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년 10월에 공직에 발령난 신규 공무원 9급입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오늘 저는 제 일에 대해서 깊은 회의를 느끼게 합니다. 휴우, 일 때문에 다른 부서에 있는 공무원과 전화통화를 할 일이 있었는데 뻔히 손바닥처럼 보이는데 하는 행동이 무사안일에 책임회피에 직무유기에 여우짓에-_- 휴우, 저 스스로가 그 사람과 같은 공무원이라는 범주에 묶인다는 사실 자체가 싫을 정도로 짜증났습니다. 처음으로 제 직업에 대한 회의가 느껴졌습니다.(제 일 자체가 하찮다거나 시시하다거나 그런 게 아닙니다. 그냥 '공무원' 이라는 거 자체가 순간적으로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길거리에서 다른 분과 대화하다가 크게 '난 정말 공무원이 싫어요!!!' 라고 외치고 말았답니다.-_- 목소리가 하도 커서.) 그렇다고 힘들게 뚫고 들어온 직장을 팽개칠 생각은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우울증 올 것만 같네요.
사회는 정말 이상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누군가가 무섭고 어려워서,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게 아닙니다. 한 사람의 인간은 학별,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인격체이고 함부로 무시당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교과서같은 말이라는 거 저도 잘 알지만 저는 정말 그렇게 믿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왜 제가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면 사람들은 절 만만하게 볼까요? 저는 늘 상식 선에서 일을 처리하려고 하지만 세상은 참 이상한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이상한 걸까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지도 않고 아는 척을 하고, 제가 무슨 말을 하면 그게 지적이라고 생각하셔서 그만큼의 지적을 다시 제게 돌려 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제게 무안을 주십니다. 타인을 깎아 내리면 자신이 더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름을 말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하고 자신도 없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그러면 모든 일이 해결될거라고 생각하십니다.
저는 참 단순하거든요. 1차원 적이에요. 그래서 그냥 생각하는 그대로 말씀드리고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일을 해결하고 그렇게 삽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제가 한 말을 함의가 담긴 말로 생각하고 이중적으로 받아 들입니다. 전 그냥 느끼는 그대로, 생각하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만 말하는데.. -_-;;
제가 제일 끔찍한 건 제가 보는 숱한 이상한 모습들을 어느 순간, 무의식 중에 제가 따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정말 싫어요. 그런 이상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게 제게 제일 끔찍한 일입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도 없고 무례하고 무책임하고 눈치만 보고 할 말도 못하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 물은 썩 듯이, 인간은 근본적으로 변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변화해야 하고 그리고 어제보다는 더 나은 나 자신을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저는 '성숙'이나 '발전'이 아니라 '저질' 이 되버립니다. 정말 끔찍합니다.
그냥 무지 슬퍼요. (마음으로 엉엉 울고 싶은 심정이에요.ㅠ_ㅠ) 점점 사회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서 조금씩 하나씩 내 마음 속에서 그 누군가를 out 시키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가고 더이상 누군가를 설득시키기를 이해시키기를 포기해 버리는 저 자신을 발견하면 슬프답니다. 휴, 전 아마 너무 교과서적이고 이상적인 세계관을 가졌나봐요. 상식대로 살아가는 건 참 쉽지가 않네요.
늘 새롭고 늘 발전하고 더 나아지게 노력은 하지만 그냥 절대로 전 그렇게 이상하게 변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1차원 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다만 인간과 사회에 대한 기대를 절반 쯤은 접어야 겠죠.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바꿔가면 세상도 조금은 나아지겠죠.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밝고 힘차게 살아 가겠습니다. 오늘은 조금 우울해서 주절주절거려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