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브로드웨이에서 라스폰트리에의 '킹덤'을 봤습니다. 영화가 꽤 긴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심야컬트 문화의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친구랑 함께 보고 있는데 세줄쯤 건너 근처에 앉아있던 한 남루한 차림의 아저씨가 시도때도 없이 막 웃는겁니다. 진지한 장면에서도 웃고, 웃긴장면에서는 히스테리컬하게 웃고.. 위치가 떨어져있음에도 그분이 웃을때는 영화에 몰입이 힘들었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영화를 보고 있던 주변분들과 친구가 되었어요. (공동의 목적으로 하나가 된..) 에티켓에는 어긋나지만 간이회의를 했죠. '정신이 좀 이상한 분 아녜요?', '이제 중반도 안갔는데 계속 저럼 어쩌죠..?' 그러다가 결국 누가 총대를 매고 경비원에게 이야기를 하기로 했죠.
그 총대는 제가 지고 갔습니다. 밖에 있는 경비원한테 이야기해서 같이 극장안으로 갔는데, 그 웃음맨이 경비원과 함께 들어오는 저를 흘끔 보더군요. 경비원은 다짜고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으니까, 저희 옆에서 영화를 보다가 이내 막 미친듯이 웃는 그 아저씨에게 가서 뭐라뭐라고 하시더군요.
그랬더니 자리를 옮겨서 아주 구석진곳으로 가셨죠. 거기선 웃어댔는지 잘 파악도 안되고.
근데 영화가 끝나고 (끝났을 때였는지, 인터미션이었는지) 그 분이 일어나더니 저희쪽을 쫙 째려보는거에요. 살기등등한 눈으로.
오우.. 킹덤보다 더 무섭더군요. 그때 뜻을 같이했던 주변분들 '우리 째려보는거 봤죠?', '우악. 괜찮으시겠어요?' 하며 걱정을 해주셨고. 저는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끝나고 집에 가는길이 왜이리 무섭던지. 당시 저희집은 논현동쪽. 브로드웨이에서 걸어서 15분 가량 되는 거리여서 친구랑 총총걸음으로 걸어가는데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갑자기 튀어나와서 '웃는게 죄냐!!' 이러면서 제 가슴에 말뚝을 박지 않을까.. (말뚝을 왜 박냐.. -_-; )
그때 생각이 나네요. 킹덤 2부 개봉했을때 혹시 가서 보면 또 만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근데 킹덤2부는 흥행이 저조했었죠? 저도 결국 안봤지만 (웃음맨 때문은 아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