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한해결산 Best 10. 올해 접한 한국대중음악
몇 해 전 나의 게으름으로 말라죽은
앙상한 가지로 버려졌던 벤자민
나의 뱃살을 물리치기 위해 들여놓은 저기 빛나는 런닝머신 옆에서...
얼마 전 나의 무관심에 병들어죽은
야윈 긴 목을 힘없이 떨군 채 푸른 거북이
나의 두 눈을 즐겁게 하기위해 들여놓은 저기 거대한 텔레비젼 옆에서...
난 시계에게 고백했지 찻잔에게 고백했지 베개에게 고백했지 기타에게 고백했지
이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고백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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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1위. The The - The The Band,2003
2003년 평단이 만장일치로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하거나 말거나 웬간한 애호가들조차도 관심 없을 정도로 가요가 하한가를 치고 있지만.
델리 스파이스의 데뷔음반 이래 가장 내실있는 모던록 사운드의 향연.
김영준은 4집에 이르러, 한희정은 더더와 푸른 새벽으로 이제 거장의 문턱에 다다랐음을 알리다.
듣고 듣고 또 들어도 허기를 채울수 없어 다시 반복해서 듣게 만드는 나의 히로뽕(!)

3위. 손지연 - 실화 (My Life's Story,2003.11)
이성복,기형도같은 시인들의 애독자였을, 문학을 사랑함에 분명한 손지연이 예민한 감수성으로 상처받고 굴국많은 청춘의 내면을 형상화한 가사는 역대 한국 여성싱어송라이터들이 가사에서 보여준 감성의 수준을 가뿐히 뛰어 넘는다. 100만 볼트 전류가 흐르듯 짜릿하다 못해 감전사의 위험마저 느껴지는 눈부신 언어들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지만.
올해 최대의 사건은 전혀 예기치 않은 손지연님과의 채팅, 신보소식을 직접 전해받다. 개봉박두
4위. 푸른새벽 - Bluedawn, 2003
CD를 걸어놓고 딴청 피우며 히히덕거리며 흘려 듣다가 <시념>이 흘러나오는 대목에서 어이없게도 눈가에 이슬 맺히다. 더더의 여성보컬로 픽업된 생짜 신인 한희정이 싱어송라이터로 둔갑한 이 독자적 프로젝트에서 심수봉 이후 최강의 조숙형(대기만성형이 아닌) 여성 싱어송 라이터가 탄생했음을 고하다.
난 한희정의 스토커가 되어도 좋으리. 이 어린 거장의 딸랄딸랑이 되어도 좋으리.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한희정의 라이브 무대마다 쫓아다니며 발광할텐데...^^*)
5위. Lucid Fall(루시드 폴) - 새,2001
가요사상 전대미문의 로맨틱함이 전혀 느끼하지 않게 철철 흘러 넘치다. 이런 명반을 이제서야 발견한 나는 정말이지 반성해야겠다. 80년대 어떤날의 감수성을 조금 더 멜랑꼴리한 분위기로 재생한 당대의 가장 재능 넘치는 젊은 싱어송라이터 조윤석. <버스,정류장> OST도 이 목록에 선정하고픈 맘 굴뚝 같지만 억지로 참아본다. 그의 행보를 주목하자. 
6위. 이장혁 - Vol.1,2004
꿈을 상실한 불우한 시대의 청춘의 초상을 그려낸 노래들은 당대성이라는 귀중한 가치를 실현했다.미래에의 희망을 품고 이상을 키우며 산다는게 뭔지 도무지 감잡히지 않을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숱한 젊은이들은 그들의 진정한 대변자를 얻다. 도시 변두리 골목길에 웅크려 앉은 '세친구'들이 깡소주 한잔씩들 걸치며 토해내는 듯한 씁쓸하고 애뜻한 젊은 날의 초상
7위. 김가영 - 1집,2002
정태춘,안치환 이후 운동권(!) 노래패 출신이 만든 단연 빼어난 노래 모음집. 류형선,유인혁을 위시한 송라이터들이 제공한 노래들은 이 음반이 공식유통되지도 못하고 일개인의 기념음반으로 전락하기에는 너무도 억울할 수준의 완성도를 실현했다. 김가영 본인이 싱어송 라이터는 아니지만 좋은 노래를 볼 줄 아는 안목과 빼어난 곡 해석력으로 한국여성보컬 명반의 목록에 절대 빠지질 않을 명반을 만들어 냈지만.
뮤지컬 배우로 자신의 영역을 축소한 그녀의 선택은 정말이지 도시락 싸갖고 다니며 말리고 싶다만 시장에서 돌아오는 메아리를 볼수 있을지 장담할수 없는 신보를 위해 전세 한채 가격을 또 빚내보라고 꼬드길수도 없고... 
8위. 이소라 - 눈썹달,2004
조용필 16집(97),이승철 4집 The Secret Of Color(94),이문세 休 사람과 나무 그리고 쉼(99),김건모 5집 Growing(98)...처럼 주류의 잘나가는 뮤지션이 만들어낸 양질의 팝앨범. 쭉 고만고만한 완성도의 앨범을 선보이던 이소라의 디스코그라피에서 단연 돋보이는, 젊은 신예음악감독들과의 협력작업이 기대치에 합당한 결과물을 내놓다. 올겨울 옆구리가 시려운 솔로족이나 흘러간 사랑의 씁쓸한 단물을 쪽쪽 빨고 있을 실연족들에게 주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9위. 강산에 - 명태,2002
강산에의 절정은 데뷔음반 아니면 2집에서 끝난걸로 단정짓고 후속작에 관심을 잃은 게으른 청자들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강산에만이 들려줄 수 있는 로큰롤 사운드의 향연.
동년배 동료들이 청춘시절 보여준 절정에서 계속 추락하며 기량과 잔재주로 연명할 때에도 꾸준히 음악적으로 혁신하며 실험을 벌여온 강산에가 도달한 눈부신 절정.
후속작이 전작을 뛰어넘을수 있다고 기대되는 몇안되는 뮤지션, 그가 강산에다.
10위. Jubi(쥬비) - The Phase Vol.1,2002
**아빠님의 여성보컬 일관형 영웅호색 컬렉션을 비웃던 내가 어느새 베스트 선정의 대다수를 여성보컬로 채우는 증증으로 전염되고 말다니... 흑흑
잘 생긴 얼굴 하나만으로 전국민적 스타가 되는 괴상한 풍토가 만연한 시절에 음악성은 높지만 외모가 덜 받쳐주는 언니들을 대신해서 음악이면 음악, 외모면 외모 모두 한가닥 하는 놀라운 신인의 돌출. 본인은 외모마케팅에 신물을 느낀 모양이지만. Wtse의 배영준과의 공동작업은 양질의 감상용 일레트로니카 앨범을 탄생시켰다.
대중음악에서 386세대 뮤지션들이 죽쓰는 사이에 훌륭한 싱어송라이터를 계속 배출해내는 후배들의 저력 앞에서... 정말이지 부끄럽다.
보너스. Plastic People(플라스틱 피플) - Songbags Of The Plastic People,2003
선정하고 나서 보니 사실상 이천년대 가요앨범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반들 목록이네요. 기타 <양희은 30주년 기념앨범>이나 데프콘, 리쌍의 힙합앨범들만 추가하면..
억울하게도 작년에 집중감상했다는 이유로 제외된 플라스틱 피플의 음반을 보너스로 올립니다. 음악 올린 '대지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솜털처럼 부드럽게 살랑거리는 감미로운 벨앤세바스찬 풍의 포크팝(?)입니다. 이 또한 강추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