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너무나 매혹적인 자크 리베트의 영화들...

  • 씨네필
  •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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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누벨 바그의 거장, 자크 리베트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데요.
자크 리베트의 영화 세계는 그동안 기다린 보람이 충분할 정도로 너무나 매혹적인 세계였어요.
리베트의 영화들은 통상적인 상영시간을 뛰어넘는 것으로 유명하고 그것이 그의 작품들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 장애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긴 상영시간을 통해 얻어지는 '지속의 감각'이야말로 자크 리베트를
진정 위대하게 만드는 출발점이자 관객을 매혹시키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의 영화가 너무 길다고 지레 겁부터 먹지 마시고 일단 그의 영화에 몸을 맡기세요.
조금만 참고 견디면 그의 영화 리듬에 서서히 취하게 될 것이고
그때부터 여러분은 지금까지 그 어떤 감독들의 영화에서도 결코 경험해보지 못했던
미스터리와 음모가 가득하고 픽션과 현실이 공존하는,
너무나도 매혹적인 세계로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회고전은 13일까지 계속되니까 관심 있으신 분들은 보러 가세요.

그럼 저의 간단한 감상문을 올리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기를... ^^

1. 파리는 우리의 것 (1960년)

자크 리베트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이 영화는 리베트의 영화광적인 이력을 떠올리게 만드는
일종의 스릴러입니다. 그러나 리베트답게 이 영화는 통상적인 스릴러와는 거리가 멉니다.
리베트는 스릴러의 형식 안에서 주인공 안느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관계와
파리의 일상적인 풍경들을 묘사하면서 당시의 파리의 공기를 면밀히 포착하는데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 영화에는 음모적 세계관과 그를 통해 맺어지는 인물들의 관계, 픽션과 현실의 관계, '과정'으로서의
내러티브 등 이미 리베트의 세계를 요약하는 요소들이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클로드 샤브롤, 자크 리베트, 자크 드미, 장 뤽 고다르 등
누벨바그 감독들이 우정 출연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찾아서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는 고다르에 주목해주시기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네 멋대로 해라', '400번의 구타'와 더불어 누벨바그의 시작으로서
결코 놓칠 수 없는 자크 리베트의 매혹적인 데뷔작을 놓치지 마세요!  

2. 미치광이 같은 사랑 (1969년)

4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중간에 휴식시간 있음)이 결코 헛되지 않은,
명실상부한 자크 리베트의 최고 걸작중의 한 편입니다. 이 영화는 라신느의 희곡 '앙드로마크'의
리허설 과정과 그 작품을 연출하는 연극 연출자 세바스티앙과 배우이자 아내인 클레어의 사랑 이야기가
병치되어 전개되는 매우 야심차고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아무르 푸(미친 사랑)'에 대한 가장 성공적인 영화적인 재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영시간이 무척 길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리베트의 영화답게
물리적인 시간 감각을 뛰어넘는 매혹이 있기 때문에 크게 지루하지 않습니다.
4시간은 우리가 그들의 '아무르 푸'를 온전히 경험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서 주어진 것입니다.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이 영화의 개봉 당시 4시간 짜리 오리지널과
제작자가 2시간으로 편집한 버젼이 함께 존재했지만 2시간 편집판이 오히려 비평적으로나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존 카사베츠의 작품들과도 비교할만합니다.
이 영화는 즉흥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한데
그런 만큼 마치 한 편의 다큐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대단히 시네마 베리테적입니다.
또한 극중 연극의 리허설 과정을 촬영하는 TV 다큐팀의 16mm 필름과
나머지 일상을 묘사하는 35mm 필름을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무대와 현실의 관계를
보다 미묘하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결말로 치달을수록 무대와 현실의 경계는 점점 무너지고
영화는 신화적인 비극의 성격마저 띠게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연극에 관한 가장 극단적인 실험작이라고 할 만한 이 작품은 그 과감성에 있어서
영화의 급진적인 형식 실험에 몰두했던 오시마 나기사, 장 뤽 고다르, 알랭 레네 등의
모더니스트들의 걸작들에도 견줄만합니다.
남녀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장 피에르 칼퐁과
뷜 오지에의 광기가 서린 매력적인 연기도 아마 잊기 힘드실 겁니다.
평소에 실험 영화, 특히 연극에 관한 실험 영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시네마 베리테적인 스타일 속에서 감정의 문제를 탐구하는
존 카사베츠나 모리스 피알라을 좋아하시는 분들,
즉흥적인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3. 파리의 숨바꼭질 (1996년)

파리의 숨바꼭질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

1. 샘 페킨파의 <가르시아 Bring Me the Head of Alfredo Garcia>를 이용한 재치 만점의 유머

2. 안나 카리나의 라이브..

3. 자크 리베트의 깜짝 출연

4. 빈센트 미넬리의 카메라 워킹을 그대로 재현해 내는 마술같은 뮤지컬 순간들..

5. 마지막 '이다'가 걸어가는 비 내리는 파리의 어느 거리....

끝으로 저의 자크 리베트에 대한 존경심을 고다르의 말을 빌려 표현하고 마칠까 합니다. ^^

"나보다 영화를 더 잘 아는 리베트 같은 사람은 거의 영화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에 관해
알지 못한다. 만일 그가 10편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는 아마 나보다 훨씬 더 유명해졌을 것이다."
-장 뤽 고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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