수 있죠. 할머니 연세가 80대이다보니 꽤 구식이란 걸 감안하더라도, 이 주인공은 정말 똥폼깨나 잡는 아저씨잖아요. 형사인데 시인이고 섬세하고 우아하고 과묵하고 주변 여자들이 다 목을 매도록 섹시하고 영리하고 지적이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저는 그게 그렇게 본의아닌 코미디일 수가 없습니다. 발가락이 간질거릴 지경이거든요.
제임스는 보수파입니다. 크리스티같이 본질을 잘 꿰뚫어보는, 유머감각 넘치는 보수파가 아니라 상당히 날카롭고 까다롭지만 건조하고 유머감각도 없이 굉장히 체제순응적인 보수파에요. 바로네스 제임스는 현재 가발을 쓰고 거창한 로브를 걸치고 로드들네 집으로 등원하는 보수당 상원 의원이기도 하죠.
상원의 구닥다리 의식
옥스브리지에 대한 그 과도한 찬사도 웃기지만 엘리트 남자들을 묘사할 때는 묘한 성적 긴장감도 좀 읽을 수 있어요. 보수의 등불, 장한 것들, 얌얌. 리버럴에 대한 경멸이나 성공한 노동계급 사람에 대한 참을 수 없이 오만한 선심도 당연히 따라오죠.
'Death in Holy Orders'에서 어린이 성추행으로 3년 징역을 살고나온 사제에 대해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묘사하며 '형이 과하다'고 여자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하는 데선 근데 웃질 못하겠더군요. 사실 화가 났습니다. 게다 이 사람의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자기네가 비행청소년에 마약쟁이가 된 게 그 성추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단 부분을 쓰면서 '정키들이 자기네 인생 실패를 다 남 탓으로 돌리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는 태도를 보이는데 슬슬 열이 나더군요. 당분간은 그 할멈 소설은 안 읽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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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Desperate Housewives' 시리즈를 영국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고만 보았는데 재밌을 것 같더군요. 누구 보신분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