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놀다가." 허벅지까지 찟어진 트임치마. 가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배어 탑(bare-top). 붉은 조명아래 삼삼오오 서있는 아가씨들은 지나가는 손님을 놓칠세라 일제히 외친다. "오빠, 놀다가라."
옛날 사창가 풍경이 아니다. 2005년 1월2일 을유년 새해 사창가 모습이다. 그랬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모든게 그대로였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100일, 남아존 기획취재팀은 서울의 대표적인 사창가 '청량리'를 찾았다.
◆홍등이 커졌다.
불과 50여일 전 모습은 이렇지 않았다. 당시 청량리 사창가는 완전 죽은 동네였다. 홍등마저 꺼져버린 매음굴. 청량리 뒷골목은 이미 암흑천지로 변해 있었다. 그래도 배운게 도둑질이라 몇몇 아가씨는 몰래 몰래 몸을 팔았다. 칠흑같은 어둠 속, 오직 별빛을 벗삼아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고 또 50일이 지났다.
◆살아남은 자.
불과 50여일 만에 참으로 많이 변했다. 서울 시내 3대 사창가는 일제히 홍등을 밝혔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100일만에 서울시내 사창가는 그야말로 100% 정상영업(?)에 들어간 것이다. 물론 아가씨는 예전에 비해 몰라보게 줄어 들었다. 청량리에서 만난 한 매춘녀는 이렇게 말했다. "오빠, 지금 여기 있는 아가씨들이 진짜 경쟁력 있는 아가씨야. 강한자만 살아 남은거지."
◆경쟁력 시대.
그녀는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상한 법때문에 우리 아저씨들 겁먹었나봐. 겨울이라 날씨탓도 있지만 손님은 진짜 많이 줄었어." 때문에 경쟁력(?) 없으면 하루종일 손가락만 빨아야 된단다. "같은 돈 내고 노는데, 오빠같으면 누구랑 놀고싶어? 못생기고 뚱뚱한 애? 아님 나처럼 예쁘고 날씬한 애?" 그녀 왈(曰), 그래서 못생긴 아가씨들은 이미 떠난지 오래. 무엇보다 손님의 외면을 견딜 수 없어서란다. 얼굴이 됐건, 몸이 됐건 청량리에는 이미 경쟁력 싸움이 시작됐다.
◆줄어든 손님.
하루에 몇 명을 받는지 물었다. "10명에서 15명 정도. 예전에는 20명 정도 받았는데." 사실 5명 정도면 그리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 이에 대한 그녀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예전에 비해 크게 많이 줄어든 건 아니야. 호들갑 떨 만큼 말이야. 이유는 간단해. 손님 1천명을 아가씨 100명이 나눠 가지나, 손님 100명을 아가씨 10명이 나눠가지나 두당 10명은 똑같거든." 즉 손님이 줄어든 대신 아가씨도 줄어들어 아직 먹고 살 만은 하단다.
◆줄어든 수입.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데 그 이유가 놀라웠다. "예전에는 한달에 1천만원 정도 벌었어. 그중에 900만원을 저금했지. 월 800(만원) 짜리 적금하고 월 100(만원) 짜리 주식형 저축하고. 근데 요즘은 수입이 확 줄었어. 800만원 정도. 그래서 600만원 짜리 적금으로 바꿨어. 화대는 7만원으로 올랐는데 돈이 안되네. 짜증나." 사실 한숨은 기자 입에서 먼저 나왔다. 꼬박 1년을 일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을 그녀는 한달에 모았던 것이다.
◆어떻게 800만원?
그녀의 수입?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금방 답이 나온다. 화대 7만원. 그 중 아가씨가 가지는 몫이 3만원이다. 업주가 3만원을 가지고 나머지 1만원은 물티슈, 화장지, 콘돔 등 기타 잡비로 쓰인다. 따라서 하루 10명만 받는다 해도 30만원. 한달에 26일 정도 일하면 너끈히 800만원을 번다. 겉으로는 매춘녀라 손가락질 받고 살지만 알고보면 그녀는 년 1억을 버는 고액 연봉자였다.
◆자발적 매춘.
그녀는 자발적 매춘이다. 단지 돈이 좋아 스스로 몸을 팔고 있었다. "강금? 요즘 세상에! 강요? 누가!" 특히 성매매 특별법 이후 웬만큼 빚있는 아가씨들은 이참에 '만세'를 부르고 떠났다. 여성부가 마이킹, 즉 선불금을 무효화했기 때문이다. "나? 난 빚없어. 근데 왜 나오냐고? 돈 벌려고." 기자는 돈 많은 그녀에게 차라리 장사를 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단호했다. "오빠, 내가 장사를 했다고 쳐. 그럼 한달에 1천만원 벌 수 있어?"
◆경찰은 우리편.
비단 청량리 뿐만 아니다. 영등포, 용산 등 서울시내 3대 사창가가 비슷한 형편.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소나기'는 고작 두달 정도 퍼부은 셈이다. 되려 화대만 7만원으로 올려 놓았다.
한편 기자가 아가씨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경찰차는 수시로 순찰을 돌았다. 하지만 아무런 제재는 없었다. "오빠, 걱정하지마. 경찰은 다 우리편이야. 다 눈감아 주지. 그냥 조심하라는 말 밖에 안해. 경찰도 어쩔 수 없는 남자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