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들도 좀 불쌍하지 않아요? 국적만 한국이다 뿐이지 순전히 미국인처럼 살다가, 난데없이 아버지가 서울대총장이 되는 통에 울며 겨자먹기로 군복무를 하고, 자기 선택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도 다 까발려져서 기사화된다는게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일들은 아닐 것 같군요. 그래도 이 사람은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소록도에서 6개월 봉사활동하고 튄 것도 아니더라고요. 보충역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어쨌거나 공식적인 public service를 28개월이나 했으니, 꽤나 양심적이던데요.
예전에 조순씨가 대통령 선거에 무모하게 뛰어들었을 때에도, 그 분 자제분들 중 한 분이 군복무를 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유전질환이 있었다는 게 밝혀진 적이 있었죠. 당사자가 직접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것으로 기억해요. 병명은 잊어버렸지만, 어쨌거나 저같으면 아무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을 병이었어요.
항상 장관 등의 고위층 인사가 있을 때면 불거지는 것이 자녀들의 군복무, 국적 문제이더군요. 뭐 좋습니다. 전혀 문제제기가 없던 때보다는 훨씬 나을 지 몰라요. 그런데, 이 '고위층 자제'들은 이 과정에서 부모의 부속품 정도로밖에 취급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의 개별적 인격은 무시되고, 그냥 "군대도 안 간 장관 아들", "이중국적자 장관 딸"이 되는 거죠. 이들에게 폭력적인 화풀이가 자행되는 동안, 실제로 군복무하는 사병들의 인권이나, 군복무 기간이나, 군입대 과정에서의 구조적인 비리나,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군비리나, 군 신체검사의 불합리성, 국적 제도의 전근대성 등등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은 간과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