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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보고. (스포일러와 라이브 동영상 하나)
김영주
12-31
935 회
0 건
음, 커밍아웃하는 기분인데요, 저는 2004년에 본 영화 중 가장 좋았습니다.
오랫동안 기대하던 영화였고, 결국 개봉을 기다리지 못하고 어둠의 경로로 받아서
야금야금 훔쳐본 후였지만, 극장에서 보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연출, 연기, 영상 모두 굉장히 과부화된 영화라서 스크린으로 봐야 제대로 인지가 되더군요.
원래 제정신이 아닌 영화를 좋아합니다. '알렉산더'는 내용과 형식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고요.
발 킬머의 필립2세나 콜린 패럴의 알렉산더, 모두 세익스피어 비극과 현대 정치물을 부지런히
오갑니다. 뭐 보편적인 권력자의 정신 상태를 묘사한 거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부케팔로스의 그림자라던가, 다리우스 대왕의 모후가 헤파이스티온을 알렉산더로
오해한 일 등등 알렉산더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들이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시의가
다리우스 왕에게 매수된 자라는 밀고 편지를 읽고도 그가 주는 약을 마시는 이야기는 빠져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이 영화의 알렉산더는 그런 편지를 읽었다면 절대로 그 시의가 주는 약을 마시지 않을 인간이거든요.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에 함께 사로잡힌 알렉산더를 불쾌해하는 관객들이 여기도 꽤 있더군요.
서구에서는 그런 불만이 훨씬 많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전투를 묘사하는 방식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반지의 제왕'이 압도적인 스펙터클로
강인한 인간들의 위대한 전쟁을 그려내고, 진짜 신화를 배경으로 한 '트로이'가 스포츠를 관전하는듯한
시선이라면, '알렉산더'의 전투 씬은 아비규환의 지옥도 한 가운데 실제로 내던져진 일개 전사의 눈을 통해 보는 것 같습니다.
격정과 에너지, 공포와 분노가 스크린을 포화상태로 만들어갑니다.
불안정한 정신 위에 원대한 이상을 키워나간 알렉산더, 그는 광인처럼 다리우스를 추격하고,
거대한 코끼리 앞에서 죽음과 마주 선 것처럼 부케팔로스와 함께 필사적으로 몸을 높입니다.
내면의 죄의식과 공포가 큰 만큼 외부로 끝없이 팽창할 수 밖에 없었던 젊은 정복자의 정신을
콜린 패럴은 정말로 훌륭하게 표현해내더군요. 제가 기억하는 콜린 패럴은 망나니 양아치-_-
정도의 이미지인지라 정말 놀랐습니다.
제라드 레토의 헤파이스티온은 청년 장수라기보다는 가정 교사-_-;의 느낌이긴 한데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표정을 보여주는게 좋았습니다.
늘 시니컬한 사이코 역으로만 보다가 균형잡힌 인간으로 나온 걸 보니 꽤 낯설더군요.
일단 이 오빠는 그야말로 눈으로 말해요, 타입인데... 그 짙은 아이라인은 대체 왜?
당시 유행하던 메이크업 아이템이었습니까?-_- 커샌더 역의 조나단 리스 메이어스는 생각보다
비중이 작았어요. 그런데 중간 중간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이봐, 댁은 장군들 사이에 있을 게 아니라
저기 시동들 쪽에 끼여있어야 할 것 같은데? 싶더군요.
루머인지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올리버 스톤 감독이 헤파이스티온 역으로 브래드 피트를 원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저야 그 사람 별로 안좋아합니다만... 알렉산더도 아니고 헤파이스티온;이라니.
아무래도 그냥 루머일까요? 아 그리고 제라드 레토가 캐스팅 된데는 콜린 패럴의 적극 추천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참 이상한게, 알렉산더의 흥행 참패의 이유로 양성애 묘사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고
하던데 인터뷰나 토크쇼를 보면 이 영화에 대한 최대의 관심사도 양성애에 관한 것이에요. 쩝.
아래 동영상은 제라드 레토가 보컬 겸 기타 겸 작사, 작곡자로 있는 밴드 30 SECONDS TO MARS의
라이브입니다. 제이 레노쇼에서 부른 거고요. 가수가 본업인 사람이 배우를 겸업으로 하는 건
꽤 자주 보게 되는 반대의 경우는 왜 드물까요? 어쨌든 예쁘장한 얼굴에 안어울리게 까칠한 곡입니다.
이번에 알렉산더 홍보 때메 제이 레노쇼에 나온 패럴이 제라드 레토에 대해 그 사람은 너무
아름답고 매력적이라서 그가 자기에게 다가 오는 걸 보고 있으면 성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는
(흐뭇한) 코멘트를 하셨더군요. 동영상은 다음의 알렉산더 까페에 올려주신 걸 긁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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