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나를 한참 괴롭혔던 이상한 단어는 '우리말'로 번역된 세계명작전집에서 자주 눈에 띄던 '로켓'이라는 말이었다. 기 드 모파상이나 제인 오스틴 같은 유럽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면 여자들이 목에 차고 다니는 '로켓'이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rocket'이 아직 발명도 되지 않았던 시절에, 사교계의 가냘픈 여인들이 목에다 로켓을 걸고 돌아다니다니,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로켓'은 내가 상상했던 'rocket'이 아니고 'locket'이었다.
여기저기 영한사전을 찾아보면 'locket'을 "사진이나 머리카락 따위의 기념품을 담아서 목걸이에 달아매는 금합(金盒)"이라고 했다. 영화에서 가끔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금합'이라고 하면 독자들이 쉽게 알아듣지 못하리라고 걱정이 되어서 '로켓'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켓'이라고 해도 알아듣기가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필자가 바로 그런 산 증인이다. 그렇다면 이왕 못 알아듣기가 마찬가지라면 왜 차라리 우리말로 적지 않고 '로켓'이라 했을까?
정확한 우리말로 원문에 담긴 뜻을 독자에게 전하는 일은 번역가가 마땅히 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정확한 어휘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사람들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귀찮고 힘들어서이다.