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래 유기농도토리님의 글을 읽다가 든 생각. 서울극장하면 극악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데, 메가박스와 cgv의 획일적인 인테리어를 생각하면 서울극장만의 메리트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우선 전 서울극장의 인테리어부터도 메가박스나 cgv와 크게 다르다는 걸 못느끼겠습니다. 거기다가 화면비 잘라먹기, 음향 에러나기, 불친절 직원들, 불편한 시설, 엔드크레딧 잘라먹기 등등을 생각하면 증오감이 모락모락. 역시 전 이 극장의 안티로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라고 적다가 생각해보니 요즘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도 드는군요. 요즘 서울극장은 어떤가요? 전에 어디선가 비슷한 질문을 남겼을 때는 "요즘도 그래요"라는 대답을 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극장마다 똑같은 인테리어 확실히 지겹기는 지겹습니다. 왜 우리나라 정서(이런 게 존재하는지는 의문이지만 뭐 어쨌든)에도 잘 안맞게 미국식 멀티플렉스의 네온 만빵 디자인만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제 주위에 의외로 많더라구요. 메가박스가 처음 생겼을 때 그 어둑어둑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모던해보여서 괜찮은 걸"이라고 생각했던 저도, cgv고 메가박스고 어느 극장이고 획일화되어가는 극장 디자인에 좀 지겹습니다. 그래서 나다나 씨네큐브가 몇몇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정이 가는것 같습니다. 그 극장들에서 "예술영화"를 틀어주는 것과는 별개로도 말입니다. 시네마천국에 나오는 것 같은 극장이나 예전의 대한극장을 바란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네온만 좀 줄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2. 허리우드 극장 이야기. 지난 1월 1일에 아는 교수님과 함께 알렉산더를 보았습니다. (왜 하필이면 신정을 교수님과 함께? 이라는 의문이 스스로도 들지만 뭐... 마침 그럴만한 일도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태어나서 가장 보람찬 새해였습니다.) 작년초의 한국영화회고전과 가을의 세네프를 기억하고 있기에 허리우드 극장에 대해서는 "요즘 멀티플렉스만 못하지만 여전히 꽤 괜찮은 극장이군"이라고 생각하던 편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서울아트시네마가 허리우드로 옮길지 모른다는 소식에 나름대로(근본적 해결이 아니니 어디까지나 "나름대로"일 뿐이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구요. (그나마 흐지부지 되었지만.)
그런데 알렉산더를 보러 들어간 극장은... 으으음. 1관만 이렇게 망가졌다고 믿고 싶더군요. 2관이나 3관은 제발 이렇지 않기를. 좌석 배치 불편하고 스크린 작은 거야 극장의 본래 한계이기 때문에 불만 없습니다. 하지만 포커스조차 제대로 맞지 않는다는 건 문제죠. 거기다가 웅웅거리며 뭉개지는 사운드. 끄어억. 마지막으로는 엔드크레딧까지 친절하게 끊어먹는 유종의 미를 거두어주시더군요. 허리우드 극장에 대한 호감은 이로서 종료.
엔드크레딧을 끊어버리자 같이 보신 교수님께서 영사실에 가서 직접 항의를 하시더군요. 과연 그날 이후로 어땠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혼자 영화를 봤다면 영사기사 아저씨는 커녕 아르바이트 학생에게도 쭈삣쭈삣하다가 아무말도 못하고 나왔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나도 새로 생긴 극장 열심히 다니면서 항의도 참 열심히 했는데... 게을러졌던가, 타성에 젖었나봅니다. (몇살이나 되었다고 이러는지 원... -_-;) 하지만 경우가 좀 다르기도 한 것이, 그 교수님은 일단 연세가 있으시고, "나 영화하는 사람이야"하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셨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겠죠. 만일 제가 영사실에 직접 찾아올라갔다면... 으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마 욕먹고 쫓겨나지 않았을까요.
3. 피카디리 극장 이야기. 아직 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오픈 초기에 그렇게 썰렁하던 극장이 주말엔 매진 행렬인 걸 보면 언젠가는 이 극장이 서울극장의 아성을 위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극장 안티로서 그러기를 바랬지만... 이쪽은 직원 서비스가 실망스럽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제발 일시적인 현상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니면 단성사가 정말 근사하게 뽑아져나오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