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산>...그리 나쁘진 않지만

  • 달의기쁨
  •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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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도산에서 좋았던 장면
44년이 배경인듯... 일본군이 동경에서 시가행진 할때 멀리 보이는 건물들.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깊이감이 있는 세트디자인이었던 같아요. 이 장면은 역도산이 프로레슬링 붐을 일으킬때 마침 새로 등장한 조그만 TV수상기 앞에 모인 군중 장면과 대조를 이루죠. 군중 위로 고가선로에 전차가 지나가고 새로운 고층빌딩이 들어선 장면들이 시대극의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50-60년대 거리풍경이 적은게 아쉽지만요.

2. 서울말 하는 역도산
아시는 대로 일본어 대사에 한국어 자막이죠. 중간중간 한국어 대사가 나오는데 주로 식당을 하는 친구를 찾아갈 때입니다. 역도산의 고향이 함경도 신풍인데 동향 친구죠. 식당도 고향 이름 쓰고요. 그런데 왜 서울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그렇게 힘들게 일본어 대사를 연습했는데 함경도 사투리 정도야 문제겠어요. 서울말을 매끄럽게 하니 함경도 산골에서 단신으로 일본으로 도망친 역도산은 사라지고 설경구만 남죠.

3. 단선적인 이야기
살아 있는 캐릭터는 역도산 외에 아야와 칸노 회장 뿐이에요. 역도산 주변 인물들이 보이지 않아요. 몇몇 인물들이 있지만 주어진 대사만 소화할 뿐 그 인물이 가진 고유한 성격이 없어요. 꽤 비중이 많은 요시마치 만해도 왜 칸노 대신 역도산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죠. 따라서 꽤 규모가 큰 시대극처럼 보이지만 한국 영화가 매달리는 유사 가족영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아서 역도산은 아버지-어머니에게 반항하는 10대 소년 처럼 그려지고 있어요.

4. 설경구
설경구가 한 인터뷰를 보면 '역도산'에 신경 안 쓴다고 했죠.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실존 인물이라든가 원작 소설에 신경 안 쓰고 자기 연기만 하는거. 그런데 설경구는 영화마다 거의 똑같아요. 어쩌면 감독들이 그에게 같은 것만을 요구하는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젠 달라질 때도 되지 않은지. 거기에 비하면 최민식은 배역에 철저하게 자신을 맞추는 것 같아요. 학교가 달라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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