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자면 제작년도와 상관 없이 올해 본 영화 가운데서 뽑은 베스트 6이라고 해야 겠군요.
보통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개봉하는 영화는 적게는 17편에서 많게는 30편 가량 됩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들을 얼마나 봤는지 가만히 꼽아 봤더니 스무 편이 조금 넘는 정도 더군요. 물론 아직 남은 영화들이 있긴 하지만.
열 두 달 가운데 한 달치 영화를 봤다는 얘긴데 시네마 테크, 혹은 영화제에 가서 몇 편이나 봤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서 다시 꼽아봐야 알겠습니다만 그래도 스무 편 보다는 많은 것 같습니다.
순위는 무순입니다.
1. 제브라맨 (ゼブラ-マン)
올해 가장 재미있는 영화 가운데 하나였다고 자부합니다. 미이케 다카시는 참 폭이 넓은 감독이에요. 이 영화는 아이카와 쇼의 100번째 주연작인데, 마지막 장면은 온전히 그를 위해 찍은 것 같습니다.
2.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너무 작은 극장에서 봤다는 게 아쉽습니다. [나쁜 교육]을 가리켜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전 이걸 택하겠습니다. 과연 빌 머레이는 스칼렛 요한슨에게 뭐라고 한 걸까?
3. 킬 빌 2 (Kill Bill Vol.2)
[킬 빌] 시리즈가 고전 홍콩, 일본 액션 영화들의 카피라는 사실은 틀림 없지만, 올해의 장면을 뽑으라면 저는 우마 서먼과 대릴 한나의 격투신을 꼽겠습니다. 단 한 합에 승부를 내는 단호함과 냉혹함의 극치!
4. 섹스 앤 루시아 (Lucía y el sexo)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얘기죠. 약간 어렵고 마술적이면서 야한데다 아름답습니다. 이 영화의 주연인 파즈 베가가 출연한 [스팽글리쉬]라는 영화가 헐리웃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는 선전을 하고 있군요. 조만간 볼 수 있을지.
5. 연장통 살인 (Toolbox Murders)
상투적인 슬래셔 무비에 오컬트적인 요소를 첨가한 영화입니다만 그리 명확하지 않아요. 속편의 여지를 남겨 둔 것인지. 이러 저러한 이유로 이 영화를 욕할 사람도 많겠지만 적어도 [프레디 vs 제이슨] 같이 안이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한 표. 확실하게 재미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표.
6. 자마(刺馬, The Blood Brothers)
원래 베스트 5로 하려 했는데, [자마]가 마음에 걸려서 6으로 고칩니다. 조직의 쓴 맛이 아니라 복수의 쓴 맛을 보여주는 영화죠. 마지막에 악당들이 서로 웃고 치하하는 장면은 엄청난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