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미야자키 할배 작품 답지 않게 몇 장면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여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뭐 그냥 슬렁슬렁 넘어가는 면이 있습니다.
치히로에 비하면 상당히 대범하더군요.
뜬금없이 줄리언 샌즈의 워락이 생각났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모험 이후 미야자키 할배는 단발머리 미소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개성 0 에 가까운 우리의 주인공 하울의 얼굴 연출을
맡은 애니메이터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했을 것 같아요. 제가 감독이었다면
그가 웃을때 하얀 이가 짜앙 하고 빛나는 장면을 집어넣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 라는 듯한 백만불짜리 미소는 배트맨과 로빈의 조지
클루니를 연상시켰습니다. 그 발레복을 연상시키는 그의 하의를 본 순간
특급비밀의 발레 장면이 생각나 저도 모르게 큭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미야자키 만화의 남자주인공들 중 가장 화려하지만 상대적으로 존재감 0 이었습니다.
소박한 어촌 소년 코난과 포비, 비행소년 파즈가 훨씬 인상적이었지요.
여주인공 소피의 외모는 모노노케 히메의 아시타카의 트랜스젠더 버전 같았습니다.
머리 색만 빨간색으로 바꾸고 주근깨만 첨가하면 신판 빨간머리 앤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어물쩍 넘길 수 있겠더군요. 하울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존재감이 2프로
모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할머니 버전이 훨 낫더군요.
미야자키 할배의 역동적인 분위기는 여전했지만, 센과 치히로의 모험을 끝으로
그만두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평론가들의 격찬은
솔직히 좀 오버한 경향이 있고 (알아서 포복한 듯한) 개인적으로 거장의 범작 정도로
보이더군요. (오해 마세요. 저도 미야자키 할배의 광적인 팬이고 사인도 소장했습니다.)
14인치 티비로 불법 복제판 라퓨타를 보고 흥분의 도가니에 싸였던 느낌이 영
들지 않았으니까요. 할배의 이상향인 지중해 연안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시끌벅적
하면서도 인심이 좋게 묘사됩니다. 축구공 하나 던져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슬슬 지브리도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울의 사부님은.... 마치.... 무스카의 여장 버전 같았습니다....
훨씬 선한 눈매를 가지고 있지만, 왠지 인간을 가지고 노는 듯한 분위기는
무스카, 네프카와 틀릴게 없어 보이더군요. 후자들이 훨 솔직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