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한류열풍 - 도자기, 통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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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2005-01-14 15:28:09)

저도 이 글을 읽고 일본 인터넷 사이트들을 구글로 돌아봤습니다. 제가 본 사이트들의 정보로는(물론 이 사이트들이 어느 정도 정확한지는 보증할 수 없습니다), 헤이안 시대부터 '유약' 이용이 시작되고 무로마치 시대부터는 제법 도기 기술이 발달했다고 합니다만, 아직 고려나 조선과 같은 '磁器 기술'이 있었던것 같진 않습니다.
어떤 사이트에는 중국에는 2천년, 조선반도에는 1천년 뒤진 상태였다. 라고까지 나오더군요.(일본 사이트입니다. 물론 그 뒤 일본이 얼마나 비약적으로 단기간안에 멋진 성과를 이루었는지 줄줄이 예찬이 이어집니다) 그 이전에 일본에 도자기가 없었다는건 아니지만, '자기'기술 보급이 일본에서 17세기 들어 시작된건 사실인듯 합니다. 그 과정에 조선인 도공이 있었고요. 밑의 인용은 일본 역사책에서 따온 것입니다. 중고교 교사들이 쓴 매우 일반적인 개론서에요.
[(조선 침공으로 인한 영향)...또한 많은 도공이 연행되어왔다. 도자기 생산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고, 사회적 유용성이 높은 중요한 산업인데, 조선은 고려시대부터 뛰어난 도자기 산지로서 유명했다. 때마침, 다도가 유행하던 전국시대의 일본에서는 <고려청자>와 <이조백자> 등이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 생산을 지탱하는 기술자를 출병한 다이묘들은 앞다퉈 끌고 돌아와, 자신의 한(藩)에 가마를 열었다. 사츠마, 이호리, 아가노, 하기, 타카토리 등 유명 도자기 산지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들 산지에는 지금도 조선도공의 가계를 잇는 가마터가 남아있다. 이후 일본은 도자기 산지로서 세계에 알려지게되지만, 반대로 조선 도자기 산업은 쇠퇴했다. 분로쿠, 케이쵸의 役을 '도자기전쟁' 찻잔전쟁'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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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좋은 지적 해주셨습니다. 윗글에서 언급하신 일본의 역사 개론서에 나오는 얘기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옛 문헌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익히 우리가 알아왔던 것이고....그런데, 문제는..미술사학 이란 학문은 단지 문헌연구에서만 그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당대의 작품을 통해 증명이 가능해야 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임란(분로쿠, 게이초의 역)이후의 에도 시대의 일본 도자기에서 조선도자기의 영향을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괜히 레포트를 준비하다가 포기한게 아닙니다. 한 손엔 조선도자기 도록과 또 한 쪽엔 임란 이후의 일본 도자기 도록들을 쌓아놓고 양국의 대표작 수십점을 비교했는데도 시각적으로는 유사점을 찾기가 정말 힘들더군요...--;; (그때 제가 받은 충격이란...T.T)
하지만, 조선이나 일본 쪽 문헌 어디를 보아도 엄청난 수의 조선인 사기장인이 일본으로 잡혀간 것도 사실이고, 위에서 언급하신 대로 사츠마나, 이호리, 아가노 등등의 번에 조선인 사기장인들의 마을이 있었고 대규모의 도자기 산지가 만들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전후 일본의 도자기 발전에 조선의 영향이 컷다는 것도 역시 기록이나 가마터 발굴에서도 분명히 확인 할 수 있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그런데...그럼 도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좋은 걸까요? 당시 문헌에서나 유적에서나 일본 도자기에 대한 조선의 지대한 영향력에 대한 기록과 흔적은 넘쳐나는데, 정작 그게 눈으로 보여져야 할 일본 도자기에서 조선 도자기의 영향이 거의 보이지 않는 건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전 그 당시 진짜 원인을 몰라서 한동안 어리둥절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전반적으로 둘러보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것이, 앞서 글에서 제가 말씀드린 일본의 외래문화를 보는 시각과 그들의 문화경향이었죠.

님께서 말씀하신 17세기에 유입된 ‘자기기술’이란 ‘백자’를 만드는 기술을 말하는 겁니다. 도자기에서 ‘백자’란 단순히 흰색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기술이 가장 발전된 형태를 말하는 것인데, 일본에서는 이 경지에는 독자적으로는 이르지 못하고 조선에서 잡혀온 사기장인들에게 의존했습니다만.... -다시 말씀 드립니다만 -  그 후 만들어진 백자들이 일본화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집니다. 한마디로, 단순히 두 나라 도자기를 시각적으로 비교하는 것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 입니다. 게다가 유럽으로 수출되어 나간 도자기 대부분이 이렇게 기술만 조선에서 들여오고 문양이나 색감이 완전히 일본화된 작품들이 대부분 이고요. (그러니 제가 사진에서만 보고는 절망할 수 밖에요...T.T)

그리고 임란 이전에 일본인들이 고려청자나 조선 백자들을 보고 멋지다고, 갖고 싶어서 침을 흘렸다는 얘기도 일본측 문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자기들 도자기 기술이 뒤떨어져서 그랬을까요? 제 결론으로는 전혀 아니올시다 입니다. (제가 원래 레포트 쓸때의 계획은 전쟁전의 후진 일본 도자기를 걸어놓고 멋진 조선 도자기를 보여준 다음 일취월장하는 전후의 일본도자기를 비교해서 발표하는 것이었는데....세상이나....전쟁전의 아즈치 모모야마 시대의 도자기들이 어찌나 멋지고 휘황찬란하던지...참...민망해서 도저히 작품 사진을 걸진 못하겠더군요..--;;(친구들도 그 사진을 보더니 저더러 포기하라고 고개를 저었을 정도니...T.T)

그래서 제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기술적으로나 미적으로도 조선이나 중국의 것에 전혀 손색이 없는 도자기를 만들었음에도 일본인들이 그렇게 조선 도자기를 열망했던 것은 바로 그 ‘다름, 색다른 것에 대한 열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일본인들이 자기들 전통예술에 대해 갖고 있는 콤플렉스 하나를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장식미술’이라는 콤플렉스죠. 다들 아시겠지만, 일본의 전통미술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또 무지 화려하고 세밀한 장식이 주를 이루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좋게 말하면 눈 부시고, 나쁘게 말하면, 천하에 그런 광대가 따로 없죠...--;;

일본인들의 전통미술이 그렇게 화려한 쪽으로 발전한 이유는 그들의 정치사적인 맥락과도 닿아있습니다. 수 백년간의 무사정권이 바로 그 주 동원인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대이전의 군사문화는 무장들을 최대한 요란하고 멋지게 꾸며서 적을 기선에서 제압하는 것이 전술의 하나가 되었으니까요. 이런 전반적인 사회배경이 일본의 미술자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급기야는 일본 미술 전체가 장식미술화 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그런데, 서구 미술의 컬러풀하고 역동적인 동세에 압도되어 있는 오늘날의 시각으로 봐서는, 이러한 일본의 시각예술은 전혀 하자가 없습니다. 오히려 서양 사람들을 뻑가게 하는 매력도 가집니다만(19세기의 프랑스 인상주의 미술은 우키요에(에도 시대의 다색판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오늘날의 시각이고, 당대에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위 서구인들의 근대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동아시아의 헤게모니는 ‘무사’가 아닌 ‘선비’였던 겁니다. 그리고 고도로 예식화되고 철학화된 우아한(?)유교문화가 그 바탕에 깔려 있었죠. 그리고 소위 말하는 제대로 된 ‘예술’이란, 바로 저렇든 고귀한 유교정신과 선비의 품성을 기품있고 정갈하게 표현하는 ‘문인화’와 순백의 깨끗한, 소박하기 짝이 없는 ‘백자’였던 겁니다. 감히 색깔만 요란하고 예쁘기만 한 것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었죠...--;;

거기다 여기에는 조선과 중국의  오래된 무인에 대한 차별 심리도 들어있었습니다. 조선에서나 중국에서든 ‘군인’이란 무식함에 다름없는 표현이었으니까요.(두 나라의 군진에는 한문을 읽을 줄 모르는 무장들이 수두룩 했으니 말 다했죠. 조정의 전령을 읽을 때를 대비해 다들 왠만하면 종사들을 데리고 다녔으니, 괜히 무신차별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일본으로 가는 조선통신사들의 한 없이 높은 콧대에는 바로 이런 자부심이 있었던 겁니다. 통신사들 눈에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화려하기만 한 무식한 군발이들일 뿐이었고 그네들이 걸친 그 화려한 의관이나 화려한 건물들은 돼지목에 걸린 진주나 다름 없는 것들이었죠. 그런데, 더 웃긴건 이런 부당한 헤게모니에 일본인들도 동조를 했다는 겁니다! 그러니 통신사 온다는 소식에 일본 각지에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그 법석을 떨어댔죠. 뭐 일본 정부에서도 같이 그 난리를 쳐댔으니....--;;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사항 하나는, 일본인들이 갖는 '외래문화에 대한 태도' 입니다. 겉으로는 저렇게 조선문화에 요란 법썩을 떨은 일본인들 이지만, 그들은 그 이상 조선의 문화에 심취하지도 않았고, 자신들의 문화를 조선식으로 개조할 생각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도자기 기술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백자를 만드는 기술만 취득했을 뿐이지, 곧바로 일본특유의 장식 미술화 과정에 들어가버렸죠. 뭐랄까...'그냥 조선의 것이 좋아 보여서 갖고 싶기도 하고 옆에 두기도 하겠지만, 내것을 조선식으로 바꿀 생각은 없다.'는 사고가 확고부동했다고나 할까...아님 그냥 좋으니까 옆에 두고 즐기기만 하지 뭐..이런 생각만 했던것 같다는 겁니다. (조선 초기에 외교관계를 맺은 류큐(오키나와)같은 경우 조선에 사대관계를 맺고 조선 조정의 관복을 사여받아 입었던 걸 생각하면 이런 일본의 태도는 큰 차이를 보여주죠.)

  그래서 제 생각에는 일본인들이 보여주는 그 고려자기나 조선백자에 대한 열정은 ‘시대의 중심을 따르기’ 혹은 ‘내것과는 전혀 다른 것도 즐기기’에 다름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전 가끔, 사람들이 느끼는 ‘아름다움’이나  ‘문화수준’이라는 것만큼 그 사회환경의 지배를 받는 것이 또 있을까 생각해 보곤 합니다. 아무리 오늘날의 시각이라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전혀 뒤쳐지지 않는 문화 수준을 가진 에도 시대의 일본인들이 그토록 조선 통신사들에게 열광한 것을 보며, 새삼 시대를 관통하는 분위기라고 할까...지배적인 것의 담론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러나 이것과는 별도로 저는 ‘조선 통신사’와 그들이 일으킨 ‘조선시대 한류’에 대해서는 깊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물론 시대적인 한계에서 전혀 벗어나진 못했지만, 원래 원수일 수 밖에 없는 이웃한 두 나라가 250년 가까이나 평화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문화교류를 하고 진정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만남을 이뤄냈으니까요. (일제침략 때문에 그 후 말아먹긴 했지만, 200년이 넘도록 바로 이웃한 두 나라가 평화를 유지한 것은 세계사에도 유래가 없는 일입니다.)


*동남아 인들이 갖는 한류에 대한 관심은, 바로 우리가 자신들과 같은 위치에 있었던 지난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인 것도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식민지 통치, 분단, 내전, 군사독재, IMF.... 이 모든 걸 이겨내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면서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으니까요...(그런데, 내수는...내수는...T.T) 한때는 한국전 이후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극빈국 이었던 가난한 나라가 전쟁의 폐허에서 살아남고 이후에는 자기들을 몽땅 따돌리고 경제번영을 구가하고 있으니 그들이 경이롭게 느낄만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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