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취임식인 지난 20일 아침 가디언 1면 머릿 기사는 '세계가 부시의 새 시대를 두려워한다(World fears new Bush era)'는 것이었습니다. 비비씨 월드 서비스에서 전세계 21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한 결과에 기초한 기사였는데요, 폴란드와 인도, 필리핀 3개국을 뺀 모든 나라에서 미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거긴 한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시와 부시를 다시 뽑아준 미국인 일반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고 하고요. 이라크 파병은 모조리들 반대했다고 합니다.
이런 조사 결과 아니라도 체감할 수 있지만, 미국은 부시를 선택함으로써, 전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과 좀 더 동떨어져서 고립되어 가는 것 같군요. 제국이 이렇게 굴면 곤란한데...
가디언 기사는
http://www.guardian.co.uk/usa/story/0,12271,1394393,00.html
비비씨 보도는
http://news.bbc.co.uk/1/hi/world/americas/4185205.stm
저 기사처럼 부시 취임을 기념해서 일부러 타이밍을 맞춘 건 지는 모르지만 채널 4에서는 다음 주 화요일에 화씨 9/11을 방영한다고 하네요. 작년 말에 한 해 영화 총정리 비슷한 프로그램에 숀 어브 더 데드의 사이먼 페그와 거린다 차다가 나와서 화씨 9/11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사이먼 페그는 그 영화가 재밌었지만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고 하면서 '우린 비비씨랑 채널4에서 다 들었던 얘기잖아'라고 했죠. 거린다 차다와 사회자 조나단 로스는 '그건 미 국내용이라 그렇다. 그런 거 보도 안 해서 보통 미국 사람들은 잘 모른다더라'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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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 서스펙트'의 작가 린다 라 플란트(Lynda La Plante)의 첫번째 작품은 '과부들(Widows)'이란 6부작 미니 시리즈였습니다. 83년 방영된 이 시리즈는 당시로선 정말 대단히 참신하고 과감한 작품이었다고 해요. 런던의 갱들이 현금 호송차를 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적은 예산으로 꽤 잘 만든 장르물이었습니다.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페이스도 좋았고 런던의 터프한 노동계급 인물들도 잘 그려졌죠. 기존의 드라마와 달랐던 점은 딱 한가지, 주인공 털이범들이 모두 여자라는 거였어요.
얘기는 계획에 없던 사고 덕에 갱 일당이 3명이 모두 사망하면서 시작됩니다. 두목인 해리 롤린스는 굉장히 꼼꼼한 사람이었고, 자기 안전을 위해서 모든 걸 다 기록하는 사람이었죠. 과부가 된 이 사람의 마누라 돌리는 이 기록을 원하는 라이벌 갱과 경찰에 모두 시달립니다. 졸개들의 과부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요. 이 사람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대신, 남편들이 남긴 계획과 기록에 따라 자기네들이 현금 호송차 털이를 실행하기로 합니다.
20년이상이 흘렀어도 이 드라마는 정말 좋더군요. 터프한 여자들이라고 해서 남자같이 구는게 아니고, 살아있는 보통 여자들이었고 여자의 입장에서 다뤄서 참신했던 것 같아요. 연기도 다들 좋았는데, 특히 쿨한 중년의 돌리 아줌마역의 앤 미첼은 정말 근사했어요. 이런 두목이면 안심하고 같이 강도짓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죠.
이 디비디엔 린다 라 플란트의 인터뷰가 들어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배우 출신으로, 어처구니 없이 비현실적인, 두들겨 맞는 매춘부 역할만 돌아오는데 질려서 여자들이 주인공을 맡는 작품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해요. 과부들의 성공 이후에도 지금 처럼 잘 나가는 작가로 자리를 잡는데는 오래걸렸다고 합니다. 너무 절망적이라 정말 뭐라도 하려고 할 때 프라임 서스펙트를 쓰게 되었다고요.
라 플란트는 자기 프로덕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가 아무 영향력이 없는게 싫어서 자기 회사를 만들었다는군요. '돈과 통제'라고요. 성공이라는게 얼마나 자신감을 주는가에 대해서 걸걸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 이 아줌마를 보고 있자니 새삼 세상에 자기 힘으로 '돈과 통제력'을 갖게 되는 여자들이 얼마나 드문지 실감을 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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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넷 윈터슨이 한 때 조운 콜린스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죠.
'I love Joan Collins. While seventies feminists were wondering whether all men are rapists and all sex is power, Joan was out there, ball-breaking in her stilettos, looking like a Playboy centrefold, and maddeningly in charge.'
전체 칼럼은 http://www.jeanettewinterson.com/pages/content/index.asp?PageID=153
다이너스티에서 이 아줌마는 진짜 무시무시했었나봐요. 저는 딱 한 번 본 기억이 가물가물 나지만, 라이벌인 지루한 금발 머리 아줌마를 죽이려고 활과 화살을 들고 숨어 다니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정치적으로 대단히 보수적이고, 성격도 못되기로 악명이 높은 할머니라네요.
콜린스는 지금 70대인데 종종 잡지에 나오는 걸 보면 엄청난 성형수술과 화장으로 가린 얼굴에다 화려하다 못해 우스꽝스런 옷을 차려 입고, 여전히 80년대식 호사스런 오바의 극치에 황금색으로 떡칠을 한 집에서 자기를 여왕같이 모시는 32살 연하의, 아들과 동갑인 새 남편과 잘 사나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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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티비에서 over sexed stars 어쩌고 하는 가십성 프로그램을 잠시 본 적이 있습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안젤리나 졸리, 패리스 힐튼 등이 등장했지만 최고의 파티 보이는 콜린 파렐이었습니다. 뭐 헐리우드에서 좀 유명한 여자치고 같이 소문 안 난 사람이 없더군요. 원나잇 스탠드는 이 사람한테 너무 긴 시간이라나 뭐라나. 이런 쑥덕쑥덕 프로그램에 나와서 코멘트를 하는 풍자 코미디언들도 '에고 부럽다'는 식이었지 도덕적으로 단죄하는 건 아니었죠.
그러고 보면 연예계 엑스 파일같은 게 돌아다니면서 타격을 받는 한국 연예인들이 안됐단 생각이 듭니다. 주요 수입원이 광고다 보니 보수적이고 이중적인 도덕률에도 맞게 행동해야 하고, 벼라별 소문에도 상처를 받으니까요. 인기를 업고 남보다 큰 돈을 버니까 이런 식으로 분류되고 대상화되는게 정당하다, 남의 사생활도 함부로 얘기하고 평가해도 된다는 논리를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질에 지독하기로 소문난 영국 타블로이드도 그렇게까지 노골적이진 못할 거에요. 남이사 게이던, 바이던, 수십명하고 놀던, 누구랑 뭘 하던 대체 무슨 상관이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