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들
1.
글을 오랜 시간을 들여 쓰고 나서 등록하려고 하니 '사용권한이 없습니다' 라고 뜨더군요. OTL
너무 오래 써서 그 사이에 자동 로그아웃이 된 걸까요? 로그인하고 얼마나 가만히 있으면 로그아웃이
되는 겁니까? 아시는 분들은 꼭 리플 달아주세요. 꼭! 꼭! 꼭이요!!
(여러분도 리플에 굶주리면 이렇게 됩니다. OTL)
2.
한동안 게시판이 좀 시끄러웠네요. 가입하고 난 뒤에 처음 겪은 일이라 아직도 좀 얼얼합니다.
제가 특정 아이디를 딱히 지목하지 않아도 아실 분들은 아실테니 뭐 구체적으로 누군가에 대해서
쓸 생각은 없어요. 쓰는 것도 조금은 치졸하게 느껴집니다.
누구나 정치적인 견해는 다를 수 있고, 그걸로 이야기할 수 있어요. 다만 이 게시판에서의 문제는
그것이 '집요' 하다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거 같더군요. 그래요. 사실 조금은 집요해보이기
까지 하긴 합니다만. 어제 생각해봤어요. 고등학교 때였던가요. 그 유명한 '독립신문' 에서 저 혼자
싸워서 토론에서 이겼을 때를 생각했었죠. 그땐 정말 저도 악바리같이 집요했어요. 그때만 해도
독립신문이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동네는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다수인
공간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지키기 위해 집요해질 때가 있어요. 남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까지
뭐라고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믿는 바와 너무 생경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다수인 공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을 수 있죠.
물론, 그 공간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니다. 어지간하면 그런 이야기 안
듣고 싶고, 우리끼리 잘 지내고 있는데 괜히 들어와서 도발하는 거 같고. 그렇죠. 아무리 봐도 그래요.
그러다가 보면 싸움도 나고 그럽니다. 한 사람이 단 글에 리플이 막 60개씩 달리고 그러죠.
(여지껏 제가 쓴 열댓개의 글에 달린 리플 수를 다 더해도 그 분이 쓰신 글 하나에 달린 리플보다
적더군요.... 리플결핍증에 걸린 저로써는 슬프기 그지없는... OTL)
생각해봤어요.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이 게시판에 계속 있는 걸까. 이렇게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자신과는 지지하는 후보도 판이하게 다른고 생각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는 게시판에 계속 있는걸까.
그러다가 회원 리뷰에 올린 그 분의 글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저 사람은 자신이 이 게시판의 일원이라는 걸 좋아하고 있구나'
그 분의 정치적인 색깔의 글에 진력을 내셨던 분들이라면 한번 가서 읽어보시길. 재미있었던 것은
게시판에선 종종 얼굴을 붉히며 토론하시는 분들도 그 분의 리뷰는 대체로 호의적으로 읽는다는
거였어요.
어떤 분들은 그러실지도 몰라요. 조선일보 프로파간다와 다른게 뭐가 있냐고. 정치적인 글에서는
전형적인 보수세력의 메세지를 전하면서, 철저하게 중립적인 문화리뷰로 물타기를 하는 것. 글쎄요.
전 그렇게까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저도 그 분의 정치적 입장은 이해는 해도 동의는 못하지만,
그 분의 입장과 반대되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인 이 게시판에서 어쩌면 그 분의 정치적인 글은 나머지
사람들에게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그 분도 제법 비아냥도 하시고 '공부나 더 해라' 식의 발언도 하세요. 써억 보기 좋은 글은
아니고, 솔직한 생각으론 적당히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하지만, 우리 사는 세상에 꼭 우리
마음에 드는 사람들만 있으리란 법도 없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 아닐까요.
얼마 전, 저와는 사태를 바라보는 눈이 다른 글을 쓰셨던 그 분 글에 그닥 보기 좋지는 않은 리플이
달려서 또 리플이 50개를 넘기는 일이 생겼어요. 집에서 나가기 전에 글 하나 쓰고 집에 들어와보면
리플이 하나 달려 있는 걸 보며 한숨짓는 저로서는, 어떤 방향에서든 간에 쓰시는 글마다 리플이
주렁주렁 기염을 오바이트하는 그 분의 글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어쨌건 간에, 평소 소신과는 판이
하게 다른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살고 계신 그 분을 옹호하는 투의 리플을 달았어요. 글쎄요.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보기 좋지 않은 리플을 다셨던 그 분은 아기자기한 플래쉬 게임들로 무척 유쾌한
시간을 제공해주셨고, 저와 정치적 소신이 다른 그 분은 제가 그토록 읽고 싶었던 정치 사회 카테고리
에서 벗어난 글을 쓰셨습니다. (실은 몹시 궁금했거든요. 그 분이 평소에 무엇에 관심이 있고 저와는
어떤 공통점을 공유하며 살고 계실지.) 제가 이런 말 할 입장은 아니지만, 무척 흡족한 광경이었어요.
3.
메인 게시판의 이런 작은 소란이 생길 때면 전 종종 비회원 방명록을 바라봅니다.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아무 규칙 없이 에티켓도 없이 무자비하고 무질서하게 흘러가는 저 공간을 보면, 아무리 이
게시판이 때론 정치적, 사회적 견해차이로 피비린내나는 토론의 혈투장이 된다 할지라도 이 곳은
소중하고 평화로운 거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요즘은 그저 평화로운 곳이 되었더군요.)
우리가 메인 게시판에서 뉴스글을 펌질하면서 미디어다* 이나 네이*뉴스 한줄댓글들의 수준을 보며
혀를 내두르지만, 사실 비회원 방명록에서 한 두어 달 전에 벌어진 표절시비와 스노비즘 난동을
보면 전 아찔합니다. 어쩜 세상에 사람들이 그렇게.... 란 말 정도요.
그 분의 정치적 견해 차이는 아마 변하지 않을 겁니다. 식견이 그 분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저로서는
그 분을 설득할 방법도 없을 뿐 아니라 그 분을 설득할 생각도 없어요. 그 분이 저에게 미국 민주당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버리라고 말씀하신다 해도 제가 공화당을 지지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최소한 전 그 분이 이 게시판의 규칙을 나름대로 준수하고 계신 게시판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그 분을 몰아내고 싶어하는 분이 한두분이 아니실 거라 생각하고, 만약 정치적인 견해로 선을 갈라
보면 제가 그 분들 곁에 서 있을 거 같단 생각은 합니다만, 전 그래도 우아한 '척' 이라도 하는 지금의
상태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그 분이 올리신 일상에 대한 글은 발레리노의 허리에 대한 글이었어요. 내심 보면서 킥킥거렸
습니다. 항상 살얼음판 같이 서늘한 토론만 하시던 분이 쓴 글이라고 보기엔 유머가 발군이더군요.
게시판에서 우리, 때론 서로 잡아먹을 듯이 도끼눈을 뜨고 실시간 리플 혈투를 벌일지라도, 언제고
다시 플래쉬 게임으로 랭킹 매기고, 유머가 담긴 글을 보며 킥킥거리며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4.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구요. -_-
제 친구의 아주 어린 동생이, 혼날때 적반하장 격으로 자주 쓴다는
불후의 명언으로 이 글 마칩니다.
'항상 웃는 얼굴만 보여달란 말이에요!!'
p.s : 때론 VT 통신망 시절이 그립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의 익명성이 과연 네티즌들에게 축복이었
을까 심각하게 의심해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