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손택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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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04-12-29 18:10]
미국 지식인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문화 비평가 겸 작가 수전 손택(71)이 28일 백혈병으로 숨졌다.
손택은 1960년대 미국 문단에 등장한 이후 실존주의 철학에서 발레와 사진, 현실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해박한 지식으로 새로운 철학적 관점을 제시해 전 세계 지성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거침없는 발언과 카리스마로 스스로를 하나의 문화적 기호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며,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등 갖가지 별명을 얻었다. 특히 미국 문단의 일반적 경향과는 반대로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참여형 지식인이었다. 손택은 ‘진지함의 광신자’로 자칭하곤 했다.

그는 2001년 9ㆍ11테러 이후 미국의 반 이성적 흐름을 우려해 “다 같이 슬퍼해야 하지만 모두가 바보가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으며, “9ㆍ11은 미국의 특정한 동맹 관계와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지 문명에 대한 공격 운운은 허튼소리다”고 말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이라크전 개전 직전 출간한 유작 ‘타인의 고통(Regarding the Pain of Others)’을 통해 강한 미국의 신화와 다른 이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글은 미군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가혹행위에 대한 5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이었다.

미국 펜클럽 회장이던 1988년에는 한국을 방문, 김남주 시인 등 구속 문인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론 ‘화산의 연인(The Volcano Lover)’‘미국에서(In America)’ 등 소설과 ‘해석에 반대한다(Against Interpretation)’ ‘은유로서의 질병(Illness as Metaphor)’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등 평론, 수필이 있다. 그의 작품은 한국어를 비롯해 모두 32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세계 언론은 “지난 반세기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지성인을 잃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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