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미쉘 우엘벡(Michel Houellebecq)의 '소립자' 중에서 페미니스트들한테 독설을 늘어 놓는 부분을 인용한 걸 보고 생각났습니다. 저는 서평을 읽고 전혀 관심이 안 가서 지나쳤는데 조금 있자니까 이 인간이 인종차별과 안티 무슬림 혐의로 숱하게 고소당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문제거리가 되는 메뉴에서 호모포비아와 페미니스트들한테 낚시질 하는 것도 빠질리가 없죠. 다른 소설 '플랫폼'에선 태국으로 섹스관광 가는 걸 동서양에 피차 좋은 걸로 묘사했다면서요?
뭐 이 사람 소설이 자기네 문화 맥락에선 충격적이고 논란거리이긴 한가봅니다. 프랑스 인텔렉츄얼들은 이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군요. 유럽에서 공정하지 못한 말을 못하는 분위기라서 이런 막말을 그럴듯하게 지껄이는게 솔직하고 충격적으로 느껴지나 본데, 한국에선 평소에도 많이 듣던 소리라 별로 놀랍지도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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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년대 페미니즘에 대한 독설이라면 페이 웰던(Fay Weldon)의 '빅 위민(Big Women)'이 생각나네요. 웰던의 간결한 독설은 정말 특징적이었어요. 저는 티비 드라마도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70년대 런던에서 페미니스트 출판사를 세운 여자들, 희망과 이상주의에 가득차서 뭔가 바꾸어 보려던 여자들과 그 이후의 20년간의 얘기인데요, 정신없고 미숙한 여러가지 실수와 실패도 가차없이 그려집니다. 나타샤 리틀이 정말 얄미운 딸로 나와서 70년대 페미니스트 엄마와 그 친구들이 이루려던 꿈을 보다 현실적이고 냉랭하게 계승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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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처즐윗(Martin Chuzzlewit)'은 디킨스의 중기 쯤 되는 소설이랍니다. 저는 책은 못 읽어보았고 94년데 만든 비비씨 미니 시리즈를 비디오로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본 디킨즈 드라마 중에 제일 잘 만든 시리즈였어요.
화려하고 기기묘묘하고 괴팍한 디킨즈의 인물들이 앙상블로 등장하죠. 폴 스코필드를 비롯해서 좋은 배우들이 얼마나 맛깔나게 연기를 해대던지, 기침도 눈썹 올리는 것 하나도 놓치기 싫어서 굉장히 집중하고 봤습니다..존 밀즈가 귀도 먹고 눈도 거의 안 보이는 가엾은 미스터 처피 역으로 잠시 잠시 등장해서 즐거움을 주었죠. 줄리아 사왈라는 여기서도 어리고 아무 생각없는 여자애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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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과 '영국여인과 공작'을 지난 일요일에 작정하고 봤는데 서로 많이 다른 영화이지만 우아하다는 점에선 공통적인 것 같습니다.
'분홍신'에 나오는 빨강 머리의 여주인공 모이라 쉬어러는 직업 배우가 아니라 발레리나였다네요. 근사하더군요. 보리스 러몬토프는 쿨하고 못되기가 상상을 초월하고요. (근데 이 인물은 영락없이 세련된 40년대 게이 아닙니까.) 파월과 프레스버거도 그렇게 세련되고 냉정한 사람들이었을까요?
안데르센의 분홍신을 진짜로 성공하고 싶은 여자는 개인 생활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로 해석하는 것도 꽤 현대적이었죠. '가서 가정주부나 되라'고 소리를 질러대던 러몬토프의 저주는 여전히 유효한 걸까요? 근데 그 남편은 왜 그렇게까지 춤 추고 싶은 부인을 윽박지른답니까?
영국여인과 공작은 기대를 잔뜩하고 봤는데,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야외 장면이 해리 포터 3편에 나오는 움직이는 그림같은 느낌을 주더군요. 하지만 영화는 역시 도덕과 정치에 대해 계속 떠들어대는 실내극이었습니다. 로메르는 자신이 독실한 카톨릭에 보수파죠? 반동적이라도 영국출신의 귀족 아줌마를 통해서 왕당파 입장으로 프랑스 혁명을 그리다니, 우아한 노인네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